은행권 자금 넘치자 RP 쏠려, 유동성 과잉 현상
한은, 부동산·증시 과열에 RP 매각량 40% 확대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지난달 초 실시된 18조원 규모의 RP(환매조건부채권) 매각에서 110조원이 넘는 응찰액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에 이렇게 많은 자금이 응찰된건 RP 정례 매각이 실시된 이래 처음이다. 이처럼 시중 유동성이 대폭 확대된 가운데 자산시장 버블이 형성될 수 있다는 걱정이 제기된다.
7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6월 4일 실시된 18조2000억원 규모의 7일물 RP 매각에서 110조6800억원 어치 응찰이 들어왔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한국은행 RP 매각 추이 2020.07.06 lovus23@newspim.com |
이처럼 이례적으로 RP 매각 수요가 높아진 것은 시중에 갈 곳없는 대기자금이 늘었음을 의미한다. RP 매매는 시중유동성을 조절하는 공개시장운영 방법 중 하나다. 시중에 유동자금이 많아 시중금리가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질 경우 한은은 금융기관으로부터 RP를 매각함으로써 잉여자금을 흡수해 금리를 다시 끌어올리는 원리다.
지난 3월 금융당국의 유동성 살포가 본격화되면서 4월 기준 시중 통화량(광의통화(M2)·계절조정·평잔 기준)은 3000조원을 넘어섰다. 한은에 따르면 기업부문 신용공급 확대가 주로 기인했다. 기업예금은 한달새 22조2000억원 늘어 역대 두번째 증가폭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자금이 대폭 들어오게 되면서 일단 한은에 단기간 예치시켰다. 이후 계획을 세워 자금을 운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팔을 걷어붙이고 유동성 재흡수에 나섰다. 지난 4월부터 7월 첫주까지 실시한 RP 거래에서 총 182조5000억원을 매각했다. 이는 전년동기(130조4000억원)와 비교해 40% 증가한 셈이다.
한은은 매일 가중평균한 콜금리나 RP금리를 참고해서 RP 매각량을 결정한다. 한은 관계자는 "아무래도 유동성이 풀려져 나가면서 기업대출이 사상 최고치를 찍자 그만큼 흡수되는 자금도 많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증시 등 자산시장 가격의 급격한 오름세가 당국의 유동성 흡수를 재촉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9125건으로 한달만에 3609건이 증가했다. 코스피 지수도 빠르게 회복하며 2200선에 육박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매우 강한 만큼 앞으로 정책의 효과, 그에 따른 시장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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