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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도 '먹다 체했다'는데…'50조' ARM사, 삼성전자는 관심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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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손정의 신화...코로나 사태로 직격탄 맞다
몽구스 프로젝트 좌절 겪은 삼성, ARM 품고 재도약?
100조 움켜쥔 삼성이지만...50조원대 M&A는 부담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사(社)를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매각에 나선다면 미래 반도체 생태계에 중대한 변화가 올 수 있는 '빅딜'이 될 수 있어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RM 매각작업이 현실화될 경우 인수 후보로는 애플과 삼성전자 정도가 손꼽힌다. 이 회사의 메머드급 매각가격과 사업적 연관성을 고려할 때 이들 두곳의 글로벌 스마트폰 기업을 제외하고는 딱히 인수 후보를 꼽기가 어렵다는 이유다. 

가능성은 있는 관측일까. 애플의 인수 타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반면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가능성을 꼽는 시각이 존재한다.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ARM '무너지는 손정의 신화'...코로나 사태로 직격탄

"바둑으로 치면 50수 앞을 내다보고 인생 최대의 베팅을 했다". 2016년 손 회장이 ARM를 인수하면서 내뱉은 말이다.

ARM은 저전력 반도체를 전문으로 설계하는 회사다. 전 세계 모바일칩(AP)은 거의 대부분 ARM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애플의 AP 'A시리즈', 퀄컴 스냅드래곤, 삼성전자 엑시노스 모두 ARM에 로열티를 내고 설계자산을 사용한다.

ARM은 지적재산권을 제공하면서 기술 허용료(라이센스)를 받고 반도체 업체가 칩을 팔 때마다 발생하는 매출액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는다. 반도체 업계 '봉이 김선달'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손 회장이 ARM을 320억달러에 인수했을 때도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17년 ARM 매출은 1524억2000만엔, 영업이익은 317억9000만엔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손 회장의 비전펀드가 최근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ARM 매각설에 불이 붙었다.

비전펀드 투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위워크는 지난해 초 JP모간에 의해 470억달러(약 56.4조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는 그 절반 이하인 20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지배구조 문제가 얽히면서 현재 상장 일정조차 불투명하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우버 역시 상장 후 기업가치가 35%나 깎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가 ARM에 대한 부분 매각이나 전체 매각, 또는 기업공개(IPO)까지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 몽구스 프로젝트 좌절 겪은 삼성, ARM 인수로 재도약 가능성

업계에선 손 회장이 ARM 매각가를 대략 400억 달러로 잡고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덩치가 크다 보니 후보군은 좁혀진다.

ARM과 전 세계 CPU칩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인텔은 반독점 문제에 휘말릴 수 있고 AMD는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제 대상이라 가능성이 희박하다. 애플과 삼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두 기업 모두 ARM을 인수, 라이센스 비용을 아끼면서 칩 설계 단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기업의 처지는 차이가 있다. 애플의 AP 'A시리즈'는 ARM 설계도를 기초로 하지만 애플은 이를 응용해 이미 독자적인 AP 설계능력을 확보한 상태다. 애플 입장에서는 ARM과의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기만 하면 되므로 50조원에 이르는 거액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스스로 설계 능력이 전 세계 최고라고 자평하고 있는데 굳이 ARM을 인수할 실익이 없다"고 했다.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반면, 삼성전자는 다르다. 2015년 모바일 CPU 코어를 자체 개발하기 위해 '몽구스 프로젝트'를 가동했으나 4년 만에 성능과 발열 등 경쟁력에서 한계를 느끼고 중단했다.

당시 삼성은 ARM에서 코어 아키텍처를 들여오되 핵심 내용을 뜯어고치는 방식으로 성능 개선을 꾀했지만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잡는데 실패했다.

이후 삼성은 CPU 코어 대신 신경망처리장치(N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에 집중하며 AP 성능을 고도화 시키는데 집중해 왔다.

삼성이 ARM을 인수한다면 R&D 시너지를 통해 AP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또 삼성으로선 경쟁사가 ARM을 인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로열티 문제를 차단할 수 있다. 아울러 ARM 인수를 통해 파운드리 분야에서, 퀄컴이나 애플을 상대로 협상력을 끌어올릴 여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 분야에서 1위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애플과 퀄컴 등 세트 사업 경쟁사들이 물량을 주지 않아서"라며 "삼성이 ARM을 품으면 파운드리 사업과 시스템 LSI 사업 모두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100조 움켜쥔 삼성이지만...50조원대 M&A는 부담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ARM에 지불하는 로열티 규모가 삼성의 영업이익을 고려할 때 미미한 수준이란 것이다. 삼성이나 애플이 AP 개발에 있어 시너지를 노리고 ARM을 인수하기보다는 엔지니어를 영입하는 쪽이 현실적이란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ARM 생태계가 모바일을 넘어 서버와 데이터센터로까지 확장되는 점을 들어 삼성전자가 ARM 인수에 적극적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이 시장은 현재 인텔이 독점하고 있는 분야지만 PC나 저예산·저전력 서버 및 슈퍼컴퓨터와 같은 HPC(고성능 컴퓨팅) 쪽으로 ARM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삼성전자 엑시노스 브랜드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2020.04.10 sjh@newspim.com

이처럼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삼성전자의 ARM 인수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ARM의 덩치를 고려하면 독자 인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보다 우세하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수천억원대면 몰라도 모바일 AP 성능이 올라간다는 이유만으로 삼성이 수십조 투자를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삼성의 시스템 LSI 분야 매출이 크지 않은데 ARM을 삼킨다고 해서 얼마나 큰 기술적 향상과 매출 증대를 가져올지 의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ARM에 의존하고 있는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을 인수하는 것이 현실적 해법이라고 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 등 특정 업체가 ARM을 인수하면 다른 업체에서 탈ARM을 시도할 수 있다"고 했다.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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