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2분기 사상 최대 적자 전망..이스타 인수 부담
인수 무산에도 제3항공사 지위 공고..남은 슬롯까지 배분
노선 배분 특혜·경영권 개입 의혹 등 여전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로 모기업인 애경그룹에 번질 '승자의 저주'를 끊어내며 일부 실익도 거뒀다. 이스타항공이 팟한 수순을 밟게되면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슬롯과 노선 일부를 가져와 당초 목표였던 국내 항공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소폭 이뤄낼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일방적인 계약 파기 선언으로 이스타항공 직원 1600명이 실직 위기에 몰렸다는 비판과 함께 인수 과정에서 운수권 배분 특혜, 경영권 개입 등 의혹은 남아 '먹튀' 논란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재무부담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이날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며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다"고 계약 해제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제공=제주항공) 2020.07.23 syu@newspim.com |
◆제주항공 2분기 사상 최대 적자 예상..재무구조 악화 불 보듯
이스타항공은 체불임금 250억원을 비롯해 1700억원 가량의 미지급금이 남아있었다. 제주항공은 인수 종결 전 이스타항공이 미지급금을 해결해 주길 요구했지만, 이스타항공은 여력이 없었다.
인수 후 제주항공이 미지급금을 해소하는 방안도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제주항공도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 1분기 제주항공의 영업손실은 657억원, 당기순손실은 1014억원에 달한다. 1분기 매출액도 2292억원으로 전년 동기(3929억원) 대비 41.7% 하락했다.
2분기 손실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올 2분기 실적 시장 전망치는 매출액 808억원, 영업손실 846억원이다. 지난 2005년 창립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분기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1600여 명에 달하는 이스타항공 직원의 인건비 부담도 컸다. 이 중 인건비가 높은 조종사도 220여명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기 운항 횟수가 급감하며 대형 항공사들도 조종사들의 숫자를 줄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리한 항공사 인수는 제주항공 뿐 아니라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재무구조까지 악화시킬 우려가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직원 숫자를 보면 사실상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 이스타항공 직원들도 끌어안아야 하기 때문에 고정비용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2019년 국제선, 국내선 여객 점유율 (제공=NH투자증권) 2020.07.23 syu@newspim.com |
◆딜 무산에도 국내 3위 항공사 지위 유지할 듯
딜은 무산됐지만 당초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꾀하려던 '점유율 확대'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국내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3대 항공사' 지위를 공고히 하려 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주항공(14.8%)과 이스타항공(9.5%)의 국내선 여객 점유율은 모두 24.3%로, 1위 대한항공(22.9%) 보다 높다.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제주항공(9.3%), 이스타항공(3.3%) 총 12.6%로, 2위 아시아나항공(15.3%)을 턱 밑까지 추격할 수 있었다.
이스타항공이 파산 절차를 밟을 경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스타항공이 운항했던 노선은 다른 항공사들이 나눠 갖게 된다. 제주항공이 일부 노선에 취항하면 점유율도 반등할 수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스타항공이 청산될 경우 국내 항공산업의 문제점이었던 공급과잉 부담이 완화되면서 운임 경쟁도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슬롯 및 노선 재배분 과정에서 현재 남아 있는 항공사에게 기회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선 배분 특혜·경영권 개입 의혹 여전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과정에서 노선 배분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먹튀'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스타항공 직원 1600여 명은 거리에 나앉을 위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인수합병이 진행되는 동안 제주항공은 노선 배분 특혜를 받았으며 1700억원의 공적 지원을 약속받았다"며 "수많은 혜택을 받고, 인수합병 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이스타항공 경영에도 개입해왔다"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제주항공이 이제 와 이스타항공 인수를 거부하는 것은 사회적 지탄을 받을 전형적인 '먹튀' 행위"라고 강조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