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보다 분양받는 게 좋을 것"…현실인지 부족 비판 커져
서울 당첨최저가점 60.6점...30대 청약당첨 사실상 '불가능'
특별공급 확대했지만...맞벌이 신혼부부 소득기준 충족 어려워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0대 내집 마련과 관련해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돈을 마련한다는 신조어)'로 매매하기보다는 기다렸다가 분양을 받으라고 발언하면서 3040 청년층 사이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약가점이 낮은 이들에게 서울 아파트를 분양받기란 이미 '하늘의 별 따기'인데, 주택정책의 주무부처 수장인 국토부 장관은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0.09.01 alwaysame@newspim.com |
◆ 30대 청약가점 기껏해야 57점...서울 최저가점에 못 미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장 영끌해서 집을 사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지,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을 생각해 분양을 받는 것이 좋을지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의 발언은 최근 30대를 중심의 '패닉바잉(공항구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즉, 이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에서 청년층들이 무리해서 주택 구입을 서두르기보다는, 앞으로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들이는 게 유리할 것이란 취지에서다.
문제는 2030세대 청년들이 분양을 기다렸다가 청약을 넣더라도 당첨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데 있다. 이들은 가점제 위주의 서울 청약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약가점은 무주택기간(2~32점), 부양가족 수(5~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17점) 등에 따라 결정된다. 만점은 84점이다.
무주택 기간은 만 30세부터 가점이 매겨지는데, 30대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는 20점(무주택 기간 9년 이상~10년 미만)이다. 나이 39살에 자녀 2명과 배우자 등 부양가족 수가 3명(20점)이고, 청약통장 납입기간이 15년(17점)을 넘더라도 청약가점은 57점이다. 이보다 무주택 기간이나 통장 납입기간이 짧거나, 부양가족 수가 적으면 점수는 더 낮아지게 된다.
반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청약당첨을 위해선 60점 넘는 가점이 필요한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7월과 8월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청약에 당첨된 이들의 최저 청약가점은 평균 60.6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 상반기(1~6월) 평균 최저 가점(55.9점)보다 4.7점, 지난해 1~8월 서울 평균 당첨 최저가점(43점)보다는 20점 높은 점수다.
여기에 최근 청약시장은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청년층의 당첨은 더욱 어렵게 됐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 규제로 '로또청약' 기대감은 커진 반면, 서울 새 아파트 분양은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청약시장에 수요가 몰린 탓이다. 실제 서울 은평구 DMC SK뷰 아이파크 포레는 최근 1순위 청약접수에서 평균 340.3대 1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앞서 분양한 단지들에서도 세 자릿수 경쟁률을 이어지면서 열기는 고조되고 있다.
◆신혼부부 위한 특별공급은 소득기준에 막혀 '그림의 떡'
정부는 최근 공공주택에만 있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민영주택으로 확대하는 등 특별공급 확대를 통해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소득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여의치 않다.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민영주택 생애최초 특별공급 소득기준은 월평균 소득 130% 이내로 제한했다. 생애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에 대해서도 분양가격이 6억~9억원인 경우에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신혼희망타운의 소득기준을 130%(맞벌이 140%)로 기존보다 10%포인트(p) 완화했다.
그러나 다수 맞벌이 신혼부부에게는 소득기준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기준 외벌이 신혼부부는 월 569만원, 맞벌이 부부는 월 613만원 이하의 소득이어야 특별공급 청약이 가능하다. 이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 정규직 근로자 신혼부부는 특별공급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셈이다.
이에 30대 사이에선 소득기준을 대폭 완화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30대 부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상당수 맞벌이들은 도시소득평균 140% 범위에 들지 못해 청약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맞벌이 중 생애최초의 무주택자들에 대해선 소득기준 적용을 하지 않거나 대폭 완화해 청약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호소했다.
김 장관은 앞으로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주택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분양을 노리라고 했지만, 공급이 제때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앞서 정부는 '8·4대책'을 통해 서울 등 수도권에 13만 가구 넘는 물량을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규택지 개발 3만3000가구, 공공재건축 5만 가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신규택지 개발과 관련해선 은평구와 마포구, 경기 과천시 등 지자체와 주민 반발이 극심해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주요 재건축 조합에선 사업성 저하 등을 이유로 공공재건축 참여를 꺼리고 있어 공급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청년층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조급함을 더욱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가 청년들을 위한 주택을 많이 공급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분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다"며 "이러한 현실과 괴리된 정부 정책이나 정책입안자의 발언은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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