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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부터 음저협까지...콘텐츠 업계, 플랫폼 사장한테 '반기'든 이유

기사입력 : 2020년09월02일 06:29

최종수정 : 2020년09월02일 06:29

콘텐츠 vs 플랫폼 힘의 균형 깨져
목소리 커진 콘텐츠 "제값달라" 주장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힘의 논리 속에서 숨 죽이고 있던 콘텐츠 업계가 플랫폼 사업자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다. 올초 CJ ENM이 딜라이브에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도 국내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사업자들에 '음악 저작권료율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수배협)도 '영화 콘텐츠가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어떤 플랫폼에 '그 콘텐츠'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플랫폼을 선택하게 되면서 목소리에 힘이 실린 콘텐츠 업계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는 분석이다. 이에 플랫폼 사업자는 넷플릭스 등 외산 미디어들이 국내 진출한 탓에 전체 미디어 시장의 파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로 콘텐츠 업계의 요구를 막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과 콘텐츠의 공생을 위해서는 공정한 기준을 제시하는 심판으로서의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로 보인다. 정부가 콘텐츠 산정 기준 등을 정하는 등 중간자적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을 만큼 참았다" 콘텐츠 업계의 반기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31일까지 CJ ENM과 딜라이브간 '2020년도 프로그램 사용료'에 대한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분쟁 중재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제껏 프로그램 사용료나 CPS 대가 산정을 사이에 두고 인터넷(IP)TV, 유선방송업체(SO)와 같은 플랫폼사와 지상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의 콘텐츠사 간 분쟁은 잦았다. 지난 2016년 MBC와 KT스카이라이프의 재송신대가(CPS) 분쟁이나 연초 LG헬로비전과 티캐스트 사이 분쟁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방송업계에서 '갑'의 위치를 지켜온 지상파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PP와 같은 콘텐츠사가 프로그램 사용료 대가 산정 계약을 두고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모양을 취한 것은 이례적이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SO와 PP 사이 프로그램 사용료 분쟁은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매년 잡음이 있었다"면서도 "이제까지는 SO쪽이 일방적인 '갑'의 위치에 있었지만 PP가 힘을 키우면서 공개적인 싸움이 됐다"고 봤다.

음저협과 국내 OTT의 갈등은 물론 수배협과 국내 OTT의 갈등 역시 콘텐츠 중요성이 커지면서 심화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음저협은 웨이브, 티빙, 왓챠와 같은 OTT 사업자들에 "N스크린 형태에 걸맞는 음악저작권료율을 지급하라"며 저작권료율 인상을 요구했고, 수배협 역시 "정산시스템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영화 콘텐츠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라"며 국내 OTT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는 강수를 뒀다.

기본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던 이들이 이제까지 매겨진 음악, 영화, 방송 등의 콘텐츠 가치가 합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는 데서 음저협·수배협과 OTT의 갈등 역시 CJ ENM과 딜라이브의 분쟁과 일맥상통하다.

OTT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라는 지배적인 사업자가 국내 시장에 들어와 콘텐츠 가격에 새로운 레퍼런스를 만들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미디어업계 톱니바퀴처럼 연결…"건별 중재보다 '기준' 필요"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티빙(TVING) 홈페이지 2020.07.31 abc123@newspim.com

과기정통부가 CJ ENM과 딜라이브의 중재를 위해 내놓은 해법은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분쟁중재위원회(중재위)다. 유료방송업계는 앞으로 유사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프로그램 대가 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중재위가 내놓을 중재안에 주목하고 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시청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방송시장 재원구조에 대한 제도개편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CJ ENM과 딜라이브간 갈등뿐 아니라 유료방송 사업자간 신뢰성 있는 콘텐츠 대가 산정 가이드라인 재정까지 포함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유료방송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생태계 전반의 사업자를 아울러 논의할 수 있는 정부 주도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콘텐츠 가치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바뀌면서 미디어 시장의 구조가 재편되고 있음은 물론, 저작권과 프로그램 사용료, 재송신료 문제는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촘촘히 얽힌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당장 CJ ENM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번 케이스에서는 콘텐츠 가치를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콘텐츠사의 입장이지만 티빙 운영사로서 저작권료율을 높게 받으려는 음저협과 갈등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서로 더 많이 받고 덜 주려할 뿐 이해당사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의 협상 기준이 없다"며 플랫폼사와 콘텐츠사의 갈등이 커지는 이유를 분석했다. 이어 "정부가 몇 %인지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중간자적 입장에서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을 주고 민간기업은 그 기준 안팎에서 협상을 하는 형태가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nanan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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