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최근 유로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유로 절상이 지속되면 수출이 저하되고 인플레는 떨어져 추가 경기부양 압력이 거세지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CB 정책위원들은 유로 강세가 유로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한 정책위원은 "지난 수주 간 유로가 지속적으로 절상됐는데 수요가 약한 상황에서는 우려스러운 현상"이라며 "특히 유로존 경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글로벌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발표한 이후 미달러 대비 유로 강세가 더욱 심화돼, ECB도 물가 정책 변동에 나서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연준이 물가 목표를 평균치에 맞추기 위해 인플레 오버슈팅을 용인하는 과정에서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유로존 금리가 구조적으로 더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 무역가중치 기준 유로화 가치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 2월 이후 8% 가량 상승했다.
또 다른 정책위원은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걱정"이라며, 내주 ECB 정책위원회 회의에서 물가 목표치가 한층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정책위원은 유로화 강세가 7500억유로 규모의 코로나19(COVID-19) 회복기금과 상대적으로 강력한 유로존 경제회복 등 긍정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로 강세는 이러한 긍정적 요인들과 더불어 유로가 미달러 대비 저평가돼 있었다는 사실이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일 수 있다"며 "지금은 문제가 아니지만 장차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ECB 관계자들은 이러한 유로화 강세에 대해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며 인플레 정책을 손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주 필립 레인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달러 환율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해 유로가 달러 대비 일시 후퇴하기도 했다.
이자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는 이번 주 로이터 통신에 "달러 하락에 따른 세계 교역 활성화는 유로 강세에 따른 유로존 수출 감소로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ECB는 내주 정책회의에서 2022년 인플레 목표치를 기존의 1.3%에서 1.2% 또는 1.1%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픽텟자산관리의 프레데릭 듀크로젯 전략가가 예상했다.
듀크로젯 전략가는 ECB가 인플레 목표치를 '2% 부근'에서 한층 하향 조정하면 경기부양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ECB가 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기부양 조치는 1조3500억유로 규모의 긴급 채권매입 프로그램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ABN암로의 마크로 및 금융시장 리서치 책임자인 닉 쿠니스는 "ECB가 내주에는 대응을 삼가고, 연말에 긴급 채권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5000억유로 확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바클레이스의 이코노믹스 리서치 책임자인 크리스티앙 켈러는 "ECB가 유로 절상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금리를 낮추는 것이지만, 이미 예금금리가 -0.5%인 상황에서 이러한 옵션을 택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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