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많은 참고가 될 것"...부정적이지 않아
전문가 "도입할 수 있으나 실효성 있을까"
[서울=뉴스핌] 문형민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이 같은 제도를 도입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도입할 수 있지만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물가수준이 다르고,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이란 차이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상승, 장기금리 상승 등 부작용도 감안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27일(현지시간) 원격으로 진행된 잭슨홀 회의에서 연준이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라는 물가상승률 목표를 상한이 아닌 평균치로 정하면서 물가상승률이 2%를 넘더라도 한동안 용인하겠다는 거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고물가와 싸우는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연준의 평균물가목표제는 고물가 대신 계속되는 저물가와 싸우겠다는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제 상황이 일본과 같은 저물가·저성장 장기불황을 우려해야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역시 한은법 1조1항에 명시된 '물가안정을 도모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한은은 물가안정 목표를 정하고 이를 맞추기 위한 통화신용정책를 써왔다. 그렇지만 지난 2016년 이후 물가상승률은 목표인 2%를 지속적으로 밑돌고 있다. 지난 4년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해와 올해는 0%대로 내려가기도 했다.
[자표=통계청] 2020.08.28 hyung13@newspim.com |
한은은 전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0/2%에서 -1.3%로 낮추면서 물가상승률을 0.4%로 전망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하면서도 물가상승률은 1.0%를 예상했다. 결국 한은도 미 연준처럼 고물가가 아닌 저물가와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처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날 금융통화위원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 "연준이 통화정책 운용체계를 리뷰하는 과정을 쭉 밟아와서 어떤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지 나름 많은 정보를 받아서 분석하고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다"며 "연준의 내용을 보면 저희들이 앞으로 어떻게 통화정책을 운용할지, 또 물가안정목표제를 어떻게 운용할지 하는 것에 대해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과 같은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에 부정적이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도 한은이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그렇지만 부작용과 이 제도를 통해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가도 따져야한다고 짚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은이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을 못할 거는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반드시 해야할 유인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우리나라는 물가수준이 다르고,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연준이 추가 금리인하를 안하는 대신 할 수 있는 국채매입 능력과 한은의 그것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면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상승 등도 우려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평균물가목표제 발표 이후 미국 채권시장에서 장단기금리차가 확대됐다"며 "우리나라는 올해 추경에 이어 내년에도 적자국채를 발행을 통해 재정확대정책을 써야하는 상황이라 장기금리 상승을 우려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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