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CP-국내ISP 룰 새로 세팅하기 위함"
인기협 반발..."글로벌CP 입김 작용"
[서울=뉴스핌] 김지나 나은경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른바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을 만들며 구글·넷플릭스·페이스북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국내 인터넷망제공사업자(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할 근거법이 마련됐다.
시행령의 주요 요지는 글로벌 CP 등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의무화하는 것으로 의무화에 적용받는 사업자는 일평균 이용자수 100만명 이상에 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로 기준이 결정됐다.
과기정통부는 전날 시행령 관련 기자스터디를 통해 "특정 사업자를 타깃으로 만든 법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법 적용을 받는 사업자 총 5곳 중 네이버와 카카오를 제외하고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CP가 3곳인 만큼 국내법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던 글로벌CP들이 국내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됐다.
◆과기부 "통신이슈 문제 없다"...국내CP "ISP와 망 이용료 협상에 불리해질 것"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넷플릭스 로고 [사진=넷플릭스] 2020.09.08 alice09@newspim.com |
8일 과기정통부는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에 필요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9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해외 정부와 기업들이 개정안에 우려를 표하는 부분에 대해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통상 관련해선 연구반에 법이 통과된 직후부터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 연구반에 산업부 자유무역협정팀의 직원도 참여해 주의 깊게 살펴봤다"면서 "개정안에는 서버나 현지화의 의무화를 담지 않아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법 적용대상이 되는 CP들은 이용자에 오류나 중단 없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부여된다. 트래픽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콘텐츠 전송량을 최적화해야 하는 한편 데이터센터 운영 등을 통해 서버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동안 망 안정 책임이 ISP에게만 있었다면, 이제는 CP들도 그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글로벌CP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은 이 같은 의무를 부과하는 근거법이 생기게 되면, 구글 등 글로벌CP도 네이버처럼 ISP에 망 사용료를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현재 네이버는 한 해 동안 국내 통신사업자들에 약 700억원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고 카카오 역시 약 300억원을 지불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외 업체 중에선 페이스북이 지난해부터 약 100억원에 달하는 사용료를 내고 있는 반면 구글과 넷플릭스는 국내 ISP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특히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갈등으로 대립각을 세우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경우 이번 시행령 세부기준이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오는 11일 항소심이 예정된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 소송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넷플릭스와 페이스북 모두 소송에서 불리해졌다"며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사건의 경우 재판부에서 이번 개정된 규정을 적용시킨다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정황이 망 분쟁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재판부에 인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카카오나 네이버 등은 ISP와 협력하고 협의하는데 유독 넷플릭스, 유튜브 등 국내에서 성장세가 뚜렷한 글로벌CP들은 망 의무를 지고 있지 않다"면서 "이번 입법의 추진 배경은 글로벌CP들과 국내ISP들 간의 룰을 새롭게 세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CP 입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법적으로 안정적인 망에 대한 책임이 CP들에게도 부과되며 망 사용료가 올라갈 가능성이다.
한 국내 CP업계 관계자는 "ISP와 망 사용료를 협의할 때 CP가 불리해질 수 있다"면서 "과기정통부에선 CP와 ISP 간 기존 망 사용료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곤 하지만 그것은 장담할 수 없고, 통신사와 국내CP는 갑-을 관계에 있는데 CP입장에선 의무만 강제해 망 협의에 불리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행령 전면 수정해야"...반발 나선 인기협
글로벌CP들이 회원사로 포함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과기정통부가 입법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 안에 대해 "시행령을 전면 수정해야한다"는 입장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하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인기협은 시행령 기준이 모호하고 표현이 불명확해 헌법상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행령 적용 대상 기업을 정하는 기준인 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과 일평균 트래픽 양 국내 총량의 1% 규정에 대해 김재환 인기협 정책국 실장은 "일 평균 이용자 수나 트래픽 양 등은 정부에서 집계한 자료가 아니라 통신사 자료를 받아쓸 텐데 검증할 수 없는 자료로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은 말이되지 않는다"며 "CP 입장에선 트래픽을 집계할 수 없는 만큼 대상 사업자에 들어가는지 아닌지를 알 수 없어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또 시행령이 법률에서 위임한 범위를 넘어섰다는 입장도 이어갔다. 김 실장은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는 조치를 수행한 후 그 이행 현황에 대한 자료를 작성해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매년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은 법률의 위임 범위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무를 규정한 것"이라며 "자료 제출이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라는 목표와 어떤 연관성이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대상 부가통신사업자에 트래픽 양에 대해 통지한 뒤 사업자가 제시한 수치와 비교해 최종 확정하는 절차를 거치겠다고 했다. 연 1회의 자료제출 요청에 대해서도 서비스 안정수단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적 수단으로써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ICT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법안을 다룰 때 가장 반대가 심했던 곳은 넷플릭스로, 넷플릭스는 인기협에 SK브로드밴드와 소송을 하고 있는 상황에 자신들도 회원사이니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압박을 행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과기정통부가 예상보다 빨리 앞당겨 시행령을 공개한 이유도 글로벌CP들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자 이에 대한 잡음을 최소화하기위해 서둘러 공개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페이스북,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CP들은 이번 시행령과 관련해 "인기협과 같은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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