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들, 온라인 수업 전환에 "사이버 대학 다니는 기분" 귀국 고민
코로나19 언제 종식될 지 몰라 현지서 퇴직 고민하는 이들도 늘어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 스페인에서 한인민박 사업을 했던 박모(32) 씨는 2년 만에 사업을 접고 지난 4월 귀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현지 사업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로 돌아온 박씨는 서울에서 작은 카페를 열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카페 최근 매출이 확 줄었다. 박씨는 "스페인 얘기만 들어도 눈물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되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 미국행 파일럿 자격증을 따려고 2018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김모(31) 씨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김씨는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큰 돈을 만지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학비와 생활비 등 1억원 넘는 돈을 쏟아부어 미국에서 파일럿 자격증을 공부했다. 김씨는 지난해 여름 귀국했지만 코로나19가 앞길을 가로막았다. 코로나19로 항공·여행업 채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던 것. 김씨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큰 돈 들여서 준비했던 일들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사업, 공부, 취업계획 등을 갖고 해외로 나갔던 사람들이 속속 꿈을 접고 귀국하거나 귀국을 고민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하면서 인생 계획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1주일 연장된 7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열차에서 내리고 있다. 2020.09.07 yooksa@newspim.com |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이 개개인의 삶의 궤적까지 바꿔놓고 있다. 코로나19가 인생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개개인이 느끼는 변화와 충격은 적지않다. 특히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여행업계, 항공업계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 업계 종사자 등도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노력이 부족해서',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닌 단순히 타이밍과 운이 좋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좌절감을 더 키우는 모양새다.
회원수 20만명이 넘는 한 유학생 카페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귀국을 고민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일본에서 회사를 다닌다는 A씨는 "회사를 휴직하고 잠시 한국에 와 있는데, 재입국도 되지 않고 코로나19가 올해 안에 잠잠해질 것 같지도 않아 이대로 퇴직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유학생들의 고민도 깊다. 해외 대학 역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속속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사이버대학을 다니는 느낌인데 굳이 유학생활을 지속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늘면서다.
일본 유학생인 B씨는 "대학생인데 2학기도 온라인 수업이 될 것 같고,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감이 안잡혀서 코로나19가 괜찮아질 때까지 일시 귀국해야 할 지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계획이 틀어지면서 앞으로의 인생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 지 막막함을 호소하는 글도 눈에 띈다.
80만명이 가입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C씨는 "첫 학기 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소속감을 잃은 뒤 결국 일년을 휴학했다"며 "한국으로 돌아왔더니 인생이 리셋돼 있어서 백수로 반년 살았더니 정신까지 피폐해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다는 D씨는 "여기도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 한국에 돌아가도 휴학생 신분이라 어차피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한국에서도 아르바이트 자리도 찾기 어려운데 코로나19가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수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실상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종식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국내 재확산으로 싱가포르, 대만 등 일부 국가가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자가 격리 등의 방역 강화 방침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역시 1년 후인 내년 추석 이전쯤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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