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의견부터 '주식매수청구'까지...권리행사 나선 주주들
반대 부딪힌 기업, 분할 비율 바꾸거나 일보 퇴진하며 재시도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LG화학이 전지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하기로 하면서 소액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를 보고 투자했는데 석유화학 주식만 남게 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분할 소식 이후 이틀간 주가가 11% 넘게 빠지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며 분할안이 주주총회에서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앞선 사례를 살펴보면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접어야했던 사례도 적잖기 때문이다. 사업분할은 주총 특별결의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총발행주식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LG화학은 LG 측에서 30%, 국민연금이 10% 가량의 지분을 보유중인데 만약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다면 LG 측 입장에선 상황이 복잡해진다. 아직까지 이번 사안과 관련해 국민연금 측의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의 모습. 2020.08.27 kilroy023@newspim.com |
◆'반대표'부터 '주식매수청구'까지...주주 반발에 '합병' 물거품
먼저 주주총회까지 가서 합병이 무산된 경우는 지난 2016년 원익그룹 사례를 들 수 있다. 당시 원익그룹은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원익IPS가 테라세미콘을 흡수합병하는 안을 내놨다.
문제는 합병 비율이었다. 피인수회사인 테라세미콘의 주주들은 최근 회사의 수주잔고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상황에서 회사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반발했다.
두 회사의 합병을 위해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원익IPS의 주주들은 합병안을 가결시켰지만 테라세미콘 주주들의 찬성 비율은 참석 주주 3분의 2에 못 미쳤다. 한 차례 고배를 마신 원익IPS는 지난 2018년 말 합병을 재시도해야 했다.
지난해 10월 동부제철의 자회사 흡수합병 시도도 무위에 그쳤다. 동부제철 채권단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더니 지분 25.6%를 보유한 주주가 반대 의사를 통지하고 나섰다.
채권단은 동부제철이 합병의 필요성을 주주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을 생략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제철은 반대 의사를 표명한 주요 주주들과 협의해 지난 3월 자회사 동부인천스틸과의 합병 재수에 성공했다.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인해 주주총회 문턱을 넘고도 합병을 포기해야 했던 기업도 있다. 바이오기업 툴젠과 제넥신 얘기다. 두 기업은 지난해 7월 말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안을 가결했지만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합병이 무산됐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분할 등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보유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되사달라고 청구하는 권리다.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툴젠과 제넥신의 경우 합병된 회사의 주식 보유를 원치 않는 주주들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회사 부담금을 넘어섰다.
소액 주주들을 중심으로 합병비율에 대한 불만 등이 제기돼왔다. 당시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불안한 경제환경이 맞물리며 두 회사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14년 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도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합병 조건으로 내세운 한도로 초과하면서 합병 계약을 취소한 바 있다.
다만 이번 LG화학의 경우 지배구조에 변화가 없는 단순 물적 분할인 만큼 매수청수권은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2020.03.30 iamkym@newspim.com |
◆"내려놓거나 밀어붙이거나"...현대重, 진통 끝에 분할 성공
주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스스로 합병 계획을 철회하기도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재작년 5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계획을 미뤘다.
당시 현대차는 현대모비스를 존속 부문과 분할 부문으로 나누고, 분할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하지만 분할·합병이 현대모비스에 불리하다며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 권고가 계속됐다. 여기에 부정적 여론도 커지면서 주총 문턱을 넘지 못하리란 전망이 나오자 현대차는 합병 카드를 도로 넣어야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월 말 진통 끝에 회사의 물적 분할안을 주주총회에서 통과시켰다.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주주총회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으나 주총 장소와 시간을 변경하며 마무리했다. 총 주식수의 72% 가량을 보유한 주주들이 참석해 99.9%의 찬성률도 통과시켰다.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약 3%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는 크게 반발했다. 사측을 상대로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조차 보장하지 않았다"며 '주주총회결의 효력정지 등 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위기에 처했던 삼광글라스도 합병 가능성에 숨통이 트였다.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군장에너지, 이테크건설과 분할·합병 비율을 조정한 것이다. 삼광글라스 측은 합병가액을 시가평가에서 자산가치로 변경해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최대한 높였다는 입장이다.
삼광글라스는 오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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