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기소 이후 8개월 지났지만 '아직도' 정식 재판 안 열려
검찰은 수사 진행 중…변호인 "피고인별로 증거 분리해달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송철호 변호사를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사건이 기소 8개월을 맞았지만 아직도 정식 재판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13명에 대한 4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앞선 절차에서는 증거목록 제공 자체가 되지 않아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검찰과 변호인이 피고인 별로 증거분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날을 세웠다.
특히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측 변호인은 "증거기록 중 기록1과 별책1 부분은 저희 피고인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증거 동의 여부를 밝히는 것 자체가 재판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 같다"고 주장했다.
[울산=뉴스핌] 남경문 기자 = 송철호 울산시장[사진=울산시청]2019.11.14 news2349@newspim.com. |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사건 증거들은 모두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 필요한 증거들로 무관하지 않다"며 "2018년 울산시장 선거에서 송철호 당선이라는 목표 하에 선거캠프 구성부터 선거 전략 수립, 하명수사, 선거지원, 후보자 매수, 울산시정 자료 유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범행이 이뤄진 것인데 범행의 경위와 배경 등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신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증거는 공소사실과 관련성이 있는지 관점에서 봐야한다. 검찰은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 필요한 증거를 신청했고, 피고인들은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것으로 충분하고 검찰의 증거 신청에 대해 특정 방식을 주장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재판부는 양측의 날선 공방에 증거별로 어떤 공소사실과 관련 있는지 설명을 하는 '증거 설명서'를 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지만, 검찰은 "증거인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설명서를 미리 제출하면 재판부의 심증을 갖게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이 동의한 증거만 재판부가 볼 수 있는데, 설명서를 먼저 낼 경우 재판부가 어떤 증거가 있는지 모두 보고 재판을 시작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재판부는 "보통 설명서를 낸다고 하면 피고인 측이 왜 재판부에 설명서를 내느냐고 하는데 이건 반대의 상황"이라면서 "저희가 증거목록을 정식적으로 받지는 않은 상태이니 검찰과 변호인이 한 번 더 상의 하시고 조율할 수 있는지 살펴봐달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우선 오는 10월 30일 준비기일을 한 번 더 진행하고,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 정식 재판 절차로 넘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뉴스핌DB] |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당시 김태은 부장검사)는 지난 1월 29일 이들이 문재인 대통령 측근인 송철호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김기현 전 시장 측근을 '하명수사' 하는 등 선거에 개입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송 시장은 2017년 9월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수사를 청탁하고 송병기 전 울산부시장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하던 문모 행정관에게 김 전 시장 측근들의 비위정보를 제공해 이를 재가공한 범죄첩보서를 만들게 했다.
이후 백원우 전 비서관이 이를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경찰청과 울산지방경찰청에 순차적으로 하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또 황 전 청장이 당시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들을 인사조치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공공병원 설립'을 송 시장의 핵심 공약으로 선정하기 위해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공소사실에 포함했다. 송 시장과 송병기 전 부시장은 선거공약 유치를 위해 2017년 10월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게 전임 김기현 시장의 공약이었던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를 늦춰달라고 부탁했고, 장 전 비서관이 이를 수락했다는 것이다.
또 한병도 의원에 대해서는 울산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 참여하려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공기업 사장 등 직을 제공하겠다며 출마 포기를 권유한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밖에도 송 시장의 선거공약 수립과 후보자 TV토론 자료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울산시청 내부 자료를 유출하고, 송 시장의 측근을 정무특보로 채용하기 위해 면접질문 등 시험지를 유출한 울산시청 직원들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을 일괄 기소하면서 공범들에 대해서는 총선 이후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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