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정보' 담긴 전자처방전 병원 → 약국 전송해 기소
법원 "단순 전달은 개인정보 처리로 볼 수 없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병원 처방전에 기록된 환자 민감정보를 전자처방전 형식으로 약국에 유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SK텔레콤과 임직원들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윤강열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텔레콤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 관련업체 대표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2020.08.24 pangbin@newspim.com |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SK텔레콤 측이 병의원으로부터 받은 암호화된 전자처방전을 중개 서버에 저장했다가 약국에 전송한 행위가 민감 정보인 환자들의 처방 정보를 수집·저장·보유하는 개인정보 처리로 볼 수 없고 이를 약국에 제공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암호화된 정보가 민감 정보인 처방 정보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행정안전부 소관부처에서 발간한 관련 지침·고시 해설 및 법 해석상 민감 정보 수탁자가 별도로 개인정보 주체인 환자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며 "형사재판에서 소관부처의 해석을 존중할 필요도 있다"고 항소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SK텔레콤과 관련업체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무죄로 판단한 이상 방조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임직원과 대표에 대해서도 당연히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SK텔레콤은 병의원의 처방을 약국에 단순 중개하는 역할만 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한 '개인정보 처리자'에 해당하지 않아 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개인정보 처리자는 업무목적으로 개인정보 파일을 운영하고 처리하는 공공기관 또는 단체를 말하며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위험이 있는 민감 정보에 대해서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법원은 SK텔레콤이 개인정보 처리자에 해당되지 않아 별도의 환자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의사가 작성한 처방전을 환자 동의 없이 의사들의 컴퓨터에서 SK텔레콤 본사 서버로 자동 저장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민감한 환자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지난 2015년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SK텔레콤은 2010년부터 의사들이 작성한 전자차트를 약국에 전송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은 처방전을 건당 50원씩 판매해 총 36억원 상당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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