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형 "돈 없고 가정사가 있다면 다 월북해야 하나"
[인천=뉴스핌] 홍재경 기자 =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들은 25일 당국의 월북 가능성 제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군과 정보 당국은 지난 21일 실종된 해수부 산하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8급 공무원 A(47) 씨가 월북을 시도하다가 북측 해상에서 표류했고 22일 북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의 유족들은 당국이 제시한 월북 근거가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수긍하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은 A씨의 월북 시도 근거로 그가 연평도 인근 해역의 조류를 잘 알고 있고 해상에서 소형 부유물을 이용했으며 북한 선박에 월북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들었다.
이에대해 A씨의 친형은 "(동생이 타고 있던) 선박에 공무원증과 신분증이 그대로 있었다"며 "북한이 신뢰할 공무원증을 그대로 둔 채 월북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바다에서 4시간 정도 표류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공포가 몰려온다"며 "동생이 실종됐다고 한 시간대 조류의 방향은 북한이 아닌 강화도 쪽이었으며 지그재그로 표류했을 텐데 월북을 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군 당국이 책임 회피를 위해 월북한 것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무궁화10호[사진=인천해양경찰서]2020.09.25 hjk01@newspim.com |
해경도 전날 A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 대한 현장 조사에서 유서 등 월북했다는 물적 근거는 없지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해경은 월북 가능성 근거로 실종자의 신발이 선박에 남아 있었던 점과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평소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한 점 등을 들었다.
이에대해 A씨의 형은 실종되기 전 채무로 힘들어 했다는 점이 월북의 이유로 제시되는 것에 대해 "돈 없고 가정사가 있다면 다 월북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또 선박에 남아있었다는 신발(슬리퍼)에 대해서도 동생의 것인지 확실치 않으며 밧줄 아래 있었던 상황이라 월북 가능성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어업지도선의 선상 근무 환경을 잘 아는 한 수산직 공무원은 "선실내 휴식이나 식사를 할 때 슬리퍼를 신는 경우가 있어도 근무나 미끄러운 선상 출입때는 보통 운동화나 근무용 장화 등을 신는다"며 해경의 주장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해경은 전날 어업지도선 승선 조사 후 가진 브리핑에서 "동료들은 A씨가 월북이나 북한에 관심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유족 측은 실족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키가 180cm인 A씨가 허벅지 높이인 난간 너머 바다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A씨의 형은 동생이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로 이동해 근무한지 3일 정도밖에 안 돼 선내 사정에 어두울 수 있었다는 실족 가능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는 A씨가 단순 실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도 "당일 기상이 아주 양호했고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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