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 조현범 사장과 대결구도 형성할지 불분명
승계절차·경영권·재산권 등 문제제기 목적 제각각
42% vs 30%…"지분율 차이 커 분쟁 현실화 확률↓"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조양호 회장의 지분 양도로 촉발된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할지 주목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은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조 회장에 대해 신청한 성년후견 재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차녀 조희원씨가 조 이사장과 함께 진영을 형성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형제들이 조 부회장과 맞선다 해도 지분율 차이가 커서 실질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왼쪽부터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사진=한국테크놀로지그룹] 김기락 기자 = 2020.06.30 peoplekim@newspim.com |
1일 업계에 따르면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은 조만간 법원에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신청 관련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8월 25일 조 부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회장님의 건강상태 등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성년후견 절차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부회장이 청구인과 같은 자격을 갖는 참가인으로 참여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조 부회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 관계자는 "의견서 제출 기한까지 의견을 내려고 한다"며 "어떤 내용을 넣을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조양래 회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조현범 사장에 양도했다. 조 사장은 지분 42.9%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권 승계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조 이사장이 "회장님의 평소 신념과 다른 결정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청구를 접수하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현범 사장을 제외한 형제들이 조 사장과 맞서 전선을 형성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형제들이 조양래 회장의 지분 양도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지만, 경영권 승계를 문제삼는 속내는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조 이사장은 경영권 승계 절차를 문제삼고 있다. 조 이사장측 대리인은 "승계 과정이 투명해야 하는데, 절차나 시기적으로 밀실에서 결정돼 갑자기 주식거래가 이뤄진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가족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되고 결정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권이나 재산권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조 이사장 측은 "지주사 전환 당시 주식 전환을 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형제들마다 상황이 조금씩 달라 (경영권 분쟁 등을) 도모하기에는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사회공헌에 대한 소신을 밝혀온 것과 달리 갑자기 조현범 사장에 지분을 넘긴 것에 대해서도 자발적인 의사였는지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조 이사장의 입장이다.
반면 조현식 부회장은 경영권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각각 19.32%, 19.31% 보유하며 형제경영을 유지해왔지만 조 회장의 지분 양도로 승계구도에서 조현범 사장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10.8% 지분을 가진 차녀 조희원씨는 재산분할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조희원씨는 조양래 회장과 조현범 사장에게 본인 명의 계좌의 출금내역에 대해 설명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형제들이 조현범 사장과 대결구도를 형성하더라도 조 사장의 경영권을 위협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분쟁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성년후견 재판에 따라 조 회장의 지분 양도가 번복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조현식 부회장(19.32%)과 조희원씨(10.82%), 조희경 이사장(0.83%)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30.97%로 조현범 사장과 12%포인트 가량 차이가 벌어진다. 국민연금(6.24%)과 소액주주(17.57%)의 표심을 예측하기도 어렵다는 점 역시 경영권 분쟁으로 확산되기 힘들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조현범 사장 단독 지분율이 높은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