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서울아파트 낙찰가율 91%...4개월 만에 100% 밑돌아
향후 주택경기 불확실 반영...당분간 보수적 접근 이어질 듯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아파트 매매시장에 찬바람이 불자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도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고 일반 매매시장에서 급매물이 거래되다보니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경매시장의 장점이 반감됐다. 집값 상승이 당분간 제한적인 상황에서 경매시장의 낙찰가율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9월 서울아파트 경매 낙찰가율 91%...4개월 만에 100% 밑으로
6일 대법원 경매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경매 낙찰가율이 91.0%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이후 100%를 웃돌던 낙찰가율이 넉 달 만에 100% 밑으로 내려간 것이다. 낙찰가율은 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가 비율로, 100% 이하면 평균적으로 감정평가액보다 실제 낙찰가가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낙찰가율은 올해 들어서도 지난 3월(82.2%)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낮은 것이다. 올해 낙찰가율은 4월 105.4%에서 5월 93.7%로 주춤하다 6월 100.8%, 7월 105.8%, 8월 102.0%로 3개월 연속 낙찰가율 100%가 넘었다.
낙찰률(경매건수 대비 낙찰건수)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6월 낙찰률은 63.6%, 7월 60.9%, 8월 69.8%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아파트 경매물건 33건 중 20건이 주인을 찾아 낙찰률 60.6%를 나타냈다.
전반적으로 아파트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어든 반면, 단독주택과 오피스텔 등은 낙찰 경쟁이 높았다. 경매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아 틈새시장으로 꼽히고 저금리에 월세수익을 생각한 투자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단독주택은 4건이 경매 절차에 들어가 2건이 낙찰됐다. 평균 낙찰가율은 101%로 올해 들어 최고치다. 올해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간 것은 처음이다. 오피스텔도 3건 중 2건이 낙찰됐고, 낙찰가율은 95.6%를 보였다. 오피스텔 낙찰가율은 지난 2월(98.5%) 이후 가장 높았다.
◆ 아파트 거래량 급감에 경매시장도 관망세 확산
최근 주택경기 분위기가 경매시장에 상당히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매도자와 매수자간 눈치보기가 극심하고, 신고가와 급매물 거래가 혼재된 형국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선뜻 고가에 주택을 매입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실제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거래건수는 2082건으로 월별 거래건수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달 4961건 대비 반토막 수준이며 전년동기(7021건)와 비교하면 30% 수준이다. 거래시점과 등기시점의 시차가 존재해 9월 거래량이 조금 늘 수 있지만 2100건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강남과 강북의 구분 없이 전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이 쪼그라들었다. 강남구는 지난 8월 226건이 거래됐으나 지난달에는 84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서초구는 271건에서 89건, 송파구는 281건에서 95건으로 각각 줄었다. 강북지역에 거래량이 가장 많은 노원구도 387건에서 184건으로 줄었다.
아파트 경매시장의 낙찰가율과 낙찰률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도 관망세를 키우는 이유다.
경매시장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물의 감정가액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감정가액은 통상 6개월 전에 결정해 기준가로 제시된다. 현시점에서 추가 상승여력이 높지 않다면 보수적으로 경매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반 주택시장에서 지역적으로 급매물이 나오는 것도 경매의 매력을 감소시키는 이유다.
지지옥션 오명원 선임연구원은 "주택경기 관망세와 코로나 영향으로 응찰자수가 전반적으로 줄었다"며 "다만 일반 매매시장보다 경매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많아 낙찰가율과 낙찰률이 급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