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공시 관련 기본적 이해 결여…정기공시로 충분"
검찰 "불법성 인식…증거 토대로 기망 행위 입증할 것"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계열사 상상인저축은행을 통해 불법 대출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준원(46) 상상인그룹 대표가 첫 정식 재판에서 "담보 제공 미공시가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8일 오후 2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유 대표와 법인 등 22명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특혜 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가 6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0.06.19 dlsgur9757@newspim.com |
유 대표 측 변호인은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은 담보 제공에 관한 공시 의무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며 "발행사들이 공시한 자금 조달 목적대로 자금이 사용될 것이라고 인식했다"고 부인했다.
이어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의 본질은 기망"이라며 "발행사나 저축은행 모두 기망에 대한 의식이나 의도가 없어 사기적 부정거래를 구성하는 기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유 대표 측은 담보 제공 사실에 대한 공시와 관련해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들은 대출자 지위에 불과해 주요 사항에 대한 보고서를 공시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검찰은 담보 제공 사실에 대한 미공시가 곧 사기적 부정거래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공시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결여된 형식적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시 감독기관의 전환사채 관련 문항을 보면 마지막 기타 사항에 '투자 판단에 참고될 주요 사항은 가급적 기재한다'고 적혀 있다"며 "상당히 애매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표현도 2016년 12월 9일 이후 문구가 추가됐고 이 사건 당시엔 적혀 있지 않았다"며 "CB 인수 등에 대한 담보 제공 사실을 기재하라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담보 관련 공시는 중·단기 사업보고서에 다 공시된 내용"이라며 "정기공시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은 CB 발행 및 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과 계획, 기교를 상용했다"며 "허위 공시를 통한 부정 이익 취득과 이를 위해 각 발행사 관계자들과 공모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감독기관 직원, 발행사·저축은행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공모 관계를 밝히겠다"며 "여신 심의 관련 계약서와 이사회 회의록 등 증거자료로 불법성 인식과 기망행위를 입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법원은 다음 공판기일에서 부당이득의 주체와 내용, 저축은행을 통해 취득한 이자 부분 등을 추가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에 대해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검찰에 따르면 유 대표는 지난 2015년 4월~2018년 12월 9개 상장사 대표들과 공모해 저축은행 등이 합계 623억원 상당에 달하는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상장사에 성공적으로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해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유 대표 등의 범행은 사실상 상장사들에 대한 고리 담보 대출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유 대표는 2017년 7월 저축은행이 명목상의 투자조합을 통해 180억원의 여신을 제공해 다른 상장사가 담보 없이도 250억원의 CB 발행에 성공한 것처럼 속이고, 자신이 보유하던 주식을 팔아 약 50억원의 차익을 본 혐의도 받고 있다.
이밖에도 골드브릿지 증권 인수 등을 통한 그룹 확장을 위해 수백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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