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법무부 장관에 난민 면접 인권 침해 개선 방안 마련 권고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1. 수단에서 태어난 외국인 A씨는 정치적 탄압을 피해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냈다. 2016년 5월 10일 난민 면접을 본 A씨는 집권 여당의 위협으로 정부에 반대하면 경찰이 체포하고 감옥에 가둔다는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남긴 난민 면접 조서에는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면서 일을 해 돈을 벌 목적으로 난민 신청을 했다"고 기재됐다.
#2. 이집트 출신인 외국인 B씨는 종교적 박해를 피하려고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했다. 2016년 2월 18일 난민 면접을 본 B씨는 개종 이유 등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면접 서류에는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장기간 체류하면서 일을 해 돈을 벌 목적으로 난민을 신청했다"고 적혔다.
외국인 난민 신청 면접 과정에서 서류가 허위로 기재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따르면 2015년 6월부터 2016년 8월까지 특정 공무원과 특정 통역인이 작성한 난민 면접 조서 10건이 허위로 기재됐다. 난민 신청자들은 정치·종교적 소신에 따른 행동 또는 전쟁으로 인한 박해를 피해 난민을 신청한다고 설명했지만 서류에는 '돈을 벌 목적'으로 왜곡 기재됐던 것이다.
프랑스 경찰이 파리 난민 수용소 인근의 노숙 난민촌을 철거하자 난민과 이민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난민 신청자는 인적사항과 본국을 떠난 경위, 귀국 시 박해 가능성 등을 적은 진술서와 난민인정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한다. 난민 전담공무원은 난민 신청자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후 국가 정황 등을 조사한다. 이후 통역인과 함께 난민 신청자를 면접한 후 난민심사결정서를 작성한다. 통역인은 난민법에 따라 난민 신청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통역하고 난민면접조서에 기재된 내용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인권위는 2013년부터 학생 신분으로 아랍어 통역일을 시작한 C씨가 중동 아랍권 난민 신청자 면접 과정에서 난민 통역인 윤리를 준수하지 못했다고 봤다. 피해자들이 하지 않은 말이 면접조서에 기재됐으며 C씨가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서류에 서명하라고 종용했다는 피해자 진술을 인정한 것. 더욱이 소송을 낸 다수 난민 신청자들이 본인이 하지 않은 말이 적힌 난민면접조서 내용을 변호사를 통해 확인한 점을 보면 법무부도 난민면접조서 확인 절차를 소홀히 했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난민 면접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할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법 개정을 통해 녹음·녹화 의무화 및 난민 신청자에게 생성 자료 열람과 복사를 보장해야 한다"며 "난민 심사 인력에 대한 훈련 과정과 평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했다. 이어 "난민 전담 공무원에 대한 실질적 관리 감독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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