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만 교수 "거리두기 장기화 시 피로감 커...고위험시설에 집중해야"
주영수 실장 "개인방역 전제로 거리두기 단순화해야"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 시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지면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있기에 단계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코로나19 대응 중간 평가 및 장기화 대비 토론회에서 "감염병이기 때문에 접촉 최소화를 하는 것이 사회적 거리두기"라며 "봉쇄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막대해 국내에서는 거리두기에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참여는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0인 이상 집회를 전면 금지한 지난 8월 21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 집회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2020.08.21 yooksa@newspim.com |
권 교수는 "거리두기는 심리적 피로가 있어 너무 강력하면 자발적 참여를 지속하기 어렵고 보건체계와 교육, 경제 분야에서 비용이 발생한다"며 "특히 취약산업, 젊은 연령층, 저소득층일수록 거리두기 준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거리두기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거리두기에 따른 비용이 높은 사람들에게 소요되는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것.
권 교수는 "제도적으로 유급 병가, 상병 수당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며 젊은 연령층을 풀어주되 취약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기준 완화를 고려해볼 수 있다"며 "초기에 비해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증가됐는데 초기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일주일 동안 인구 10만 명 당 5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해야 확진자 발생 지역에 10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거리두기 1단계의 경우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일상적 경제활동이 허용되지만 2단계에서는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의 집합과 모임 및 행사가 금지되며 3단계에서는 10인 이상 모임·집회·행사가 금지된다.
권 교수는 "방역, 보건의료, 사회경제 정책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거리두기를 강하게 하면 환자는 감소할 수 있지만 실업과 도산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장기적으로 국민건강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효과적인 정책은 이를 모두 고려하는 것으로 획일적 거리두기가 아닌 고위험시설과 인구에 집중하고 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실증적 근거에 기반해 정책들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명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불리는 2.5단계의 효과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공동대응상황실장은 "2단계 이상에서는 거리두기 효과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방역 정책을 단순하고 실효성 있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의 준수를 전제로 거리두기 2단계 적용이 확진자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주 실장은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중환자로 전환되기 쉬운 고위험군, 고위험시설 대상의 자세한 지침과 사회적 보호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했다.
정부도 의료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방역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부가 방역 정책에서 가장 중시하고 있는 부분은 의료와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라며 "방역과 의료, 사회 각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만큼 이들 모두를 종합적으로 살펴 지속가능한 장기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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