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핌] 순정우 기자 = 연쇄살인범 이춘재(56)가 법정에서 1980년대 화성 등지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 "내가 진범"이라고 증언했다.
자료 사진 [사진=뉴스핌DB, SBS] 2020.07.02 cosmosjh88@naver.com |
2일 오후 수원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정제)심리로 열린 '이춘재 8차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춘재는 "화성에서 발생한 10건의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춘재는 34년 만에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재판은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했으나, 지난해 이춘재의 자백을 계기로 재심을 청구한 윤성여(54) 씨의 재판으로 이춘재에 대한 증인심문이 진행됐다.
1988년 9월 16일 박모(당시 13세) 양은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윤 씨는 수사과정에서 진범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확정 받고 20여년간 복역해 지난 2009년 가석방됐다.
이후 이춘재는 해당 사건(8차 사건) 범행과 관련해 지난해 9월 18일 진행된 최초 접견에서는 경찰에 범행을 부인했으나 DNA 확보 사실과 가석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한 후 6일 뒤 열린 4차 접견에서 살인 14건과 강간 34건의 범행을 자백했다.
이춘재가 자백한 살인 범행에는 화성 사건 10건을 포함해 1987년 12월 수원 화서동 여고생 피살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에 그가 결혼해 청주로 이주한 이후에 저지른 1991년 1월과 3월 여고생·부녀자 피살사건이 포함돼 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주요사건 발생위치 및 일지 |
그는 경찰의 재수사 과정에서 성폭행도 34건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수사를 거쳐 이 가운데 9건을 이춘재의 범행으로 특정해 입건했다.
이날 이춘재는 경찰의 재수사가 시작된 후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재수사 과정에서 가족이 생각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것이 다 스치듯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춘재는 경찰이 교도소로 찾아와 DNA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추궁하자 과거 1980년대 화성과 청주에서 저지른 14건의 살인 범행에 대해 모두 털어놨다고 설명했다. 이들 사건 모두 2006년을 마지막으로 공소시효가 끝났다. 이에 따라 이춘재는 이날 8차 사건 재심에 피고인이 아닌 증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이날 현장에선 이춘재 사진·영상 촬영은 불허하는 대신 재판이 열리는 501호 법정에 카메라를 설치해 재판 상황을 504호 법정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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