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도 '비상'.. 6개월 새 자본잠식 시작
1500억 유상증자 불구, 차입금 상환 등 쓸 돈 더 많아
에어부산도 위험, 이스타·에어서울은 완전자본잠식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아시아나항공이 자본잠식을 해결하기 위해 무상감자를 결정하면서 항공업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앞서 이스타항공과 에어서울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이고, 제주항공도 자본잠식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부산도 자본잠식이 임박한 상태다.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될 경우 상장폐지는 물론, 항공업 면허취소도 가능하다.
항공사 대부분이 자산을 매각하거나 매출을 일으켜 자본잠식을 벗어나기 어렵다보니 공포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제주항공의 자본잠식률은 6.6%로, 자본잠식이 진행 중이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경영 악화로 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자본 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말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제주항공의 자본 총계는 1231억원으로, 자본금(1318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자본잠식률은 6.6%.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제주항공의 자본잠식률은 마이너스(-) 144.4%로, 재무구조는 건강한 상태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영업손실이 쌓이기 시작했다. 결국 잉여금을 갉아먹으며 제주항공의 자본 총계는 지난해 말 3221억원에서 6월 말 1231억원으로, 6개월 새 61.8% 가량 증발했다.
상장회사의 경우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자본금이 전액 잠식되거나, 2년 연속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일 경우에는 상장이 폐지된다. 항공사들은 항공업 면허취소가 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상황이다.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매출을 일으켜 이익을 만드는 것이 최상이다. 항공업계에 불어 닥친 코로나19 여파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흑자 달성이 쉽지 않다. 화물 운송도 어려운 LCC의 경우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이 경우 흔히 선택하는 방법은 유상증자다.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현금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대한항공과 같은 대형 항공사와 LCC까지 모든 항공업계가 최근 유상증자에 사활을 건 이유다.
제주항공도 지난 8월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일반 공모 흥행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은 했으나, 자본잠식 해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로 확보한 자금보다 써야 할 돈이 더 많이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연말까지 정유사들에게 유류대금 348억원과 인건비 720억원, 금융기관 채무상환에 117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연말까지 필요한 자금만 2246억원.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자금은 자체 보유현금을 사용하기로 해 자본 총계는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부산도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에어부산의 자본잠식률은 마이너스(-) 0.91%로, 3분기 경영 결과에 따라 자본잠식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에어부산도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당초 891억원을 계획했으나 그간 주가가 하락하며 모집 규모도 783억원으로 줄었다.
경영 악화로 유상증자도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아시아나항공과 같이 감자를 선택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자본잠식률이 56.3%인 부분잠식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은 곳은 제주항공과 M&A가 무산된 이스타항공,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서울은 아예 잉여금이 마이너스 상태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들과 달리 대한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은 아직 자본잠식 우려가 덜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자본잠식률은 마이너스(-) 386.9%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기내식사업부를 매각해 자금을 마련했다.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항공업계가 뼈를 깎는 자구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위기 극복이 쉽지 않다"며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조건을 완화하는 등 정부의 추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