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3.2조+α vs 이통3사 1.6조…2배 차이
이통3사 "사업영위 불가능할 수준" 읍소
정부 "3.2조 기준 일부 조정은 가능" 선 긋기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앞으로 2~3년 뒤 5세대(5G) 이동통신서비스 주파수를 신규할당할 것이고, 지금 재할당받은 주파수의 이용기한 5년도 금세 끝날 텐데, 그럼 우리는 매년 1조씩 내야합니다. 직원과 주주들, 재할당 특성이나 전파사용량 증가가 요금수익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사업자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산정해 주십시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 김순용 KT 정책협력담당, 김윤호 LG유플러스 공정경제담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과학기술정부통신부 주최로 열린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정책방안 공개 설명회에서 발표를 듣고 있다. 2020.11.17 pangbin@newspim.com |
17일 열린 주파수 재할당 공개설명회에서 수조원의 주파수 사용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이통3사의 읍소가 이어졌다. 이통3사는 올 초부터 3세대(3G) 이동통신서비스와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재할당료의 적정가격으로 1조6000억원을 제시해왔는데, 이날 정부가 제시한 안은 부과된 조건을 모두 달성해도 3조2000억원 규모로 양측 사이 1조6000억원의 갭이 있어서다.
정부도 1년간 연구반에서 논의한 내용을 설명하며 주파수 할당대가 최소 3조2000억원이라는 숫자의 합리성을 사업자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통3사는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정책 방안 설명회'를 열고 2021년도 주파수 재할당 정책에 대한 정부안을 공개했다.
과기정통부가 내년 이뤄질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방식에 대한 정부안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까지 과거 최초할당시 경매대가를 반영한다는 기본 방향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산정방식이나 조건, 구체적인 재할당 금액 범위에 대해서는 추측만 무성한 상태였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앞서 이달 말까지 310MHz 폭의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공개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혔는데, 시한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통3사를 비롯한 반대측 의견이 현재의 정부안에 크게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날 공개된 정부안에 대해 설명회에서 찬반이 오간 주요 쟁점 세 가지다.
◆경매대가 반영? "'재할당' 특성 고려 안 돼" vs "부동산 평가에도 쓰는 방법"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정책 방안 설명회'를 열었다. 사진은 토론을 위해 패널들이 자리한 모습 2020.11.17 nanana@newspim.com |
이날 과기정통부 관계자와 지난 1년간 연구반을 함께 진행한 전문가들은 주파수 재할당에 경매대가를 반영해선 안된다는 이통3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연구반에 참여한 송시강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경매대가를 반영한 '벤치마킹법'은 '비교사례법'이라고 부동산 감정평가시 쓰는 가장 기본적 공식"이라며 "과거의 가격을 이 시점에 적절히 보정하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더 있을 수 있겠으나, 경매대가를 참조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반면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신규할당과 재할당의 정책목표는 확연히 다르고, 신규할당에는 경매의 가격경쟁이 더해져 있는 것"이라며 "경매낙찰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재할당의 정책목표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주파수 재할당 산정식이 명확하지 않아 정부 재량권이 너무 큰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방식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를 들었다.
송 교수는 "주파수 할당대가는 사례별로 특수한 부분이 있어 시행령 별표3이 아니고서는 과거 경매가격을 어떻게 조정해 반영할지에 대해 획일적인 기준을 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그런 사정은 정부가 적절히 재량권을 행사하며 사업자 의견을 수렴해 접점을 찾아가면 충분하고, 오히려 그것이 적절한 대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5G 투자 연동 "이중부과·부당결부" vs "LTE-5G 주파수 특수상황 반영결과"
이날 기업측 패널로 참석한 이통3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정부의 이번 5G 투자 연동 조건이 이중부과이자 부당결부라고 지적했다.
앞서 5G 주파수 최초할당시 5G 인프라 구축 계획을 조건으로 해 5G 주파수를 할당받았기 때문에 '이중부과'이며, 5G 투자와 연동하기 위해서는 이번 재할당 주파수를 '5G용'으로 경매해야 '부당결부'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LTE 주파수의 가치 자체가 5G 투자에 따라 변동되기 때문에 가격을 연동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승근 ETRI 실장은 "5G 휴대폰은 4G와 5G 주파수 동시접속 형태이고 기지국도 4G 기지국을 마스터노드로 활용하며 의존하기 때문에 5G가 LTE망에 연동해 활용되는 NSA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현 상황, 그리고 5G 단독망이 이용되는 SA와 NSA 망이 공존할 것으로 전망되는 향후 5G 상황을 고려할 때 서로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통3사는 이번에 수립된 재할당 산정방식은 기존에 정부가 해온 대가산정방식과 크게 차이가 있으므로 법적으로 최소 1년전 통보됐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순용 KT 정책협력담당은 "과거 네 차례 있었던 주파수 재할당 사례와 다른 방법을 갑자기 적용한다면 사업자들이 어떤 예측도 할 수 없을 뿐더러 일관성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정영길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이번 신규 부과조건은 어떤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년 전 고지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5G 무선국 15만국 설치에 미달했을 때 아예 주파수 재할당을 취소하는 처분이 내려지는 것이 아니고, 기존에 무상으로 이용하던 주파수에 대해 갑자기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하는 등 주파수 대가산정에 있어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다.
◆신규 부과조건 "당장 우사인 볼트 기록 깨보라는 꼴" vs "협의 여지 있다"
신규 부과조건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주파수 재할당 대가 투자 옵션 [자료=과기정통부] 2020.11.17 nanana@newspim.com |
과기정통부가 이날 발표한 조건은 오는 2022년까지 15만국 이상의 5G 무선국을 설치하는 것이다. 15만국을 기준으로 이 이상의 무선국을 설치한 경우를 A, 12만국 이상~15만국 미만인 경우를 B, 9만국 이상~12만국 미만인 경우를 C, 6만국 이상~9만국 미만인 경우를 D로 등급화해 순차적으로 3조2000억원~3조9000억원 수준의 재할당 대가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통3사는 LTE를 8년간 꾸준히 투자해 구축한 무선국의 숫자가 15만국이었는데 이를 5G에서는 2년만에 달성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지금 나온 신규부과 조건은 여기 있는 이통3사 임원 셋에게 두 달 안에 우사인 볼트 기록만큼 100m를 달리라고 의무를 부과한 뒤 늦으면 0.5초당 수천만원의 벌금을 물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이런 의무를 조건으로 부과할 거라면 최소한 사업자들이 가능한 수준으로 해 달라"고 읍소했다.
김윤호 LG유플러스 공정경쟁담당은 "5G 기지국 하나를 구축하는 데 2000만원이 든다. 10만국을 더 설치하려면 2조원이 드는데 할당대가와 별개로 2조원을 쓰라는 것은 과중하다"고도 했다.
15만국을 모두 설치했을 때의 기초금액인 3조2000억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3조2000억원이 어떤 기준과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인지 연구반 외 이해관계자들은 알지 못하고 있다"며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예측가능한 표준화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과장은 "기준금액 3조2000억원은 연구반에서 합리적 근거에 의해 결정한 것"이라며 사실상 기준금액 자체를 큰 폭으로 하향하지는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대신 "과거 경매시 과열상황이나 주파수 총량 등 기본적인 시장환경 변화에 대한 보정과 함께 5G 무선국 15만국 기준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논의해보겠다"며 사업자의 의견 반영 여지를 열어 뒀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