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서 차명계좌 발견
미래에셋·유안타에 과징금 및 가산금 부과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금융위원회가 27년여 만에 발견한 차명계좌의 소유주 2명에게 과징금을 부과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위가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에 개설한 계좌를 최근에 와서야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이례적이다.
2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와 유안타증권(유안타)에 각각 2개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및 가산금을 부과했다. 미래에셋대우가 1억7700여만원, 유안타증권이 1억6200여만원이다.
[사진=금융위원회] |
앞서 금감원은 전자공시시스템(다트)을 통해 미래에셋(당시 대우증권)에서 1993년 이전 개설한 3억2천여만원이 든 2개의 차명 계좌를 찾아냈고 유안타(당시 동양증권)에서는 2억9000여만원이 든 2개 계좌를 적발했다. 해당 계좌들에 대한 실소유주는 해당 증권사의 법인 고객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은 차명계좌의 실소유주가 밝혀진 경우, 개설 증권사는 해당 계좌에 담긴 금액에 대한 과징금을 원천징수해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최근 들어 차명계좌 사실이 밝혀져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는 드물다. 지난 2018년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차명계좌가 드러난 사건이 가장 최근 알려진 사건이다. 이 같은 사회고위층의 차명계좌 적발은 간혹 있었으나 증권사 일반 고객의 차명계좌가 적발돼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는 흔치 않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차명계좌가 적발되는 다양한 루트가 있는데, 이번에는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한 공시 과정에서 4구좌의 차명계좌를 찾아냈다"며 "유명인을 제외하면 증권사 일반 고객의 차명계좌가 발견되는 일은 흔치 않고 특히 20여년도 더 지난 금융실명제 이후 최근 적발한 사례는 더 드물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명계좌가 발견됐다고 해서 해당 계좌를 개설한 미래에셋, 유안타 등 증권사가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대신 고객의 차명계좌에 대해 원천징수해 과징금을 납부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해당 증권사가 과징금을 납부한 뒤 고객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차명계좌의 실소유주가 과징금 및 가산금을 납부하는 게 증권사로서는 덜 부담스럽지만 당사자가 이를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과 유안타 측은 현재 금융위의 과징금 처분을 위한 납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유안타 관계자는 "해당 건에 대해 납부 절차를 진행 중인 것은 맞다"며 "납부기한 등이 촉박한 탓에 우선 과징금을 납부한 뒤 고객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래에셋은 가능한 고객이 과징금을 납부하는 방향으로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인 탓에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면서도 "지금까지 선례를 봤을 때는 대부분 고객들이 직접 과징금 등을 납부해왔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과징금은 국세로 귀속되기 때문에 정부가 체납 절차를 밟아 이를 강제로 징수하는 방법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적으로 과징금 부과 대상이 금융기관으로 명시돼 있으나 차명계좌의 실소유주가 과징금 납부를 거부하면 증권사나 정부에서 강제 절차를 집행할 수도 있다"며 "우선 증권사가 내부적인 논의를 거쳐 원만하게 과징금을 납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