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더 강력한 조치 취해야" vs "기준 없고 인권침해"
취업준비생·대학생은 불안, 자영업자는 한숨만 '푹'
[서울=뉴스핌] 김경민 김유림 이학준 기자 = 수도권에서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이 전격 금지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차라리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원천 차단하자는 주장부터 과도한 조치라는 반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말연시 대목을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막막한 생계 걱정에 한숨만 내쉬는 상황.
2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에서 23일 자정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5명 이상 모이는 사적 모임이 전격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300만원에 달하는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대다수 시민들은 이미 사적 모임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만큼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 김모(58·여) 씨는 "1년 동안 코로나를 겪다 보니까 5명이든 10명이든 무의미하게 들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스크 쓰는 일밖에 없다"며 "더 늦기 전에 '계엄령'에 준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김모(27) 씨는 "조심할 사람들은 알아서 조심하고, 안 하는 사람들은 끝까지 안 지킬 것"이라며 "K-방역이라고 자랑하더니 방역은커녕 백신 확보도 안 하고 정말 황당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게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신모(35) 씨 역시 "모임이나 중요하지 않은 약속 대부분은 이미 미루거나 취소했다. 이제 와서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에 대해서는 말이 없으면서 가족들도 모이지 말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강모(26) 씨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기준을 충족하니 차라리 3단계를 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사상 첫 1000명대를 돌파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가 한산하다. 2020.12.13 pangbin@newspim.com |
일각에서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비판하는 의견도 나온다.
A(29·여) 씨는 "업무 목적이든 놀러왔든 모임의 성격을 밝혀야 하는 게 말이 되냐. 놀러 왔지만 업무 목적이라고 할 수도 있고 기준이 불명확하다"며 "회사 때문에 서류상 주소지가 가족과 다른데, 연말연시에 만나지도 말라는 것이냐. 완전히 인권침해고 어처구니 없는 방역조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코로나로 행정력이 몰린 상황인데, 5인 이상 모임 금지로 인해 더욱 심각한 행정력 낭비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로 각종 자격증 시험이나 입사 시험이 연기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은 불안에 떨었다.
컴퓨터활용능력 자격 시험에 응시할 예정인 대학생 이모(26) 씨는 "자격증 시험은 사적 모임이 아니기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혹시 예방 차원에서 연기될까봐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취업준비생 이모(30) 씨는 "요즘에는 대부분 집에서 지내면서 공부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면서도 "입사 필기시험이 어떻게 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사상 첫 1000명대를 돌파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가 한산하다. 2020.12.13 pangbin@newspim.com |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1년동안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은 또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30대 박모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와 3단계 사이에 이렇게나 많은 단계가 숨어있을 줄 몰랐다"며 "현재도 3단계와 비슷한 매출이기 때문에 차라리 집단감염을 잡기 위해서라도 3단계로 격상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씨는 또 "직장인들도 만석 지하철에 몸을 우겨놓고 출근하는데, 5명 미만이 자리를 따로 앉아서 밥을 먹으면 정말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까 의문"이라며 "대통령이 출근 시간에 지하철 2호선을 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앞으로 3단계가 아닌 2.9단계로 또 격상될까봐 두렵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도 "50년 이상 전통이 있는 큰 음식점들도 다 폐업하거나 대출로 월세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손님이 100명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라고 치면, 50명을 들어가게 하고 그마저도 한 테이블에 5명은 못 앉게 하라는 것 같은데 도대체 방역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태진 홍대소상공인번영회장은 "홍대는 요식업뿐만 아니라 악세서리, 화장품, 의류 등 소매점이 굉장히 많아서 더 어렵다"며 "오프라인 소비 자체도 준데다 12월 들어서 확산세가 커지면서 유동인구가 많이 감소했다. 유동인구 감소는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의류나 악세서리를 사려고 나오진 않으니 전체적인 매출 감소에 영향이 있다"며 "지금도 어려워서 거리두기가 상향된다고 해서 큰 차이는 없을 정도로 현재도 너무 어렵다"고 덧붙였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실장은 "연말 모임 자체를 아예 할 수 없게 됐다. 이제는 정상적인 영업도 하기 어렵다"며 "거리두기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협소하고 영세한 가게들은 지금보다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