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14조2000억원 중 소비진작 4조
재원대비 소비지출 26.2~36.1%만 늘어
[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지난 5월 정부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한 14조2000억원 귬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 중 30%만 소비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이 기존 지출을 대체하면서 소비진작 효과가 작아진 것이다.
2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전국 카드매출 총액을 분석한 결과 사용가능업종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해 증가한 카드매출액은 4조원"이라고 밝혔다.
[자료=KDI] 2020.12.23 onjunge02@newspim.com |
정부는 지난 5월 중앙·지방정부 재원을 합쳐 총 14조2000억원 규모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다. KDI에 따르면 광역 및 기초단체별 추가 지원까지 포함할 경우 총 지원금은 최대 19조9000억원으로 늘어난다.
KDI 이 중 상품권과 선불카드로 지원된 금액을 제외하면 지원금 총액의 약 69.1%인 11조1000억~15조3000억원이 신용·체크카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신한·삼성·현대 등 8대 카드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와 대조해 실제 카드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 분석했다.
조사 결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매출액 증대 효과는 4조원으로 투입재원 대비 약 26.2~36.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금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됐고 이 중 5~6월에는 90% 이상이 사용됐으나, 지원금을 받은 사람들이 월급을 저축하고 이전소득을 지출하면서 실제 소비 진작 효과는 적었던 것이다.
KDI에 따르면 한국뿐만이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견됐다. 2009년에 대만에서 지급된 소비쿠폰의 경우 소비증대 효과가 같은 시기에 실시된 할인행사 영향을 포함하더라도 24.3%에 불과했다. 2001년 미국에서 실시한 세금감면을 통한 소득지원 정책의 경우 추가로 벌어들인 소득 중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을 뜻하는 한계소비성향이 20~40%에 불과했다.
다만 KDI는 소비쿠폰을 주지 않았다면 30%의 소비증진효과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집필한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긴급재난지원금을 가상적으로 주지 않은 사회와 긴급재난지원금을 준 사회를 비교했을 때 추가적인 소비증진효과가 투입된 예산 대비 약 30%"라며 "나머지 70%는 가계에서 채무를 상환하거나 혹은 저축을 통해 미래의 소비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KDI] 2020.12.23 onjunge02@newspim.com |
업종별로는 대면접촉이 크게 요구외지 않는 준내구재와 필수재 부문에서 매출액이 각각 10.8%p, 8.0%p 증가했다. 반면 코로나19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은 대면서비스업과 음식업의 경우 매출액이 각각 3.6%p, 3.0%p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16~18주 전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이 대면서비스업 -16.1%, 내구재 -12.7%, 음식업 -10.1%, 필수재 2.1%에 불과했다.
매출 증대 효과는 현금이 지급된 5월 첫째주에는 미미했으나 둘째주부터 효과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지급 효과는 다소 감소했다가 지자체가 6월 말~7월에 다시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매출이 다시 늘었다.
KDI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가계소득 증가로 인해 사용불가업종에서도 소비가 증가했을 경우, 사용가능업종에서의 매출 증대 효과가 과소 추정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사용불가업종의 소비가 사용가능업종의 소비로 대체됐을 경우 매출 효과가 과대 추정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onjunge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