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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서초동 사자성어]② n번방 '인과응보(因果應報)'…디지털성착취의 끝

기사입력 : 2020년12월29일 10:30

최종수정 : 2020년12월29일 13:51

지난 3월 '박사' 조주빈 구속 후 공범 줄줄이 재판행
1심서 징역 40년 등 중형 선고…'범죄집단' 조직 인정
n번방 방지법 시행·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 강화 등 남겨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올 한 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수많은 범죄 중 국민들을 큰 충격에 빠지게 한 사건은 무엇보다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었다. n번방 가담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엄중하게 처벌해달라는 목소리가 연일 나왔고 '박사방' 핵심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달 26일 1심에서 징역 40년의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n번방 사태는 '인과응보(因果應報)'로 일단락됐다.

특히 법원이 박사방을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배포하는 범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범죄집단' 조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공범들도 각 징역 7~1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범죄가 사회에 드러나 재판을 받기까지 과정과 n번방 사건이 불러온 제도 변화 등을 짚어봤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n번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핵심 운영자 조주빈. 2020.03.25 leehs@newspim.com

조주빈 "악마의 삶 멈춰줘서 감사"…1심서 징역 40년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박사로 활동하며 여성과 아동·청소년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조주빈은 지난해 9월 피해자의 신고 이후 경찰의 추적을 받아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국제공조와 가상화폐 추적 등 수사 끝에 주범을 특정, 지난 3월 16일 조주빈을 검거했다.

조주빈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체포 3일 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다. 당시 조주빈은 마스크와 겉옷 모자로 얼굴을 모두 가린 뒤 취재진의 질문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구속됐다.

이후 경찰은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주빈의 얼굴과 나이,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강력범죄 피의자가 아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혐의가 적용된 첫 사례였다.

조주빈은 같은 달 25일 검찰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취재진 앞에 나섰다. 그는 서울 종로경찰서 앞 포토라인에 서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추게 해줘서 감사드린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주빈은 재판 과정에서도 내내 차분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한 결심 공판에서는 "저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끼쳐 죄송하다"고 눈물을 흘리며 최후진술을 했다.

재판부는 조주빈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발찌 부착 등을 명령했다. 또 범죄집단 구성원으로 인정한 공범들에게도 징역 7~15년을 선고했다.

조주빈과 그 일당, 검찰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 첫 공판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조주빈은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로 추가기소돼 관련 재판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 4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와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2020.04.17 leehs@newspim.com

n번방 사태가 부른 'n번방 방지법' 시행·'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 강화

n번방 사건은 그동안 사회에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 결과 온라인 상에서 불법촬영물이 발견될 경우 인터넷 사업자의 유통 방지 책임을 강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달 10일부터 시행됐다.

사회복무요원 여러 명이 피해자 개인정보를 유출해 조주빈의 범행을 도운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회복무요원의 개인정보 유출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병역법 개정안도 지난 1일 통과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9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상습 제작한 범죄자에게 최대 징역 29년 3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양형 기준을 발표했다. 7일 확정된 양형기준은 내년 1월 1일 이후 공소제기된 범죄부터 적용된다. 

특히 양형위는 디지털성범죄 가해자의 처벌 수위를 결정할 때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요구한다는 오해를 차단하고자 가중처벌 근거 중 하나인 '심각한 피해' 관련 극단적 예시를 양형 기준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shl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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