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한국판뉴딜 등 금융지원 매번 요구
이자 유예,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제로 더 조여
與 "K뉴딜로 자금 보내 달라" 추가 요구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K뉴딜과 코로나19 대출 지원 등으로 은행권이 요구 받은 규모가 2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선 수익 창출은 규제하며 희생(막대한 출연·투자금)만을 요구하는 것을 두고, 내부적으로 견딜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금융권CEO, K뉴딜 지원방안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01.22 mironj19@newspim.com |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7일부터 이달 8일까지 시중은행이 코로나19 금융지원을 명목으로 융통해준 자금은 137조2000억원(115만1000건)으로 집계됐다. 대출 만기연장이 85조7000억원, 신규 대출이 51조5000억원 규모다.
같은 기간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이 융통한 자금이 82조7000억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코로나19 금융지원이 민간 시중은행 주도로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해 은행이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달라는 정부 요구의 결과다. 대규모 지원에 따른 금융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은행들은 국가 위기 상황을 감안해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를 둘러싼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오는 3월 종료가 예정된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의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더 연장하자고 압박하고 나선 탓이다.
연장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여당 내에서는 연말까지는 연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은행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까닭은 이자상환 유예 조치에 있다. 이자 납입마저 어려운 기업의 경우 사실상 한계에 도달한 부실기업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눈감을 경우 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이 불가피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원금 만기 연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용할 수 있다"면서도 "이자상환을 유예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는 점에서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정부와 여당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 자제'를 요구한 것을 두고도 은행권의 신음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공급하며 사회적 역할에 충실했음에도 받아든 결과물이 또 다른 '규제'인 탓이다.
앞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지도부는 지난 22일 5대 금융지주 회장을 소집해 "상업용(오피스 빌딩) 부동산에 대한 대출을 자제해달라"고 직접 요구했다. 한국판 뉴딜의 자금 물꼬를 트기 위해 은행의 대출 방향을 정해주는 '정치금융' 행보에 나선 것이다.
정부의 전방위적 가계대출 규제로 이미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은 은행들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지난 몇년 간 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가계대출은 초강력 규제로 이미 크게 위축된 상태다.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한국판 뉴딜 성공을 위해 이미 약 70조원의 막대한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때문에 은행권은 여당 지도부의 이번 요구를 사실상 "더 많은 돈을 투자하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금융지원에 한국판 뉴딜을 단순히 합쳐도 약 210조원에 가깝다"며 "정부를 대신해 총대를 메달라는 압박과 기약 없는 은행들의 희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은행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대출에 대해선 강력한 규제 일변도의 기조를 가지며 막대한 희생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것이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