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 아이디어" 해명에도 논란 가중
자료 삭제 불법행위로 국민 불신 자초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최근 한 언론에서 '정부의 대북 원전 건설 의혹'을 보도한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대북 원전게이트'로 번지는 분위기다. 정부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실무 차원의 아이디어"라고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야당은 이를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북 원전게이트 진실공방을 두고 정부 스스로 초래한 '자업자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내년 3월 대선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 및 보수언론 등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북한 내 원전 건설은 자칫 핵개발 오해를 살수도 있다. 정부가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의혹…야당 "이적행위" 비판
1일 산업통상자원부, 야당, 검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북한 원전 건설 의혹은 산업부 공무원들이 월성원전 1호기 감사 직전인 2019년 12월 무더기로 삭제한 파일 중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과 관련된 문건 17개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앞서 검찰은 "산업부 공무원 3명이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원 감사 전날인 2019년 12월 1일 업무용 컴퓨터에서 파일 530개를 지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문건은 2018년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5월 2~15일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한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바로 직전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북 원전 의혹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1.31 yooksa@newspim.com |
이를 두고 야당의 정치적 공세가 이어졌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9일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은 폐쇄하고, 극비리에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한 것은 원전 게이트 수준을 넘어 충격적 이적 행위"라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청와대에서 곧바로 "야당 대표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혹세무민하는 발언"이라며 "북풍 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며 묵과할 수 없다.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 산업부 늑장 해명 논란 가중…정치권 '원전게이트' 확대 조짐
소관부처인 산업부 역시 "실무차원의 아이디어"라고 뒤늦은 해명에 나섰지만 한 번 붙은 불은 쉽게 진화되지 않는 모습이다.
산업부는 하루 전인 31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최근 여러 보수 언론 및 야당에서 제기한 북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극비 추진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전경 [사진=산업통상자원부] 2019.10.24 jsh@newspim.com |
산업부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북한 원전 추진 논란 관련 산업부 입장' 자료에서 "산업부 내에 있는 보고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의 내용과 작성 경위 및 작성 이후의 경과 등을 확인한 결과,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고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문서의 작성 배경을 파악해 본 결과 2018년 4월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향후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산업부 각 부서별로 다양한 실무 정책 아이디어를 검토한 바 있다"며 "북한 원전 관련 문서도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산업부 내부 자료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산업부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는 본문 4쪽, 참고자료 2쪽 등 총 6쪽 분량으로 제작됐다. 서문에는 '동 보고서는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 결문에는 '북-미간 비핵화 조치 내용·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 구체적 추진방안 도출에 한계가 있으며,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된 이후 추가검토 필요'라고 기술돼 있다.
산업부는 내부에 보고서가 남아 있다는 것을 밝히면서 해당 문건 제작 사실을 인정했다. 산업부 스스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여지를 남긴 것이다. 내부 검토 수준의 보고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면서 원전 게이트까지 확대된 셈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검찰이 넘겨준 해당 문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면서 산업부가 곤혹을 치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건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충분히 오해를 살만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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