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 광복 이후 1945년 8월 9일 기점 일본인 재산 국가귀속
헌재, 재판관 전원 일치 합헌 결정 "소급입법원칙 예외 사항"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 1945년 광복 이후 미군정이 광복 이전까지 소급적용해 일본인들의 재산을 몰수하도록 한 법령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A씨 등이 낸 재조선미국육군사령부군정청 법령 제2호 제4조 등에 대해 낸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2016년 울산광역시 중구에 있는 토지를 경매절차에서 낙찰 받았다. 하지만 해당 토지는 울산시가 도로 등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A씨는 이에 대해 울산시가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 /김학선 기자 yooksa@ |
문제는 이 토지가 재조선 일본인, 즉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나라에 거주하던 일본인 소유의 토지였다는 점이다. 광복 이후 미군정은 일본인들이 소유했던 재산을 국가 귀속하면서 1945년 8월 9일 이후에 거래된 재산까지도 그 대상에 포함했다. 이 토지는 1945년 8월 10일 김모 씨가 일본인으로부터 매수했고 같은 해 9월 7일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으나, 미군정청 법령에 따라 국가 귀속 대상이 됐다.
울산광역시 측은 이에 따라 해당 토지는 국유 재산이며 부당이득금 반환청구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이에 대해 미군정법이 '소급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재는 해당 조항이 "소법입법금지원칙에 대한 예외"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1945년 8월 9일은 미군이 나가사키에 제2차 원자폭탄을 투하함으로써 사실상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시점이자 연합국 정상들이 일본에 대한 무조건 항복을 요구한 포츠담 선언 수락이 기정사실화된 시점"이라며 "그 이후 조선에 남아있던 일본인들이 자신들이 소유하던 재산을 자유롭게 거래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해도 이를 헌법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뢰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인들이 불법적인 한일병합조약을 통해 조선 내 축적한 재산을 8월 9일 상태 그대로 일괄 동결시키고, 흩어지거나 훼손되는 것을 방지해 향후 수립될 대한민국에 이양한다는 공익은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려던 일본인들이나 그들로부터 재산을 매수한 한국인들에 대한 신뢰보호 요청보다 훨씬 더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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