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제 눈앞에 놓인 작품과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고 싶어요. 또 계속 연기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고요."
tvN '청춘기록'에서 얄미운 형이자 깐돌이 사경준으로 두각을 드러낸 배우 이재원. 그간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밉상 역할을 선보인 그가 이번엔 '철인왕후'에서 철종(김정현)의 숨은 조력자인 홍별감으로 변신을 꾀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재원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21.02.10 alice09@newspim.com |
"'철인왕후'를 너무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홍별감 캐릭터가 매사에 어설픈 캐릭터인데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주셔서 감사하고요. 처음 하는 사극인데 헤매지 않고, 큰 문제없이 즐겁게 캐릭터를 소화해낸 것 같아서 저를 칭찬해주고 싶어요. 하하."
이재원이 맡은 홍별감은 '귀찮지만 나라는 구해야 하니까.'라는 마인드를 가진, 철종의 숨은 조력자이지만 궁내 낙하산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홍별감은 매사에 적극적이진 않지만, 자기애와 나라에 대한 애착이 강한 인물이에요. 그가 가진 편안한 느낌, 어딘가에 휘둘리지 않는 모습을 많이 사랑해주신 것 같아 행복해요. 홍별감의 주요 대사가 '귀찮지만 나라를 구해야 하니까'여서, 그 측면으로 많이 접근했어요. 나라는 구하려고 하지만, 귀찮아서 깊이 개입하지 않는. 또 자기애가 강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죠."
이번 작품은 불의의 사고로 대한민국 대표 허세남 영혼이 깃들어 '저 세상 텐션'을 갖게 된 중전 김소용(신혜선)과 두 얼굴의 임금 철종 사이에서 벌어지는 영혼가출 스캔들이다. 여기서 홍별감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재원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21.02.10 alice09@newspim.com |
"작품에 임할 때 두 가지 갈림길이 있다면 조금 더 진중하고 무겁고 힘 있게 가는 길이 있고 유쾌하고 가볍고 보기 편하게 길이 있어요. 저는 후자를 택하는 편인데, 그 부분을 재밌게 봐주시고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 잘 선택한 것 같아요(웃음). 조금 더 유쾌하게 하고 밝게 하려고 한 게 잘 먹힌 것 같아서 기분 좋죠. 하하."
이재원은 전작 '청춘기록'에 이어 '철인왕후'까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에 참여했다. '철인왕후'는 14.8%(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기준)로 마지막까지 화제 속에 종영했다. 그는 "제가 운이 좋은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작품 시청률의 일등공신은 (신)혜선이라고 생각해요.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는데, 너무 잘해줘서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또 너무 센스있게 연출해주신 감독님, 골 때리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주신 작가님까지. 우등 고속버스에 운 좋게 탄 것 같습니다. 하하."
이재원은 2008년 영화 '강철중:공공의 적 1-1'로 데뷔했다. 무려 14년차이지만, 사극은 '철인왕후'가 처음이다. 정통사극이 아닌 퓨전사극이지만, 장르에서 오는 두려움이 존재했다고 털어놨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사극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어요. 사극 말투나 실존해 보지 않은 시대를 표현하는 게 두렵더라고요. 그래서 의상이나 시대적 상황들에 이질감이 있는 부분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시대에 실존했던 인물처럼 보이기 위해 고민했고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재원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21.02.10 alice09@newspim.com |
사극에 도전하며 많은 노력을 더했지만, 아쉬운점도 분명 존재했다. 촬영 때마다 본인뿐 아니라 상대 역의 애드리브까지 준비하고 리허설을 주도하며 그야말로 '신메이커'의 면모를 뽐냈지만, 모든 것이 카메라에 담길 수 없기에 아쉬움은 컸다.
"작가님이 워낙 잘 만들어주셔서 대본상으로만 연기를 해도 잘 나오긴 했어요. 하지만 매사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 잘 나온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제가 욕심을 낸 만큼이 아니라 아쉬움이 남네요(웃음). 또 홍연(채서은)이와 러브라인이 생기면서 두 사람의 에피소드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는데, 욕심만큼 안 풀어진 것 같아요. 하하."
데뷔한지는 오래 됐지만, 2017년부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대중에게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특히 지난해 '청춘기록'을 통해 '믿고 보는 깐돌이'라는 평을 얻어내기도 했다.
"캐스팅이 쉽지 않고, 예상할 수 없는 직업이라 불안하고 쫓기는 기분으로 일을 해왔던 것 같아요. 불안함 속에서도 계속 일을 해왔단 점에서는 잘 닦아온 것 같고요. 주어진 역할, 장면만 생각하다 보니 13년간 해왔네요. 당장 뚜렷한 목표는 없지만 장기적인 목표는 있어요.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 이미지를 갖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믿고 본다고 해주셔서 좀 이뤄낸 것 같고 행복해요. 하하."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