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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세상을 음소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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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보행자 신호등에 녹색불이 켜졌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발을 내디딘 순간 신호를 무시한 채 달려든 우회전 차량에 놀라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놓칠 뻔했다. 자동차 소리를 못듣고 앞만 보고 곧장 뛰어갔다면 그대로 차에 치였을거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기 위해 이어폰을 꽂고 음악 어플을 켰지만 정적만 흘렀다. 이어폰이 고장난거였다. 음악은 재생되고 있었지만 이어폰이 고장난 탓에 음소거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들리지 않는다는 불편함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 나는 고작 이어폰 고장이지만 누군가에겐 세상의 모든 소리가 고장난 이어폰처럼 음소거 상태로 살고 있었다. '청각장애인'들의 이야기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는 자동차 소리가 들리지 않아 극도로 예민해졌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2.15 kh10890@newspim.com

광주에 등록된 청각장애인 수는 1만 74명이다. 광주 인구수(144만 9115명) 대비 0.7% 정도다. 장애 유형으로 살펴보면 14.5% 정도가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리를 듣는다' 많은 이들에겐 당연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겐 소원일 수도 있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작년부터 체험해보고 싶었지만 어떻게 체험할 방법이 없었다. 장애인복지관에 문의해봐도 청각장애인 체험은 달리 체험할 방법이 없어서 교육차원에서도 늘 고민인 부분이라고 했다.

지체장애인 체험은 휠체어를 타면 됐고, 시각장애인은 눈을 감으면 됐다. 하지만 청각장애인 체험은 소리를 완벽하게 차단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체험 우선순위에서도 점점 밀리게 됐다. 이제는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는 생각에 완벽한 소리를 차단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선의 방법을 찾아봤다.

◆ "안들려. 뭐라고?"

스펀지 귀마개로 1차로 귓구멍을 막은 뒤 2차로 묵직한 소음 차단 덮개까지 착용하면 엄마의 잔소리가 립싱크로 보이는 정도는 됐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2.15 kh10890@newspim.com

예비군에서 사격할 때 스펀지 귀마개로 귓구멍을 꽉 막으면 총소리를 많이 줄일 수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근처 1000원 마트에 가서 귀마개를 구매 후 길거리에서 착용해보니 자동차 소리가 고요하게 들렸다. 하지만 이정도는 조용히 말해도 대화 내용을 다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인터넷 검색 도중 '소음 차단용 귀덮개'를 찾았다. 바로 택배 주문을 했다. 설날 연휴로 엄청나게 많은 물량이 있었음에도 배송이 빨랐다. 택배 체험으로 알게 됐지만 명절에는 일당을 2배로 준다고 해도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많은 물량이 쌓인다(TMI).

2일만에 도착한 헤드셋과 비슷하게 생긴 귀덮개와 스펀지 귀마개를 같이 착용해보니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음소거 한 것처럼 세상에 나 혼자 남은 기분이었다. 물론 소리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었지만 모든 소리가 '웅~~' 이렇게 들려서 가까운 곳에서 나누는 대화 내용도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불가피하게 벗어야 하는 상황을 제외하곤 6일 동안(6~11일) 착용하면서 평소와 똑같은 일상을 보냈다.

◆ 푸른 바다 앞, 들을 수 없는 파도 소리

신안군 바다. 눈으로만 봐도 좋을 것만 같았지만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바다는 앙꼬 없는 찐빵과 같았다. 사진 이쁘게 찍으려다 밀려온 파도에 신발이 다 젖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2.15 kh10890@newspim.com

주말을 맞아 친구들과 전남 신안군으로 1박 2일 여행을 갔다. 일에 치여 사는 직장인들에게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 만큼 힐링되는 것도 없기에 체험을 핑계삼아 휴식하러 갔다.

설레임을 가득 안고 바다에 도착했지만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바다는 적막함 그 자체였다. 갈매기의 '끼룩끼룩', '쏴아~' 파도 소리도 들을 수 없자 보이는 것 만큼 듣는 것 또한 감정을 느끼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깨달았다.

◆ '코로나19' 1년...청각장애인에게는 더 끔찍한 시간이었다 

식사 중에 나누는 대화에서도 소통이 힘들어서 글씨로 작성해서 대화를 나눠야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2.15 kh10890@newspim.com

30여분을 가만히 앉아 바다 풍경만 바라봤다. 파도 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가슴으로 느낄 수는 있었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나 홀로 온전히 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끝이 안보이는 바다, 출렁이는 파도, 날아다니는 갈매기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족하지만 기분 전환하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겪어보니 문제는 따로 있었다. '소통'이었다. 오랜 시간 바다만 바라보고 있으니 그만하고 숙소로 돌아가자는 친구들의 말이 들리지 않아 뒤에서 '툭' 하고 건드리는 가벼운 터치에도 깜짝 놀라 심장이 주저앉는 느낌이었다.

가까이 마주보고 있을 때에도 문제였다. 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다른 유형의 장애와 마찬가지로 청각장애도 정도의 차이가 많이 있다고 했다.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을 착용하면 비장애인과 비슷한 일상이 가능한 사람도 있는 반면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보통 입모양을 보고 하는 구어나 손으로 하는 수어를 써서 대화한다고 했다. 

최대한 소리를 들을 수 없도록 체험하려고 했기에 묵직한 귀덮개를 내 몸처럼 착용하고 다녔다.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고 대화 내용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착용하고 있는 마스크로 인해 바로 옆에 있는 친구의 말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저 마스크가 들썩거리는 모습을 보고 '무슨 말을 하고는 있구나' 정도로만 짐작할 뿐이었다. 청각장애인들은 1년여간을 기본적인 소통 자체도 사치로 느껴질만큼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 집콕 하라고요? "집에선 아무것도 못해요" 

설날의 묘미는 역시 집에서 보는 설 특선영화다. 하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보는 한국영화는 자막이 나오지 않아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웠다. 설 음식을 많이 먹어서 뒷목살이 접힌 상태로 영화를 보는 전 기자 [사진=전경훈 기자] 2021.02.15 kh10890@newspim.com

평일은 여느 때처럼 재택근무를 했다. 기사를 작성하는건 듣지 않아도 됐기에 불편함이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취재원에게 걸려온 전화에 생각이 바뀌었다. 전화가 왔으니 당연히 무슨 말을 하고 있겠지. 짐작만 할 뿐 알아들을 수가 없어 메시지로 남겨달라고 했다.

점심을 먹고 쉬는시간. TV에는 설 특선영화들이 나오고 있었다. 여러번 봤던 영화였지만 자막이 나오지 않아 어떤 전개로 흘러가는지만 기억을 더듬어서 이해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막이 나오는 외국영화를 보는 편이 더 영화 감상이 편했다. 보고싶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볼 수 있는 것만 봐야 했다.

유튜브 자막 서비스를 이용했다. 도를 아십니까 퇴치 영상이라는 제목이지만 자막만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사진=유튜브 캡쳐] 2021.02.15 kh10890@newspim.com

자막이 안나오는 TV를 보는 것 보단 유튜브를 보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노트북을 켜고 유튜브에 평소 자주 찾아보던 몰래카메라 채널을 검색했다. 화면 하단에는 '자막 서비스' 기능이 있기에 눌러봤더니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자막이 나왔다.

다른 채널의 유튜브 영상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체적으로 자막을 넣은 채널 외에는 자막서비스가 엉터리였다. 그중 하나를 적어보겠다. '얼굴 찾고 찾아도 잠깐만 자 서영훈 인데 자주 20 모조 악어 모이게' 무슨 말인지 해석 가능한 분은 kh10890@newspim.com으로 답을 알려주시길.

◆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

청각장애인들은 갑작스레 전화해야 할 상황이 제일 막막하다고 했다. 저녁 늦은 시간 은행 ATM 업무를 보러 왔다가 기기고장으로 전화해야 상황이 오면 막연하게 누군가 지나가길 기다려야만 했고, 다른 일상생활에서도 전화하는 것에 가장 큰 불편함을 겪고 있다.[사진=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캡쳐] 2021.02.15 kh10890@newspim.com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 지체장애 체험을 할 때도, 시각장애 체험을 할 때도 똑같이 했던 말이다. 당장은 장애인을 위한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휠체어가 편하면 유모차, 물건을 끌고 가는 사람 모두가 편한 것처럼 조금만 입장을 달리 보면 결국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편안해지는 거였다.

청각장애도 마찬가지다. 취재차 만난 어르신들의 대부분은 여러번 번호를 눌러야 하는 관공서, 은행 등 전화를 거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들린다고 해서 모두가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녔다. 보이는 ARS만 도입 됐어도 모두가 편할 일이었다.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은 곧 일상의 모든 것이 불편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관공서, 병원, 동네 맛집 예약 등 전화가 필요한 곳에 나 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청각장애인들은 실시간으로 수어나 문자로 중계통역을 해주는 손말이음센터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옆에 있는 지인 등을 통해서 전화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한 청각장애인은 "만약 누군가가 '전화 좀 해주세요'라고 한다면 그건 청각 장애인이 보내는 도움의 신호이다"고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

또 "보청기 한 사람, 특히 아이들을 보고 측은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 눈이 나쁜 사람이 안경 쓰듯 잘 안들리는 사람은 보청기를 끼는 거라고. 그 작은 기계로 청각장애인들은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조금 불편할 뿐,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개그맨 신동엽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친형의 청각장애 사실을 털어놨다. 국내에 등록된 청각장애인의 수는 37만 7000여 명이다. 누군가의 친형일수도, 누군가의 이웃일수도 있다. 서로 배려하는 사회가 됐으면.[사진= KBS '안녕하세요' 화면영상 캡쳐] 2021.02.15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모든 사람들이 며칠간만이라도 눈멀고 귀가 들리지 않는 경험을 한다면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축복할 것이다. 어둠은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하고 침묵은 소리를 듣는 기쁨을 가르쳐 줄 것이다"라는 헬렌켈러의 말처럼 6일간의 체험으로도 충분히 많은 것을 느꼈다.

소리를 듣는 것은 돈이 필요한 것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누려지는거였다. 그러다 음소거 속 세상을 살아보니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 순간 다른 신경에 집중하느라 극도로 예민해졌고, 소통이 힘드니 사람과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인터넷 강의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진행한 탓에 화면이 아닌 책을 보는 것이 이해가 더 빨랐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2.15 kh10890@newspim.com

그러다보니 수다를 좋아하는 내가 입을 열지 않게 됐고, 좋아하는 음악·영화 감상도 내겐 먼 이야기가 됐다. 인터넷 강의 강사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어 40분짜리 강의를 듣는데 3시간은 걸렸던 것 같다.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언제 끝날 걸 아는 체험이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은 평생 겪을 일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청각장애인 중 92.8%가 후천적으로 청각장애를 앓고 있다. 특히 만 20세 이후 청각장애가 발생한 이들도 78.4%나 된다. 뭔가를 잘못해서 장애를 앓게 된 것도, 운이 나빠서 아픈 것도 아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질환, 사고 등으로 그리 됐을 뿐이라는거다.

갑작스럽게 생긴 장애에 수어를 배우지 못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문자언어로 대화를 주고 받는 필담(筆談)으로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니 수어를 모른다고 청각장애인과 소통을 절대 못할 것이라고 지레 겁먹고 피하지 말아 달라.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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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장기금리 3% 목전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장기금리가 3% 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인상 관측이 확산하면서 국채 매도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31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지표인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한때 2.950%까지 상승했다. 전 거래일보다 0.030%포인트 오른 수준으로, 1996년 9월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시장에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대표적 기준선인 3%까지는 불과 0.05%포인트를 남겨두고 있다. 채권 시장에서는 BOJ가 이르면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금리 상승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국채 매도를 늘리는 한편 신규 매수를 주저하면서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된 것도 일본 국채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미 연방준비제도(FRB)의 케빈 워시 의장은 28일 잭슨홀 회의에서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웃도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미국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 매수가 강해지면서 엔화는 달러당 160엔대까지 하락했다. 엔화 약세가 다시 강해지면서 BOJ의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과 일본이 엔화를 매수하는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이후 시장에서는 엔저를 억제하기 위해 BOJ가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시장이 반영하는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의 금리인상 확률도 이미 8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BOJ 내부의 매파적 분위기도 시장의 금리인상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히미노 료조 부총재는 27일 금리인상과 관련해 "다음 회의를 포함해 매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충분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9월 인상을 명시적으로 예고하지는 않았지만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따른 국채 공급 증가 우려도 장기금리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경우 시장에서 국채를 소화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재정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서 장기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3%를 넘어설지에 쏠리고 있다. BOJ의 추가 긴축 기대와 엔화 약세, 적극재정에 따른 재정 우려가 동시에 이어질 경우 장기금리의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사진=블룸버그] goldendog@newspim.com 2026-08-3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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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를 달구는 8가지 화두 이 기사는 8월 31일 오전 08시08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공지능(AI) 번역을 바탕으로 전문 기자들의 검증과 분석을 거쳐 생산된 콘텐츠입니다. 원문은 8월28일 블룸버그통신 기사(Carry Trades to Treasury Twists: A Guide to the Hot Debates on Wall Street)입니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잇달아 시선을 끄는 정책 결정을 내리면서 투자자들은 올여름 한산한 시기를 누리지 못했다. 베선트 장관이 이끄는 재무부는 엔화 강세를 유도하고 장기 차입비용을 억제하기 위해 예상치 못한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투자자들은 중동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도 여전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거래 기법에 눈을 돌리는 한편 당국이 반영해야 할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거래 기법과 이론이 뒤섞여 제시되고 있다. 이에 트레이딩 데스크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주제들의 배경과 현재 상황,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본드 스티프너(Bond Steepener)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의 장기물 금리는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인공지능(AI)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이 늘면서 국채와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되며 올해 상승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장기채 보유에 대한 우려를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해당 수준까지 오르면서 월가에서는 장기물 국채 가치가 단기물 대비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됐다. 이런 현상은 커브 스티프닝(curve steepening)으로 불린다. 재무부가 8월 10년물부터 30년물까지의 국채에 대한 재매입(바이백) 규모를 최소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음에도 이런 전망은 유지되고 있다. 해당 발표 이후 장기물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지만 골드만삭스그룹(GS)과 웰스파고(WFC)의 금리 전략가들은 장기 수익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로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훨씬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국가의 통화로 전환하는 고위험 거래를 의미한다. 신흥국 8개 통화 기준 블룸버그 누적 외환 캐리트레이드 지수 분기별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이 거래는 신흥국 금리가 주요국 대비 높고 신흥국 통화가 달러, 유로, 엔 등 주로 차입에 활용되는 통화 대비 안정적이거나 강세를 보일 때 활발해진다. 이 거래는 7개 분기 연속으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해 2008년 이후 가장 긴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2024년 여름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당시처럼 이 거래는 빠르게 반전될 수 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는 달러 가치 하락 우려로 투자자들이 달러를 매도하고 금이나 비트코인처럼 공급량이 제한된 자산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뜻한다. 이 용어는 잉글랜드의 헨리 8세나 로마 황제 네로처럼 금화와 은화에 구리 등 값싼 금속을 섞어 화폐 가치를 떨어뜨린, 이른바 화폐 개악(debasement)을 단행했던 역사적 사례에서 비롯됐다. 현대적 의미에서는 미국의 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선 데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달러 구매력이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로 투자자들이 달러를 경계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미국 정책 당국이 의도적으로든 실수로든 달러 약세를 유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한몫하고 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에 대한 논의는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미국 정부 셧다운 가능성 등을 계기로 확산됐다. 이후 2026년 중반 베선트 장관이 엔화와 미국 장기 국채를 지지하기 위한 시장 개입을 승인하면서 월가에서 다시 논쟁으로 떠올랐다.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계획 발표 전후 블룸버그 달러스팟 지수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다만 달러 약세가 나타날 때마다 이를 모두 디베이스먼트로 해석할 수는 없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여전히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전면적인 이탈이 나타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탈달러화(De-Dollarization) 디베이스먼트가 달러 가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개념이라면 탈달러화는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는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을 축소하거나 기업이 달러가 아닌 통화로 채권을 발행하거나 전세계 투자자들이 자금을 미국 밖 시장으로 이동시키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전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약 70%에서 최근 60% 미만으로 상당폭 낮아졌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장기적으로 달러 익스포저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가운데 유로화와 위안화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꼽히면서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탈달러화 논의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본격화됐다. 미국이 러시아 자산을 동결하고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면서 미국이 자국의 금융 시스템과 통화를 무기화할 수 있는 능력에 관심이 쏠렸다. 다만 미국 증시는 여전히 전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채권시장 규모도 세계 최대다. 달러의 우위는 시장의 깊이와 미국 경제 규모, 그리고 이를 진정으로 대체할 만한 통화가 없다는 점에 뒷받침되고 있다.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 금융억압은 1973년 스탠퍼드대 경제학자 로널드 매키넌과 에드워드 쇼가 만든 용어로 정부가 저축을 국채나 특정 우대 차입자에게 유도해 차입비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뜻한다. 이런 정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광범위하게 시행됐다. 자본 통제, 금리 상한제, 금융기관의 국채 보유 의무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채권 보유자들의 수익률을 낮춤으로써 정부는 과중한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실제로 연준은 2차 세계대전 기간과 종전 이후 단기 국채 수익률에 상한을 뒀다. 이 조치는 1951년 재무부-연준 협정 체결로 종료됐다.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를 비롯한 일부 투자자들은 베선트 장관의 국채 재매입을 정부 차입비용을 억누르기 위한 금융억압의 한 형태로 평가하고 있다. 관련된 개념으로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가 있다. 이는 부채 규모가 큰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 대신 정부의 저비용 차입 지원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자극될 수 있다. 트위스트(The Twist) 베선트 장관의 재매입 전략이 실질적으로 장기채를 단기채로 대체하는 효과를 낸다면 이는 연준이 수십 년간 여러 차례 시행해온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의 재무부 버전에 해당한다. 연준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중앙은행 포트폴리오 내 단기 국채를 장기 국채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장기 차입비용을 낮추고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목표였다. 베선트 장관은 자신이 트레저리 트위스트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략을 통해 단기 국채(T-Bill)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고 수익률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이체방크(DB)의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리서치 글로벌 총괄은 재매입 계획 발표 이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시작됐다"며 "재무부는 시장에서 듀레이션을 제거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려면 단기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사실상 "연성 금융억압"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런 조치를 베선트 풋(Bessent Put)이라고 부른다. 풋옵션은 매수자가 정해진 가격에 특정 자산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이 경우 시장에 대규모 매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트레이더들이 인지하고 있어 이에 맞서는 거래를 꺼리는 상황을 가리킨다.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정책 및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 기간 투자자들이 결국 셀 아메리카(Sell America)로 향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관세 정책,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 재임 당시 연준을 겨냥한 압박, 그린란드 병합 언급으로 인한 전통적 동맹 관계 훼손 등이 꼽힌다. 국가부채 증가와 같은 근본적인 취약 요인도 이런 흐름에 더해지고 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8월 거의 20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는 지난해 약 8% 하락했다. 다만 해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미국 증시도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발전에 힘입어 잇달아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수익률곡선통제(Yield Curve Control) 장기채 재매입 규모를 늘리려는 재무부의 조치는 시장 원리에 따라 금리 수준이 결정되도록 두지 않고 당국이 차입비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려는 정책과 이미 비교되고 있다. 미국·일본·독일·영국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RBC블루베이를 비롯한 일부 투자자들은 국채 수익률이 통제 범위를 벗어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지, 그리고 이것이 결국 연준에 금리 억제를 위한 압박으로 작용할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연준은 이런 압박에 맞서 독립성을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워시 의장이 오랫동안 자산 매입 활용과 재정·통화 정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에 의문을 제기해온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연준의 협조 없이는 베선트 장관이 이끄는 재무부가 차입비용을 실질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시행한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의 엇갈린 성과는 반면교사로 꼽힌다. 당시 일본은행은 10년물 국채 수익률 방어에 나섰지만 그 결과 엔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bernard0202@newspim.com 2026-08-3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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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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