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넘게 카페 이용해도 제재·안내 없어
카공족 재등장...'강력 권고' 실효성 떨어져
커피 점주들 "지키는 사람만 바보 되는 권고"
[서울=뉴스핌] 이학준 = 카페 매장 내 취식이 허용된 지 한 달이 되어가는 가운데 '이용시간 1시간 제한'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침이 강제가 아닌 권고에 그쳐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카페 점주들 사이에서는 이용시간을 제한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매장 퇴장을 요구하다 자칫 손님과 불필요한 마찰이 생길 수 있는데다 이용시간 제한을 두지 않는 다른 카페에 손님을 뺏길 수 있어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2021.02.01 mironj19@newspim.com |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오후 3시께 서울 종로구 모 대형 카페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50석 가까운 좌석은 장시간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로 만석이었다. 앉을 자리를 찾다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실제로 두 명이 입장해 음료만을 시킨 뒤 약 3시간 동안 매장에 있었지만 이용시간 제한 지침을 안내하거나 퇴장을 권고하는 종업원은 없었다. 음료를 주문할 때도 관련 지침을 안내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매장 벽면 및 책상 등에도 카페 이용시간과 관련한 안내문은 없었다. 다른 손님들도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면서 1시간 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제재를 받지 않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달 18일부터 카페 매장 내 취식을 허용하면서 2인 이상이 커피·음료류·디저트류만을 주문했을 경우 매장 내 머무르는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했다. 다만 '강력 권고'라는 단서가 붙었다. 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한 지난 13일에도 해당 지침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용시간 제한이 강제성 없는 권고에 그치다 보니 시민들은 평소와 같이 카페를 이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심지어 일명 '코피스족(커피와 사무실의 합성어로 커피 전문점에서 일을 하는 사람)'과 '카공족(카페와 공부의 합성어로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도 다시 등장했다.
그러나 카페 점주들은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게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권고에 지나지 않는 지침을 근거로 손님을 매장에서 나가라고 요구했다 자칫 항의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시간을 제한하지 않는 다른 카페에 손님을 뺏길 가능성도 있어 점주들 사이에서는 이용시간 제한은 오히려 손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주문을 받을 때 1시간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하면 손님이 다른 카페로 가는 경우가 있다"며 "길 건너 대형 카페가 사람들로 북적이는 걸 보면 후회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회원 5만1477명을 보유한 '테사모(테이크아웃 커피 사장님 모임)'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용시간 제한과 관련해 "손님을 쫓아내듯 하면 또 안 좋은 얘기들을 남길 게 뻔하다"며 "여러모로 고충이 많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괜히 다음에 다시 안 올까봐 다른 소리 안하고 그냥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18만2058명이 가입한 카페 창업 지원 인터넷 사이트 '프로페셔널 바리스타 스튜디오'에는 "지키는 사람만 바보 되는 권고사항", "싸움 나기 싫어서 나가라고는 안 한다", "하려면 의무로 했어야 했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대표는 "초반에는 한 시간이 되면 손님에게 권고사항을 말했던 점주들이 많았다"면서도 "지금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지키도록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님들이 오래 머물수록 전파 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굳이 손님들과 이런 얘기를 해서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중대본은 지난 13일 "거리 두기 단계가 조정됐다고 코로나19의 위험성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며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경우 이용자 간 거리두기, 칸막이 설치 등 방역관리가 잘 되는 시설을 이용하고, 시설운영자는 환기와 소독 등 방역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