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기금운용위원회 정기회의
"국내주식 보유 비중 논의는 사실무근"
SAA 조정 가능성에 무게 실리는 모습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연기금의 '매도' 행렬이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자본시장 큰 손으로 꼽히는 국민연금이 전략적 자산배분(SAA) 이탈 허용범위 확대를 논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등에 따르면 기금운용위원회는 오는 26일 정기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안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기금위가 이날 SAA를 조정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 기금위원은 "당장 이번 기금위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이 날 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SAA 조정 쪽이 현실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SAA는 국민연금의 별다른 판단 없이 단순히 시장 움직임에 따른 자산 비중 변화에 대한 허용 범위를 말한다. 가령,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 등은 그대로인데 주가 변동으로 주식 가치가 상승 또는 하락했을 때 이를 허용하는 범위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1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02.24 dlsgur9757@newspim.com |
앞서 국민연금 산하 투자정책 전문위원회(투정위)는 지난 17일 회의에서 SAA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2가지 안건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정위는 당시 회의에서 SAA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기존 ±2%에서 ±3%, ±3.5%로 늘리는 2개 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의 매도 랠리 원인으로 SAA 허용치 초과가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자산 평가금액은 176조7000억원으로 전체 기금 833조7000억원의 21.2%에 달했다. 이는 올해 목표비중 16.8%의 허용 오차 4.4%p를 초과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SAA 범위가 확대되면 시장 상황을 더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증시 하락의 주범으로 몰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당장 매도세를 멈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연기금은 올해 들어 50일 이상, 15조원 넘는 매도 물량을 쏟아내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이번 기금위에서 국내주식 보유 비중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SAA 조정안 논의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당 기금위 회의에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 비중을 최대 2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일각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해명자료를 냈다. 보건복지부는 이 자료를 통해 "기금위는 이번 회의에서 국내주식 비중 확대 관련 자산배분 목표비중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모두 국내주식 보유 비중 확대나 SAA 조정 주장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금투업계 내부에선 국민연금이 결국 SAA 조정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보유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하면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SAA 범위를 조정하면 시장 상황에 국민연금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매도 랠리를 멈추고 숨 고를 여유 정도는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SAA는 늘어나는 반면 국민연금의 전술적 자산배분(TAA) 비중 축소는 불가피해진다. TAA는 국민연금이 초과 수익을 얻기 위해 기존의 목표 비중을 초과할 수 있는 허용 범위를 말한다. 이 비중이 줄어들면 국민연금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기존보다 좁아지게 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투정위 회의 결과나 안건보고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기금위 안건은 산하 위원회 등에서 먼저 검토를 거친 후 올라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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