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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비상장 우량기업을 인수·합병해 우회 상장시킬 목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스팩)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상장 첫날 거래량이 폭발하거나 주가가 치솟는 일은 다반사였고 올해 초만 해도 스팩 주가가 30% 이상 뛰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주식시장에 입성한 상당수 회사에서 광범위한 투매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3월 들어 스팩의 인기는 마치 커다란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 뉴스핌] |
25일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금융 정보 업체 딜로직의 데이터를 인용해 이번 주 거래를 시작한 15개 스팩 중에 1개를 제외한 모두가 첫 거래일에 공모가 10달러 이하로 거래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스팩의 주가는 증시 상장을 원하는 다른 기업과의 합병 소식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공모가인 1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스팩을 통한 우회 상장이 활발해짐에 따라 많은 투자자가 스팩이 궁극적으로 시장의 좋은 평가를 받을 회사와 합병해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바탕으로 스팩 거래에 뛰어들었다. 이 바람에 스팩 주가는 치솟았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스팩 투자 열기가 사그라들었다고 보도하며, 3월 들어 첫 거래일에 기록한 가장 높은 상승률은 지난 1일 수퍼노바 파트너스 애퀴지션 II(Supernova Partners Acquisition Co. II Ltd, 뉴욕증권거래소:SNII.UT)가 기록한 3.5%라고 언급했다.
지난 1월 첫 거래일 최고 상승률은 알티미터 그로스 2(Altimeter Growth Corp. 2, 뉴욕증권거래소:AGCB)가 기록한 32.5%이고, 2월에는 CM 라이프 사이언스 II(CM Life Sciences II Inc., 나스닥:CMIIU)가 24.9%로 첫 거래일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로 정식 기업공개(IPO)보다 스팩을 통한 빠른 상장을 원하는 기업이 늘면서 스팩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비상장사로서는 상장 절차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한몫했다.
올해 초만 해도 스팩 열기는 대단했다. 이미 1분기 중에 스팩의 자금 조달 규모가 834억달러를 넘어서며,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추월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하지만 그후 일주일 만에 스팩에 대한 열기는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미 스팩 정보 제공업체인 스팩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약 294개의 스팩이 957억달러를 모았으며, 여기에 더해 229개 스팩이 IPO 이전 단계에서 580억달러를 소폭 웃도는 자금을 조달했다.
자산운용사 듀폰 캐피탈의 해리스 아치 스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스팩이 너무나 많은 반면 IPO 수준에서 스팩이 사용할 수 있는 자본은 한정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몇 달 전에 우리가 목격한 광분과 활기와 탐욕은 빠르게 시장을 떠나버렸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앞으로 스팩의 신규 상장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신규 상장한 스팩의 주식을 10달러에 구매하는 대신에 기존 스팩의 주식을 10달러 이하로 살 수 있는 상황에서 스팩 투자자들이 좀 더 저렴한 기존 스팩을 선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스팩이 합병할 대상을 찾았다는 소식이 발표될 때마다 시장이 격하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토마 브라보 어드밴티지(Thoma Bravo Advantage, 뉴욕증권거래소:TBA)와 죠스 스핏파이어 애퀴지션(Jaws Spitfire Acquisition, 뉴욕증권거래소:SPFR) 등은 비상장 기업과의 합병 소식을 알린 후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스타우드 캐피털 그룹을 이끌며 죠스 스핏파이어 스팩을 설립한 배리 스턴리트 회장은 "최근 시장에서 기술주 매도세가 일었는데, 많은 스팩이 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사람들은 과연 큰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개인 투자자들이 이렇게 많은 스팩에 전부 투자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kimhyun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