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법재판소에서 위안부 문제 사법적 판단 받아야 한다"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21일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을 상대로 낸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소송 패소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불법성에 대한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했다"고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여성 인권 감수성과 개인의 재판권을 외면한 재판부는 일본의 범죄 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했다"며 "우리 법원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법 정의 요구를 무시해버리면 국제사회에서 이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이용수 할머니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1.04.21 dlsgur9757@newspim.com |
그러면서 "일본의 위안부 제도 범죄사실 인정, 진정한 사죄, 역사교육, 위안부 왜곡이나 부정 반박 등을 요구하는 운동은 끝나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가 한국 법원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가 계속된다면 한일 양국 정부에 일본도 권위를 인정하는 유엔(UN)의 주요 사법기관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거듭 제안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이날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20명이 낸 일본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소송을 각하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의 신청을 부적법하다고 판단해 내용 판단 없이 그대로 원고 패소 판결하는 것을 뜻한다.
이날 이 할머니는 회색빛의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휠체어에 앉아 가만히 선고를 듣던 이 할머니는 선고가 시작된 지 50여분쯤 지났을 때 망설임 없이 법정을 떠났다.
그는 취재진 앞에서 "너무 황당하다. 정말 황당하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이 재판 결과가 잘못됐든 잘됐든 국제사법재판소까지 꼭 간다. 이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판결이 끝난 뒤 변호인 측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불과 3개월 전에 같은 법원 민사합의34부(당시 김정곤 부장판사)가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인 이상희 변호사는 "혼란스럽다"고 입을 뗐다. 이 변호사는 "법치국가에는 국가면제도 있고, 실효적 권리 보장이나 국가인권조약도 있어 이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가 중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심리가 안 되고 오로지 국제질서, 국익에 대해서만 판결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cle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