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토론회 질의응답…"미국과 협력할 분야 많다"
"한미 백신협력과 쿼드 등 외교안보 사안과 별개"
"4차 정상회담 추진하지 않고 있으나 일상화 기대"
"한일관계 악화, 일본 고압적 협상 태도에 문제 있다"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1일 미국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와프' 협의와 관련해 지난해 미국 정부 요청에 따라 한국이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공수해준 점을 언급하며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한미 간) 연대 정신에 입각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백신의 어려움을 (미국이) 도와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백신 스와프와 관련해) 진지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도 미국 측과 백신 스와프에 대해 진지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교부 장관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04.21 mironj19@newspim.com |
정 장관은 미국과 '백신 스와프' 체결 등을 통해 백신을 지원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확인했다. 그는 "미국도 국내 (코로나19 백신) 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입장을 저희한테 설명하고 있다"면서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미국은 이번 여름까지 집단 면역을 이루기 위한 국내 백신 비축분에 여유가 없다는 입장을 저희한테 설명했다"고 말했다.
백신 스와프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이 미국에 제공할 '반대급부'에 대해선 "'백신 스와프'란 개념보다 서로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다는 차원에서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며 "우리가 미국과 협력할 분야는 백신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가 있다"고 귀띔다.
그러면서 "지금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리가 미국을 도와줄 수 있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의 쿼드 가입과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 등이 코로나19 백신과의 교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정 장관은 "반도체는 미국 측이 관심을 갖고 있고, 전기자동차 베터리 등 여러 협력 분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런 협력은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미국 측과의 협의 대상으로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이 매우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보고, 제가 듣기에는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상당 규모의 대미투자 이런 것들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 기업들의 미국과의 경제협력이 한·미 관계를 개선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자신했다.
◆ "한미 간 백신협력과 쿼드 등 외교안보 사안과는 별개"
정 장관은 또 한미 간 백신 협력은 외교안보 사안와는 별개라며 "한미동맹 강화, 북한 비핵화 문제, 미중갈등에 대한 우리의 입장 등과 백신 분야 협력은 전혀 연관이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 견제 구상으로 주도하고 있는 4개국 협의체 '쿼드(Quad)' 가입 문제와 관련해 "쿼드가 지향하는 여러 분야의 외교적 노력에 우리가 동참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쿼드) 참여는 별개 문제이며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미국에는 이 지역 협의체가 포용성이 있어야 하고 개방적이어야 하며 투명하게 하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다. 미국도 우리 입장에 수긍했다"며 "(미국은) 쿼드가 지역 블록화를 위한 시도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우리에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정 장관은 다음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쿼드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을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는 상당히 포괄적으로 정한다"며 "정치 지도자 간 만남이므로 뭐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정상회담을 준비할 때 쿼드, 백신 이렇게 두고 논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의 신 행정부 출범 후 개최되는 첫 한미정상회담인 만큼 한미동맹의 발전방향에 대해 공동전략을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일 워싱턴DC 인근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쿼드 참여를 강하게 요구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그런 제안이 없었던 것이 진실"이라고 말했다.
◆ "4차 남북정상회담 현재 추진하지 않고 있으나 일상화 기대"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교부 장관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04.21 mironj19@newspim.com |
남북관계와 관련, 정 장관은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현 단계에선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2018년 판문점의 남북 양측 구역과 평양에서 잇달아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하고 "사실 회담이 한 사이클을 돌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서울 답방은 그해 12월에 가능성이 많았다"며 "그런데 북측 사정으로 실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4차 남북정상회담은)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남북) 정상회담의 일상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계기가 된다면 (4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는 추진할 여건이 아니다.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다"며 "소통채널을 유지하고 있지만 의미 있는 대화는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작년 6월 개성 소재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대해선 "북한의 사과뿐만 아니라 확실한 재발방지 약속, 그리고 (우리) 국가재산에 대한 보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남북관계 개선은 이런 문제만 해결된다면 앞으로 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직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8년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가 한반도 평화 안정 유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두 번 사소한 위반을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2019년 11월 서해 창린도 해안포 사격과 지난해 5월 GP 총격을 거론한 뒤 "이 두 번의 사건도 저희가 면밀히 조사했지만, 굉장히 절제된 방향으로, 방법으로 시행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 이후 전혀 심각한 도발이 없었다는 것도 평가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GP 총격 사건은 지난해 5월 3일 북한군이 쏜 고사총탄 4발이 한국군 GP 외벽을 맞춘 일로, 한국군도 즉각 30발로 응사했다. 군 당국은 당시 기상 상황과 북한군의 동향, 대북 기술정보(시긴트·SIGINT) 등을 고려해 북한군의 우발적인 상황으로 판단했지만, 유엔군사령부는 우발적으로 이뤄졌는지 판단을 유보했었다.
정 장관은 북한의 총격으로 군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남측을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행동을 '절제됐다'고 표현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창린도 사격은) 사격금지로 지정된 지역에서 사격했지만, 사격의 방향이라든지 포의 사거리라든지 이런 것을 굉장히 조심스럽게 한 흔적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GP 총격에 대해선 "우리가 GP 공격받자마자 집중 반격했는데 그에 대한 대응은 (북한이) 안 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선 "정말 있을 수 없는 발상"이라며 "이 문제는 북한이 반드시 사과뿐 아니라 확실한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하고 국가재산이기 때문에 보상도 반드시 있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일관계 악화, 일본 고압적 협상 태도에 문제 있다"
한일관계와 관련해 정 장관은 양국 간 가장 큰 현안인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협상 태도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국이 여러차례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안(案)을 제시했지만 일본이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이 문제(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공개로 일본에 가서 협의했지만 일본의 협상 태도가 놀라웠다"며 "일관되게 자기주장만 하면 협상을 깨자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2015년 12월 28일 당시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합의하고 최종적인 종결을 약속했으나,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담겨있지 않은 정부 간 합의라는 한국 내 비판 여론이 일고, 일본 정부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면서 사실상 합의가 무산된 상태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 당시 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 재단도 이사진의 자진사퇴로 해산됐다. 정부는 일본측에 재단 설립자금 20억엔을 되돌려주겠다고 했으나 일본은 합의를 깰 수 없다며 수령을 거부했다. 정 장관이 국가안보실장으로 있었던 시기 있었던 일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합의를 파기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 장관은 "국가안보실장으로 있으면서 2015년 한·일 간 위안부 합의가 폐기됐다고 한 번도 말한 적 없다"며 "우리는 한·일 간 합의의 틀을 유지하면서 현실적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7년 대선 당시 모든 후보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깨겠다고 공약했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합의의 틀을 유지하겠다고 상당히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역설했다.
다만 정 장관은 "당시 합의에 대한 국내 불만의 근본 원인은 피해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명예와 존엄이 회복되기는 커녕 오히려 수치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 자존심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를 놓고 일본을 설득하고 매우 현실적 방안을 일본 측에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정부 간 합의이기 때문에 한국이 지키지 않으면 국제법을 위반한다는 어불성설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한국을 국제법을 위반하는 나라로 매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장관은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그럴 자격이 있느냐"며 "문제의 근본원인, 위안부 문제의 기본적 성격이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한 한국은 일관되게 현실적인 방안을 일본 측에 제시했지만 일본 측은 더 가지고 오라며 고압적인 협상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협상의 봉착되는 근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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