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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도시 남자, 해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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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바닥을 잘 살펴보면 문어가 숨어있을지도 몰라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발이 땅에 닿지도 않을 만큼 깊은 바닷속으로 내려갔다. 끝을 알 수 없는 바닷속으로 내려갈수록 정신이 아득해지고 혼미해질 무렵이었다. 돌 밑에 보이는 무언가 맛있어 보이는 생명체, '문어'였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녀석에게 다가간 순간, 검은 먹물을 내뿜고 숨었다. 손을 이리저리 휘적여 봤지만 어느새 사라진 뒤였다.

문어 잡으려다 숨을 못쉬어서 내가 문어밥이 되는 줄 알았다. 의욕만 너무 앞섰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계속 찾아보려고 했지만 숨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아쉬움을 가득 않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더 욕심부렸다간 문어 잡으려다 내가 문어밥이 될 지경이었다. 수 차례의 시도 끝에 겨우 잡았지만 깨달은 게 있었다. 식탁 위에 올라오던 해산물들은 그냥 냉장고만 열면 뚝딱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었단걸.

22일이 지구의 날이라기에 제주에 갔다. 지구의 날은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 자연보호자들이 제정한 지구 환경보호의 날이라는데 환경오염 실태를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사람이 제주 해녀라고 생각해서였다. 21~22일 이틀간 제주 해녀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 50년 경력의 전문가가 수두룩

해녀들의 든든한 발이 되어주는 세발 오토바이. 물질이 끝난 뒤엔 오토바이에 채취한 성게 등을 싣고 간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21일 오전 8시,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해녀 작업장에 도착했다. 고용성 행원리 어촌계장에게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어촌계마다 다르지만 행원리에는 해녀가 80명 정도 있다고 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80세 정도, 대부분이 15살 무렵부터 해녀 생활을 시작했으니 평균 경력은 50~60년 이상 될 거란다. 사람들은 해녀들을 고령의 노인으로 보지만 바다에선 50년 이상의 경력의 베테랑 중 베테랑이라고 했다.

어촌계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부릉부릉' 오토바이를 타고 작업장에 윤희옥 할머니가 도착했다. 윤 할머니는 소탈하게 웃으며 첫인사를 건넸다. "할망(할머니의 제주 방언) 촬영하러 왔수깡? 예쁘게 하고 올 걸 그랬네"라길래 제주도 사람 중 제일 고우시다고 했다.

아침 일찍 해녀 작업장으로 모인 50여 년 경력의 해녀들 [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윤 할머니가 다른 해녀들을 기다리는 동안 50여 년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떻게 해녀가 됐는지.

그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해녀의 삶을 택했다. 15살쯤부터 시작한 해녀 생활은 누구의 가르침도 없이 스스로 채취하는 법을 터득해야만 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많았지만 전복, 성게, 소라 등 직접 잡은 해물들을 팔아야만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고통은 참아야 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잔병치레도 많아졌지만 윤 할머니는 제주 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됐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 광활한 바다 앞에선 50년 경력도 무용지물

감귤빛 해녀복과 납 벨트를 찬 해녀들. 이곳에 모인 해녀들은 수영 실력에 따라 성게 팀과 뿔소라 팀으로 나눠 바다로 나간다. 뿔소라를 잡는 해녀들은 육지에서 보이지도 않을 만큼 먼 바다로 나간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오전 9시가 다가오자 세발 오토바이를 몰고 해녀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토바이 운전하는 게 무섭지 않냐고 물으니 집에서 작업장까지 오는 거리도 멀고 바다에서 잡은 것들을 싣고 가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오전 기온은 12도. 아직 물에 들어가기엔 추울 날씨였지만 어촌계장은 바다 날씨는 변덕이 심해서 물질을 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주 까지만 들어가고 한 달 뒤에나 바다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취재 시기를 잘 맞춰서 왔단다.

80여 명의 해녀들은 감귤빛 해녀복으로 갈아입고 성게 팀과 뿔소라 팀으로 분류했다. 분류하는 기준이 뭐냐고 물었더니 뿔소라를 잡는 해녀는 수심이 더 깊은 곳으로 가야 해서 수영을 더 잘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조금 더 젊은 사람들이 뿔소라를 잡는 편이란다.

성게를 채취한다는 문국자 해녀는 "평생을 바다와 동고동락한 해녀들이라도 파도가 심해지면 생사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에 그날 컨디션에 따라 뭘 잡으러 갈지도 달라진다"고 했다.

◆ 함께라서 가능했다

비장한 모습으로 성게를 채취하러 가는 해녀들. 뒤에 부표 같기도, 공 모양 같기도 한 것이 태왁이다. 해녀들에겐 없어선 안될 기구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감귤빛 해녀복만 입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납 벨트를 차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수심 깊은 곳으로 잠수할 수 있다고. 물질할 때 없어선 안될 필수품이지만 수면 위로 오를 때는 반대로 체력 소모가 더 심하다고 했다. 이 문제를 보완하는 게 태왁(물질할 때 가슴에 받쳐 몸을 뜨게 하는 공 모양 기구)이란다.

아무리 수십 년 경력의 해녀라도 힘은 빠지기 마련이라 태왁을 튜브 삼아 휴식을 취한다고 했다. 게다가 채취한 해물들을 넣는 주머니 역할까지 더해져 없어서는 안 될 기구라고 했다.

해녀들은 바다에 들어가기 전 꼭 거쳐야 하는 작업이 있다. 바로 수경에 쑥을 문지르거나 침을 뱉는 것. 그래야 잠수 했을 때 김이 서리지 않아 물질 할 수 있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끝낸 뒤에야 작업장에서 나간단다. 각자 팀을 꾸린 이후에는 10여 명씩 짝을 지어서 바다로 향했다. 이제 들어가서 잡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한 가지 과정이 더 남았단다. 해녀들은 갑자기 수경에 '카악 퉤' 침을 뱉더니 쓱 문질렀다. 왜 거기다 침을 뱉냐고 물으니 그래야 물속에서 김이 안 서린단다. 쑥으로 문지르기도 하는데 바쁠땐 침 뱉어서 하는 게 제일 빠르고 편하다고 했다.

지금 바다에 들어가면 4~5시간은 있어야 돌아온다고 햇볕을 피해서 있으라고 했다. 해녀들 물질하는 걸 언제 이렇게 자세히 보겠냐고 괜찮다고 몇 시간을 그늘도 없는 곳에 앉아있었더니 kf94 마스크 라인 따라서 얼굴이 탔다. 못 볼 꼴이다. 독자의 눈 보호를 위해 사진을 올리지는 않겠다.

그렇게 오래 있어도 안 힘드냐고 물으니 해녀들은 "혼자면 당연히 그렇게 오래 못 있겠지만 서로 도와주고 이끌어주니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 오랜 작업에도 예전 같지 않아

쉴 틈 없이 성게를 채취하는 베테랑 해녀 [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오전 9시 반쯤부터 시작한 물질은 오후 2시쯤 돼서야 성게를 가득 짊어지고 육지로 나왔다. 기운이 빠질 대로 빠진 채로 나온 해녀들에게 "고생한 보람이 있다. 정말 많이 잡았다"고 했더니 이 정도면 예전에는 2시간이면 다 건졌을 양이다"고 했다.

이성녀 해녀회장은 "옆에만 봐도 낚시객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고, 거기다 기후변화 때문인지 어획량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한탄했다.

해녀들이 성게를 채취하는 바로 인근에는 누군가 버린 쓰레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늘 그렇듯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줍는 사람 따로 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다른 해녀들도 과거를 회상하며 넌지시 이야기를 꺼내며 "전에는 돌멩이만 들춰봐도 전복이 나오고, 문어, 해삼 온갖 해물들이 다 나왔는데 이제는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도 건질 것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 바다가 좋아서

4시간 동안의 물질의 결과물은 해녀의 남편, 이웃 등이 트럭으로 한 곳에 옮겨 놓는다. 많이 건진건 줄 알았는데 옛날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양이라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마트에 가서 장 보듯, 바다에 들어가기만 하면 당연하게 성게·소라·해삼이 잡히는 것이 아녔다. 그래서 해녀들은 농사일도 함께 한다고 했다. 물질이 끝난 이후엔 집으로 돌아가서 밭도 가꿔야 했다. 금채기에 벌이가 없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다 보니 1년 365일 쉬지를 못한다고 했다.

채취한 성게는 어디로 팔려 나가냐고 물으니 손질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알맹이 채로 주면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며 집에서 성게 손질을 마친 뒤에 어촌계 사무실로 가져와야 판매가 가능하다고 했다.

먼 바다까지 나가서 뿔소라를 채취한 해녀들은 걱정이 더 많다. 약 90%가 일본 등으로 수출 되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수출길이 막혀서 판로가 걱정이라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뿔소라를 채취하러 간 해녀들의 경우는 깊은 바다까지 들어갔기에 배로 실어 와야 했다. 이렇게 고생해도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내수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판로가 많이 없다고 했다. 특히 뿔소라는 약 90%가 일본 등으로 수출되고 있어 물질을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하지 않는단다.

그럼에도 해녀들은 바다로 향한다. 윤희옥 해녀는 비록 판로가 막히고 몸이 힘들어도 물고기 헤엄치는 모습, 맑은 바닷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더 행복한 것은 따로 있었는데 핸드폰 속 사진을 보여주며 "자식들에게 자랑스러운 '어머니'로 남고 싶었어요. 해녀 일을 하며 자식들을 키웠거든요."

윤희옥 해녀가 채취한 성게. 해녀라서 자랑스럽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해녀들이 깊은 바닷속에서 잡아온 것은 '성게'도 '뿔소라'도 아닌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 제주 바다에 울려퍼진 걱정·원망·탄식의 한숨 소리

해녀들이 채취한 성게는 집에서 손질 후에 어촌계 사무실에서 무게 측정 후 수협, 상인들에게 당일 판매된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바다를 이토록 사랑하는 해녀들에게 요즘 큰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오염된 물을 방사성 농도를 낮춰 바다에 방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충격에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충분히 희석해 주변 환경과 안전에 위험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량의 오염수를 장기간에 걸쳐 바다로 흘려보내는 일은 전례가 없어 환경과 건강에 미칠 영향도 미지수다. 게다가 해녀들은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기 때문에 이 같은 일본의 결정에 대해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녀들은 이토록 깨끗한 청정 바다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다. 우리 식탁에 오를 음식을 생각해서라도 [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문국자 해녀는 "50년 넘게 물질하면서 이런 날벼락은 처음이다. 우리 해녀들은 물질하는 동안 자연스레 바닷물도 마시고 할 텐데 그 물이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라고 생각하면 해녀들이 얼마나 피해를 보겠냐"며 "무엇보다 방사능에 오염된 성게·해삼 등을 사먹고 싶은 생각이 들겠냐"고 토로했다.

또 "우리의 생업을 다 떠나서 이토록 지켜온 청정 바다가 오염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재앙이 아니고 뭐가 재앙이겠냐"며 "일본 정부의 결정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 청정바다 지키고파

물속에서도 넘어지는게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수영할 줄 아는데도 수심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건 공포 그 자체였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22일 오전에는 도시해녀 장성우 대표의 도움을 받아 직접 바다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수영 강습을 몇 개월 받았기에 수영에는 자신이 있다고 했다. 해녀복, 태왁을 준비해서 바다에 들어간 순간 바닷물을 엄청 들이마셨다. 막연히 수영장처럼 숨 참고 들어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녔다. 파도가 출렁이고 귀는 이명이 왔다. 물질이 익숙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진짜 해녀처럼 납 벨트를 하고 바다에 들어갔다면 진짜 정신줄을 놓은 순간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수영장과 너무 다른 상황에 당황해서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장 대표의 도움을 받아 물에 뜨는 법부터 다시 배운 뒤에서야 잠수에 성공했다.

채취할 것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잠수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 멋있게 찍히고 싶었는데 엉거주춤하게 찍혔다. 오른쪽 손을 자세히 보면 문어가 먹물 내뿜고 있는거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직접 바닷속으로 들어가 본 광활한 바다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깨끗했다.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무리 지어서 돌아다니고, 바위 밑에는 문어가 기어다니는 것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깨끗했다. 해녀의 말처럼 이 깨끗한 바다를 지킬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재앙이지 다른 것이 재앙인가 싶을 정도로 왜 그토록 이 바다를 지키고 싶어 했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

사진으로는 수심이 별로 안 깊어 보이지만 수영 초보들은 공감할거다. 땅에 발지 닿지 않는 곳에서 수영하는게 얼마나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건지. 마음은 이미 심해 깊은 곳을 수영하는 기분이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처음 물질을 시작한 지 10분 만에 체력이 방전됐다. 태왁을 이용해 체력을 보충하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오리발을 동동 구르고 있어야 해서 쉽게 지쳤다. 80세가 넘는 고령의 해녀들이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바다에서 나오지 않고 물질을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수산시장을 가고, 마트에 가면 늘 있던 것들이 그냥 오는 게 아녔다. 어머니들의 땀과 눈물, 고통을 통해 우리 앞에 놓여지는거였다. 가격이 왜 그렇게 비싸냐고 깎으려고 했던 내가 조금은 반성하게 됐다.

또, 내가 좋아하는 문어숙회를 외국산이 아닌 청정 바다에서 잡은 국산으로 먹고 싶기에 나부터 더 노력하기로 했다. 물질이 끝난 후 돌아가는 길, 바다에 왜 락스통이 버려져 있는지 담배꽁초는 왜 있는지 모르겠지만 버려진 쓰레기들을 하나, 둘 주웠다. 조금은 바다가 깨끗해졌으면 해서. 우리 것은 우리가 소중히 다뤄야 하니까.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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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F-21, 내년 3월 양산 1호기 출고식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한국형 전투기(KF-21) 양산 1호기 출고 행사가 내년 3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리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뉴스핌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당초 2026년 연말로 잡혔던 일정이 약 10개월 앞당겨지는 '조기 실전배치 시나리오'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KF-21(당시 KF-X) 사업은 2015년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가 약 8조원(70억~80억달러 수준) 규모의 체계개발을 승인하면서 본궤도에 올랐고, 인도네시아가 개발비 20% 분담을 약속하며 공동개발 파트너로 참여했다. 이후 설계안 확정(2019년)과 2020년 9월 최종조립 착수 과정을 거쳐 2021년 4월 시제 1호기(001번기) 출고 및 명명식에서 공식 제식명 'KF-21 보라매'가 부여됐다.​​ 지난해 11월 29일 1000소티 비행을 달성한 한국형 전투기 KF-21. 이로써 전체 약 2000소티 중 절반을 완료하며 반환점을 돌았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2025.12.09 gomsi@newspim.com 시제기는 단좌 4대·복좌 2대를 포함해 총 6대가 제작됐고, 2022년 7월 첫 비행에 성공한 뒤 2023년 초음속 돌파, 야간·무장분리 시험을 포함해 2024~2025년까지 누적 2000회 수준의 시험비행을 소화하면서 블록Ⅰ(공대공 중심) 체계개발 막바지 단계에 올라와 있다. 방위사업청과 공군은 이 시험 데이터를 토대로 2026년까지 '초도양산+작전운용시험·평가'를 동시에 진행해 공군 F-4E, F-5 등 노후 3세대 전투기를 순차적으로 대체한다는 이정표를 세워왔다.​ 당초 KF-21 양산기 전력화 로드맵은 2024년 양산계약, 2025년 최종조립, 2026년 하반기 대량 양산 출고 및 전투적합 판정, 2026~2028년 초도 대대급 배치 순으로 짜여 있었다. 실제로 방추위는 2025년 3월께 '올해 20대·내년 20대' 방식의 1·2차 양산계약(20+20대)을 의결했고, 1조9000억원 안팎(1차 20대 기준 약 1조9000억원)의 초도 물량 계약이 체결되면서 사천 KAI 공장은 2025년 5월부터 양산 1호기 최종조립에 들어간 상태다.​ 이 기본 시나리오에서 2026년 연말로 잡혀 있던 '양산 출고식'을 10개월가량 당겨 2026년 3월 사천에서 여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업계에선 "양산 1호기·2호기를 포함한 초기 물량의 기체·엔진·전장 계통 신뢰성 검증이 예상보다 순조롭고, 공군의 F-4E 조기 퇴역·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른 전력 공백 우려가 일정 단축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015년 개발 승인 이후 만 10년 만에 양산형을 내놓는 만큼, 대통령 참석을 전제로 한 '국가급 이벤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KF-21 시제 1호기 출고식은 2021년 4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고, 그 자리에서 "2032년까지 120대 실전배치" 목표가 공개되면서 한국의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 도약을 대내외에 과시한 바 있다. [사천=뉴스핌]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남 사천시 고정익동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기 출고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4.09 photo@newspim.com 내년 3월로 예고되는 이번 출고행사는 시제기가 아닌 '양산형 1호기'가 주인공인 만큼, 시제기 롤아웃 이후 약 4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다시 사천을 찾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 순방 과정에서 KF-21을 한국 방산 수출 패키지의 핵심 품목으로 전면에 내세우며, 향후 수출형 블록Ⅱ·블록Ⅲ 개발과 현지 공동생산·부품 협력 구상을 함께 홍보해 왔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산업부 안팎에선 "양산형 출고식이 사실상 '수출형 보라매'의 첫 공개 무대가 될 수 있는 만큼, 대통령 주관 행사로 격상할 명분이 충분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현 시점에서 군·방산업계가 그리는 '3·6·9 시나리오'의 뼈대는 비교적 선명하다. 내년 3월 사천 출고식을 통해 양산 1호기를 공개하고, 6월까지 공군·방사청 공동의 전투적합 판정(전투운용능력 평가)을 마친 뒤, 9월 전후로 공군 작전부대에 초도 인도를 시작한다는 시간표다.​ KF-21 블록Ⅰ양산기는 2026년 상반기 대량 출고 이후 강릉 제18전투비행단과 예천 제16전투비행단에 각각 1개 전투비행대대(20대 안팎) 규모로 나뉘어 초도 배치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어 2028년 이후 공대지·다목적 능력을 강화한 블록Ⅱ 80대는 횡성 제8전투비행단, 충북 지역 제19전투비행단 등으로 확산 배치돼 공군의 F-5, 구형 F-16 전력을 단계적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계획이다. 지난 11월 5일 국산항공기 FA-50와 함께 비행하는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의 KF-21. [사진=공군 제공] 2025.12.09 gomsi@newspim.com KF-21 사업은 개념연구 착수(2000년대 초) 이후 예산·기술 이전 문제로 수차례 좌초 위기를 겪었지만, 2015년 개발 승인 이후 10년 만에 양산형 출고 단계에 진입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전투기 체계개발-양산-수출까지 독자 사이클을 돌리는 소수 국가 반열에 올랐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KF-21 양산형 출고는 단순히 새 전투기를 들여놓는 차원을 넘어, 한국이 10년 주기의 전투기 개발·개량 사이클을 스스로 설계해 가는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며 "2015년 개발 승인에서 2025년 양산 1호기, 2032년 120대 전력화로 이어지는 연표는 한국이 명실상부 '전투기 개발·수출국'으로 올라섰다는 증표"라고 했다. gomsi@newspim.com 2025-12-0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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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조희대 대법원장 입건 후 사건 검토 [과천=뉴스핌] 김현구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입건하고 본격적인 사건 검토에 들어갔다. 공수처 관계자는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조 대법원장) 고발건은 한 두건이 아니다. 어떤 건은 수사 4부, 어떤 건은 1·3부 등에 있다"고 밝혔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사진=뉴스핌DB] 공수처는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선별해 사건화하는 것이 아닌 '자동입건'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수의 고소·고발이 접수된 조 대법원장은 피의자 신분이 유력하다. 조 대법원장은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을 지정 배당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아울러 공수처는 최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사건은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현 감사위원) 등이 2022년 전 전 위원장을 사직시키기 위해 특별 감사를 진행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 수사1부(나창수 부장검사)는 지난 4일 감사원 운영쇄신태스크포스(TF)와 심의지원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공수처는 사건의 처분 시기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공수처 관계자는 "(처분 시기는) 수사팀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언제 (처분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공수처는 윤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술자리 접대 의혹'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지 부장판사가 1인당 100만~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나오는 고급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셨고 단 한 번도 돈을 낸 적 없다는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제보를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대법원 법원감사위원회는 해당 의혹을 심의한 후 "현재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지 부장판사에게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 향후 드러나는 사실관계가 비위행위에 해당할 경우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는 사건을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했고, 수사팀은 최근 그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는 택시 앱 사용 기록 등과 달리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hyun9@newspim.com 2025-12-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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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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