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대표선수 누가 있나…이재용 개인에겐 관심없어"
"반도체 전쟁은 결국 속도전…미미한 투자·과도한 규제 아쉬워"
"인재 육성도 시급…與 반도체 특위, 지원 총망라 특별법 준비"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개인에겐 관심 없다. 반도체 기술패권 경쟁에서 역할을 할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써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반도체 기술패권전쟁 특별위원장을 맡은 양향자 의원은 27일 뉴스핌과 한 인터뷰에서 이재용 사면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양 의원은 국민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한 이재용 부회장 사면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비판 여론이 일자 양 의원은 "반도체 세계대전이 이미 시작됐는데 국내 반도체 산업을 누가 진두지휘할 것이냐고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 사면 문제는 한 기업의 일이 아니다. 국가 대표선수 문제로 봐야 한다"며 "국가 대 국가 패권경쟁에 대표선수를 내보내야 하지 않나. 국가대표로 뛰어야 할 기업에 수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반도체 기술 패권전쟁 특별위원회 위원장. 2021.04.27 leehs@newspim.com |
그는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30년 뛰었다. 그 현장에서 속도감 있게 결정해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의사결정 과정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이러한 것들이 국가 경쟁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안다"며 "그렇기에 (사면은) 한 기업이 아닌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충분히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을 국가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양 의원은 "반도체 패권전쟁을 어떻게 이겨낼지 근원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 부회장 사면론은) 반도체 패권국가를 어떻게 만들고, 반도체 선도국가로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관심이다. 사면 대상이 이재용 부회장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패권전쟁에서 역할이 있다면 (이 부회장이라도) 써야 한다"고 봤다.
사면 분위기는 어느 정도 무르익었다는 게 양 의원 생각이다. 그는 "체감상 10명 중 7~8명은 (이 부회장 사면을) 이야기한다고 느낀다"며 "국민 여론을 체감하면 대통령도 고심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기술 속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도자에게 사면권이 주어진 것은 국가 위기가 닥쳤을 때 그 권한을 쓰라는 의미라고 본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반도체 기술 패권전쟁 특별위원회 위원장. 2021.04.27 leehs@newspim.com |
양 의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당내 특위 설치를 제안했다. 반도체 패권경쟁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업계 의견을 청취하고 지원책을 모색할 입법부 차원의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양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반도체 특위를 출범시켰다.
양 의원은 "반도체 기술 경쟁은 결국 속도전이다. 누가 선점하냐가 관건"이라며 "특위가 업계 의견을 수렴해 단·중·장기 과제 리스트를 만들어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 특위는 각종 지원책을 망라한 반도체산업지원특별법 입법에 박차를 가한다. 늦어도 오는 8월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양 의원은 "경쟁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우, 막대한 R&D(연구개발) 투자규모를 자랑한다. 우리나라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앞서있다"며 "우리나라는 지원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규제도 많아 글로벌 무대에서 뛰는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쟁국을 압도할 만한 초파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례로 미국은 '칩스 포 아메리카 액트(Chips for America Act)'에서 2024년까지 반도체 시설투자비에 대한 40% 세제지원을 하기로 했다. 반도체 특별법도 이에 준하는 세제지원 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는 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규제도 풀어줘야 한다"며 "정부가 지원을 더 해주지 못한다면 최소한 규제라도 풀어달라는게 업계 요구"라고 했다.
화평법, 화관법 등 반도체 산업에 한해 일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폐수처리와 시설기준 등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는 등 패스트트랙을 과감하게 도입해 기업들이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양 의원은 설명했다.
인재 육성도 시급하다. 양 의원은 "인재 양성이 본질적으로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반도체 경쟁은 결국 인재 싸움인데 업계는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 한다"며 "교육 시스템부터 문제가 있다"고 봤다.
양 의원은 "관련 대학 학과 정원은 지나치게 적고, 교수 인력은 부족하다. 대학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은 시대를 앞서가긴 커녕 한참 뒤처져있다"며 "현 교육 체계는 사실상 인재 양성을 포기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학과 정부 유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대학정원 이슈를 풀고 학생 수를 늘리는 한편, 반도체 업계는 임직원에 겸임교수를 허용하는 등 부족한 교수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는 게 양 의원 생각이다. 그는 "특위가 인재 양성 문제를 풀기 위한 입법보완에도 나설 것"이라고 했다.
양 의원은 "국내 반도체 업계가 세계 전쟁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특위가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반도체 기술패권가의 지위를 대한민국이 확실히 가져가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특위를 가동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반도체 기술 패권전쟁 특별위원회 위원장. 2021.04.27 leehs@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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