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북협상에 전임자 업적 활용 가능"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싱가포르 합의를 토대로 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미대화의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북한도 이를 환영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평화연구소(USIP) 프랭크 엄 선임 연구원은 19일(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익명의 미 당국자의 발언으로 싱가포르 합의 계승 가능성이 시사된 적은 있지만 캠벨 조정관이 직접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데 중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로이터=뉴스핌] 김근철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코로나19 규제 완화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2021.05.14 kckim100@newspim.com |
엄 연구원은 싱가포르 합의가 북미 정상이 서명한 최초이자 유일한 합의문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총비서가 이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 합의는 새로운 북미관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와 완전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교환하는 합의로서 북미협상 재개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현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공화당 행정부가 이룬 합의문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양당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 역시 이를 좋은 신호로서 환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이 북한에 화해 제스처 즉 신호를 보내지 않고,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싱가포르 합의의 재확인은 실질적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 연구원은 싱가포르 합의 외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사항을 담은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이나 김정은 위원장이 2012년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의 동결을 약속한 2‧29 합의 역시 새 대북정책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핵 6자회담에서 미국 측 차석대표를 지낸 조셉 디트라니 전 특사도 최근 RFA에 북미협상은 대화를 통한 외교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며, 2018년 싱가포르 회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했던 내용부터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를 진전시켜 나가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미국 조지워싱턴대학(GWU) 한국학연구소가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바이든 신임 행정부가 들어서고, 1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로 새로운 환경이 조성됐다며, 싱가포르 합의문을 그대로 계승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우리는 지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때 떠난 지점에서 정확히 미북대화를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없다"며 "문제는 실제로 협상 테이블에 있는 게 무엇인가이다. 한미 양국이 협상 의제에 대해 확실히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5월 한미 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한국 담당 국장은 19일 RFA에 어떤 합의문을 토대로 하던 북미 간 서로 타협하고 절충하는 행동이 없다면 실질적인 진전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미국이 계속해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기조를 이어가는 한 북한이 먼저 행동에 나서거나 협상장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가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전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미북 간 싱가포르 합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우리의 노력은 이전 정부에서 마련된 싱가포르 및 다른 합의 위에 구축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와 비슷한 내용을 보도한 적은 있지만 미 정부 관리가 공식적으로 싱가포르 합의 계승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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