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신설해 관리·감독 총괄, 자회사로 토목·주택사업 진행
사실상 담당업무 유지...개발정보·투기방지 차단 미지수
전국 80만가구 공급대책 계획에 무딘 칼날 휘둘렀단 비판도
LH "지주사 전환 등 혁신안 확정된 거 없어"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직원들의 땅 투기로 발단이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혁신안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기존 업무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다 해체 수준의 혁신안과는 거리가 멀어 실효성에 미지수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LH 조직을 과감하게 쪼개지 못하는 이유는 '2·4 공급대책'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일정이 지연되면 안정세를 보이던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투기 재발과 각종 비리는 조직 내 관리·감독을 강화해 바로잡겠다는 방침이지만 선후배로 얽힌 조직 문화에서 이마저도 성과를 거둘지 불투명하다.
◆ 지주사 전환 가닥...과거 '토지·주택공사' 분할 수준 혁신안
24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LH 혁신안이 지주사 전환을 골자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측되자 비리를 막는다는 본래 취지가 퇴색될 것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현준 신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LH 투기 사태'와 관련해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1.04.27 leehs@newspim.com |
정부와 여당이 두 달여간 LH 혁신안을 검토한 결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지주사는 LH 조직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토지와 주택사업 등 실무를 담당할 2~3개 자회사를 두는 방식이다.
이 경우 해체 수준의 혁신안과는 거리가 있다. 혁신안의 검토 초기만 해도 투기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신도시 조성 및 토지조사 업무를 LH 조직에서 배제한다는 입장이었다. 개발 정보를 이용한 투기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고 재발도 방지한다는 목적에서다. 담당 업무를 그대로 둔 채 지주사 전환은 해체 수준으로 조직을 정비한다는 계획에서 상당히 후퇴한 방식인 셈이다.
사실 극약 처방으로는 주택청(가칭)을 신설해 LH가 담당하던 신도시 및 인프라 개발과 주택공급 업무를 넘겨받는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이 경우 LH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LH 지역본부 업무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는 것도 유력하게 제기됐다.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거나 별도 지방공사가 지역의 개발을 총괄하는 것이다. LH 지역본부는 서울을 비롯해 인천, 경기, 대전, 세종시 등 14개를 두고 있다. 신도시와 임대주택, 환경개선 등 주택건설 관련한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
LH 전신인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시절로 돌아가는 수준이란 지적도 나온다. 두 회사는 2009년 기업 효율성을 높이고 공기업 기능을 강화한다는 목적 아래 통합됐다. 지주사가 생긴다는 것만 빼면 과거 토지 사업을 담당하는 토지공사와 주택 사업을 수행하는 주택공사로 분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다 보니 개발 정보에 대한 차단 효과가 낮아 투기 사태 방지에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는 미지수란 평가가 많다. 자회사로 조직을 일부 분할하는 것이지만 조직 내 개발정보 입수 및 교류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직원들의 투기로 국민적 공분을 산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으로 혁신안이 마무리된다면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며 "조직 내 관리, 감독 기능을 강화한다지만 선후배로 엮인 조직 문화에서 개발 정보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2·4 공급대책' 속도에 조직해체 부담...LH "혁신안 결정된 거 없다"
정부가 LH 사태에 공감하면서도 무딘 칼날을 휘두른 것은 공급대책에 불안감이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2·4 공급대책'이 제대로 이행될지 의심하는 눈초리가 많다. 13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지구 지정이 사전 투기 정황에 미뤄졌다. 광명·시흥을 비롯한 다른 신도시 지역에서도 원주민들이 토지 협상을 중단한 상태다. 사전청약으로 공급일정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사업 일정이 지체돼 입주 지연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공공주도 사업의 핵심인 공공 재건축과 재개발은 주민 동의율 부진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용적률 상향과 인허가 간소화 등 혜택을 줬지만 참여율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강남 사업지의 참여는 '제로'이고 현재 주민 동의율이 사업 기준에 충족한 곳은 두 곳에 불과하다.
불확실성이 커지자 그동안 철저히 배제하던 민간시장도 손을 내밀었지만 주택사업 특성상 당장 공급을 확대하긴 어렵다. 여전히 신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수도권 아파트 청약시장의 경쟁률이 100대 1이 넘는 사례가 적지 않다. 2.4 대책에 삐걱댈 경우 집값 불안이 다시 재현될 우려가 큰 것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 공급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줘야 하는 정부로서는 LH 조직을 해체기에 부담을 컸을 것이다. 사전청약 일정, 관리를 비롯해 신도시 조성 전반에 대한 공급 사업을 LH가 담당하고 있다. 이런 집중된 역할이 비리와 투기로 이어졌지만 차질 없는 주택공급 달성도 중요한 고려 대상인 셈이다.
물론 아직 LH 혁신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추가적으로 내부 검토를 거쳐 이르면 다음주 공개할 예정이다. LH 관계자는 "LH 혁신안은 막바지 검토 단계로 결정된 내용이 아직 없다"며 "지주사로 전환된다는 것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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