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제가 대중성을 고려하며 앨범을 냈던 것만큼, 대중이 저를 찾아준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잘 하는걸 하려고요. 이제 달릴 준비가 됐어요."
빅스로 데뷔한 후 자신의 힙합 레이블 그루블린을 설립하고 그간 다양한 색깔과 장르를 담아낸 앨범을 발매했던 라비가 자신의 강점을 내세운 네 번째 미니앨범 '로지스(ROSES)'를 통해 음악적 성장을 꾀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라비 [사진=그루블린] 2021.06.02 alice09@newspim.com |
"앨범 발매하는 게 실감이 아직 안 나요. 사실 앨범 내는 게 망설여졌었거든요. 봄에 내려고 했었는데 망설임 때문에 늦어졌다 드디어 나오게 됐네요. 기대도 있고, 오랜만이라 설렘도 있어요. 너무 허무할까봐 크게 생각 안 하려고 해요(웃음). 그간 애정을 쏟은 노래들을 보내주는 느낌이라 허전하기도, 허무하기도 하죠. 그만큼 성취감도 느끼고요."
1인 기획사를 설립하고 그간 많은 앨범을 발매하면서 그룹이 아닌 솔로가수로서의 역량을 드러냈다. 애정을 쏟았던 곡들을 대중에게 선보이며 공연으로 에너지를 얻었던 만큼, 코로나19로 공연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하자 앨범 발매에 대한 망설임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앨범을 많이, 자주 냈던 편이에요. 앨범을 내면 공연을 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보니 더 욕심을 내서 많이 냈는데 지금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망설여지더라고요. 교감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진 거잖아요. 그럼에도 앨범을 낸 건 이건 제 일인데, 망설이는 제 모습이 어느 순간 싫더라고요. 더 이상 망설이는 것도 싫었고요."
이번 '로지스'는 라비의 시선으로 표현하는 사랑의 감정을 담아냈다. 사랑에 대한 감정을 감각적인 가사와 사운드를 통해 표현했다. 사랑 이야기지만 어느 때보다 라비의 색깔과 맞닿아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라비 [사진=그루블린] 2021.06.02 alice09@newspim.com |
"이전 싱글 '범'도 그렇고 다양한 형태의 제 모습을 앨범에 담아냈어요. 이제 그런 걸 그만하고 플레이어로서 라비를 보여드리고 싶더라고요. 저를 떠올렸을 때 도드라지고 확실한 색깔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장르의 다양성보다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로지스'는 그 시작이 되는 앨범이고요."
라비는 빅스때부터, 그리고 지난 싱글 '범'까지 동양적인 사운드와 이미지가 녹아든 곡들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라비가 보여주고 싶은 색깔은 그런 것들과 조금은 동떨어져 있었다.
"곡을 만들 때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일 수도 있지만, 제가 느끼기엔 시간이 지날수록 일시적인 단편적인 제 모습 같더라고요. 그래서 뭘 내가 뭘 잘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한 게 필요했어요. 예를 들어 '라비는 드라이브 할 때 생각이 나'라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저를 떠올릴만한 게 없더라고요. 확고한 색깔과 에너지가 조금 더 명확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고 나서 만든 앨범이 '로지스'에요. 앞으로 앨범 작업도 이런 결로 할 것 같고요."
빅스로 데뷔해 10년차가 됐지만 음악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따라왔다. 주류 반열엔 올라왔지만 마니아층으로 형성된 힙합, 그리고 랩을 하면서 대중성을 따라가며 앨범을 만들었지만 라비는 "조금 더 확실한 내 것을 찾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라비 [사진=그루블린] 2021.06.02 alice09@newspim.com |
"그간 발매한 곡들이 음원차트에서 바람을 일으킨 건 아니지만, 대중성을 고려할수록 데이터가 좋아지는 건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대중성을 고려한 것만큼 대중이 저를 찾아준 건 아니었어요. 이건 내 것도 아니고 대중이 사랑해주는 것도 아니라고 느껴서 조금 더 확실한 제 것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걸 드러내고 표현해야 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라비는 이런 색깔이구나'라고 인지할 것 같았어요."
이제야 자신이 하고 싶은, 보여주고 싶은 색깔과 장르를 찾았다. '로지스'를 통해 '가수 라비'를 드러내게 된 만큼 그의 만족도는 여느 때보다 최상이었다.
"차트는 제가 신경을 써도 어떻게 되는 게 아니라 신경을 안 쓰려고 해요. 마음 같아선 1위부터 7위까지 다 제 곡으로 채워졌으면 하죠. 하하. 이번 앨범은 고민을 많이 하고, 정리를 한 다음 작업해서 그런지 애착이 높아요. '로지스'를 통해 다음 작품을 기대할 수 있는 기대감과 에너지를 전달 드리고 싶어요. 이제 달릴 준비가 됐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그냥 최선을 다 할 생각이에요. 제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걸 열심히 하면서 달려 나가야죠."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