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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시장님 사고 난 다음 말고 미리 막아주세요"...민원을 넣었다

기사입력 : 2021년06월21일 12:39

최종수정 : 2021년06월21일 12:39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아빠 버스 탔어요. 집에서 만나요. 사랑해요"

이 통화를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2학년 김모(17) 군은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김군은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지역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매몰된 시내버스 안에서 사망했다.

김군의 꿈은 음악가였다. 사고 당일 김군은 비대면 수업인데도 음악 동아리 모임을 위해 학교를 찾았다가 귀가하는 길이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2021.06.09 kh10890@newspim.com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김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버스카드 결제 내역을 확인하고서 붕괴 현장을 찾아 "버스 안에 아들이 갇혀 있는 것 같다"며 "제발 안으로 들어가서 얼굴만이라도 확인하게 해달라"고 울부짖었다.

곰탕집을 운영하던 60대 여주인 곽모(64) 씨는 생일이던 아들에게 미역국을 끓여주기 위해 외출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일은 아들의 생일상을 차려주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점심 장사를 마치고 시장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지역 사고 희생자들의 사연이다. 이들이 뭔가를 잘못해서 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운이 지독하게 나빠서 그리된 것도 아녔다. 그저 집을 가기 위해 시내버스를 탔을 뿐이었다.

초등학생 3학년생 2명이 사망한 풍영정천은 평소에도 시민들이 자주 드나드는 도심 속 휴식공간이다. 한 시민은 사고 당일 뉴스를 보고 안타까워서 현장에 나와봤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뉴스 검색창에 '인재(人災)'라고 쳐봤다. 광주 광산구 풍영정천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 2명이 불과 수심 1.5m 정도의 징검다리를 건너다 물에 빠져 숨졌단다. 경기도 이천에서는 한 소방관이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진입했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불과 1~2주 사이에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인재가 벌어지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사고가 발생하면 각 정당의 대표, 기업, 지자체장들이 사고 현장을 찾아 법안을 통해 '제2의 OO참사'를 막겠다든지 안전점검을 통해 유사한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마치 모든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듯했다. 법안이나 점검으로도 막을 수 있는 거였다면 본인들이 미리 신경 써서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했으면 됐을 것들이었다.

물론 아무리 안전에 신경을 쓴다고 해도 모든 사고를 막을 순 없을 거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쩌면 매번 막을 수 있었음에도 외양간도 못 고치는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민원을 넣어봤다. 단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해서. 12~19일까지 1주일 간, 20여 건의 민원을 넣어봤다.

◆ 제2의 광주 붕괴 참사, 미리 막아주세요

광주 북구의 한 재개발 현장. 이곳에서도 하층 철거 전도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됐다. 건물을 한꺼번에 무너뜨려 철거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불법으로 철거했다. 사진은 인근 아파트 관계자의 도움으로 옥상에서 촬영한 모습 [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사고 발생 직후부터 당연스레 매일 출근하듯 사고 현장, 분향소를 찾았다. 내 카메라는 사고 현장을 방문한 정치인, 자치단체장을 향하고 있었다. 뷰파인더 너머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사고 현장과 유가족이 아닌 이른바 '조문 정치'에 더 신경을 쓰는 듯 보였다.

정부 한 관계자는 붕괴 참사 현장을 행사장이라 표현하고, 지역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은 참사 현장 바로 앞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들은 이후에도 '기자님들도 참.. 기삿거리가 이것밖에 없을까요?'라고 조롱 섞인 문자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도 '과연 저들이 정말로 또 다른 붕괴 참사를 막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저렇게 말해도 어련히 잘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기로 했다.

광주 북구의 한 재개발 현장을 찾아가 봤다. 붕괴 현장을 보고도 이곳에서는 여전히 하층 철거 전도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광주광역시청 홈페이지에 민원을 넣고, 전화를 걸었다.

광주광역시청 홈페이지에 인재를 막아달라고 민원을 넣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최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학동 붕괴사고 이후 재개발 현장을 지나가는 수많은 이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또 다른 현장에선 같은 문제가 벌어지고 있더군요.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공사 업체의 문제가 가장 크지만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시청·지자체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재개발 현장 앞 버스정류소를 이설하겠다거나 버스 운전기사가 본능적인 감각으로 액셀러레이터만 밟았어도 희생자들이 살 수 있었다느니 다른 곳으로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는 이야깁니다. 모든 사건·사고가 행정당국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발 막을 수 있었던 사고는 참사 이후에야 특별점검에 나서겠다고 하지 말고 미리 점검해서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세요"라고 적었다.

시청 관계자는 "위험요인이 개선될 때까지 공사를 중지시키겠다"고 답했다.

◆ 비가 오면 '징검다리' 건너는 게 위험해서

광주시가 안전점검 특별주간을 맞아 '풍영정천' 사고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풍영정천 인근 광신대교 징검다리에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지난 12일 초등학생 2명이 징검다리를 건너다 물에 빠져 사망한 '풍영정천'은 수심이 1.5m에 불과했다. 사고 발생 이틀 전 비가 많이 왔고 이로 인해 징검다리에는 이끼가 꼈다. 또 평소와는 달리 그 시간대에 행인이 하필 아무도 없었다. 악재의 연속이었다.

어른 한 명만 있었어도 충분히 구조할 수 있는 높이였다. 어쩌면 징검다리에서 미끄러져도 옆에 그물망이나 줄 하나만 있었더라면 아이들이 엉덩이만 털고 일어날 수도 있었다.

이런 사고가 일어날지 몰라서 대처를 못했다고 하는 것 까지는 어떻게든 이해를 해보려고 했다. 문제는 그 뒤의 대처였다. 사고가 발생한지 3일 뒤에도 비가 내렸지만 사고 지점과 가까운 다른 징검다리를 가보니 한쪽만 출입을 막고 반대편 쪽은 열어뒀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징검다리를 넘어서는 수위로 물이 범람하고 있었지만 차단막이 올라가 있었다. 반대 방향은 차단막이 내려가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누군가 올려놓은 것이라 해명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출발 지점과 끝 지점이 상당한 거리가 있는 징검다리였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건너왔다가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이런 날에 징검다리를 건너는 행동 자체가 위험한 것은 맞지만 이용섭 광주시장이 안전 점검 특별주간으로 선포한지 불과 2일 뒤에 발생한 일이었다.

또 하나 신경 쓰였던 광경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지난해 붕괴된 자전거도로 복구 현장 너머로 낚시하고 있는 시민이 보였다.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도 안되는 곳이었기에 어른이라도 위험한 곳이었다.

지난해 폭우로 자전거 도로가 무너져 내리면서 복구 작업에 들어가느라 출입을 통제 시킨 곳이다. 하지만 비가 와서 수위가 높아졌음에도 담을 넘어 낚시하고 있는 시민이 있어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해달라고 민원을 넣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민원을 넣었다. 비가 오면 수위가 높아져 위험하니 낚시객들의 출입을 막아달라고.

그러자 다음날 시청 측에서 전화가 왔다. 그는 "낚시객은 단속이 쉽지 않고, 차단막은 수동으로 내려야 하다 보니 24시간 감시할 수 없다"며 "양쪽 다 차단막을 내려놨는데 누군가 올려놓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 하수구가 막혔어요

지난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광주 북구 신안동 일대에 하수구가 차량 발 매트에 막혀있었다. 사진 촬영 후 발 매트를 치워버렸다. 하수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비가 내리니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던 작년 7~8월이 생각났다. 하늘은 폭우에 가려졌고, 도시는 물에 잠겼다. 수상도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비가 쏟아졌었다. 가장 피해가 컸던 지난해 8월 7~8일 이틀간 광주에서만 583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광주 북구 신안동에서는 침수된 건물 배수 작업 도중 30대 남성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도 있었다.

하수구만 제 역할을 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불과 1년이 채 지나지도 않았지만 다시 찾아간 북구 신안동은 피해 사실을 잊은 듯했다. 하수구는 차량 발 매트가 막고 있거나 담배꽁초가 쌓여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수구가 인근에 있기는 했지만 빗물이 전혀 고이지 않는 곳에 설치돼 있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그래서 안전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넣었다. 장마철이 다가오기 전에 하수구가 막혀 또다시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구청에서 답변은 아직 안 왔다).

◆ 위험천만한 도로에서

경찰서와 구청에 횡단보도를 깔아주든, 펜스를 쳐서 무단횡단을 아예 못하게 하든 해달라고 민원을 넣었다. 위험하지 않도록 [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퇴근 후 집에 가던 길이었다. 차들이 씽씽 다니고 있는 도로 사이로 환자복을 입은 이들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한 명은 휠체어를 끌고서.

10여 분 동안 관찰해보니 20여 명의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근처에는 횡단보도가 없는 것도 아녔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됐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펜스를 쳐달라고 해당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불편하더라도 안전이 우선인 거니까.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헬멧을 쓰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면 단속 대상이다. 무엇보다 왕복 6차선 도로에서 저렇게 달리고 있는 것이 위험해보여 민원을 넣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다른 도로에서도 위험요소는 있었다. 왕복 6차선 도로에서 헬멧도 착용하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는 시민이 보여 단속도 단속이지만 자칫 위험할 수 있으니 안전한 곳에서 이용하게 해달라고 경찰에 민원을 넣었다.

◆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지금 당장은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민원도 넣어봤다. 비상구 계단을 가로막고 있는 건물에 대해서도 민원을 넣었고, 소화전 주변 적색 표시가 된 곳에 세워둔 불법 주·정차 차량도 신고했다.

소화전 주변 적색 표시가 된 곳은 화재 시 불법 주·정차 등으로 소화전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늘 비워둬야 하는 곳이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다른 유형의 위험에도 대비하기 위해 신고한 게 있었다. 친구와 술을 마시러 가던 어느 날, 두 눈을 의심했다. 멀리서부터 뚜렷하게 보이는 하의실종 패션. 중년 남성이 노팬티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혹시 모를 불순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서에 민원을 넣었다.

팬티도 입지 않고 돌아다니는 남성이 있어서 경찰에 민원을 넣었다. 야심한 밤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니 출동 좀 해달라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어떤 상황인진 모르겠으나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밑에도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돌아다니고 있다고. 그랬더니 경찰은 "암 말기 환자라 덥다고 종종 저렇게 나오곤 한다"며 "처벌 대신 가족에 인계했다"고 했다.

◆ 무심코 지나치고 있던 것들

광주 서구의 한 대형마트 장애인 주차구역 전광판이 '장애우'로 표기됐다. 마트 측은 즉시 '장애인'으로 표기되도록 고치겠다고 했다. 전광판 밑 장애인 주차구역을 가로막고 있는 이중주차 차량 대해선 민원을 넣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16 kh10890@newspim.com

대형마트에 장 보러 갔을 때였다. 1층에 장애인 주차장을 거쳐야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2가지가 눈에 띄었다. 장애인이 아닌 '장애우'라고 표기된 전광판, 당당하게 장애인 주차구역 두 칸을 가로막고 들어가던 젊은 여성.

마트에 전화를 걸었더니 "이제까지 문제 제기한 사람이 없어서 몰랐다"며 "장애우가 아닌 장애인으로 올바르게 표기될 수 있도록 즉시 시정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장애인 주차구역을 가로막은 차량에 대해선 해당 구청에 민원을 넣었더니 '5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화순군청 군수실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창고처럼 쓰이고 있었고, 안전바도 없는 가파른 경사로 탓에 장애인이 쉽사리 군수를 만나긴 어려워 보였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비장애인의 시선에선 불편함을 겪어보지 않아 잘 몰라서 개선되지 않을 것들을 위한 민원도 넣어봤다. 정성주 광주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의 제보로 화순군청을 가봤다.

2층에 위치한 군수실을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니 청소를 이유로 통로가 여러 장애물들에 가로막혀 있었다. 장애물들을 치워보니 안전바도 없었고, 가파른 경사로 때문에 휠체어로는 군수실을 갈 수 없는 구조였다.

형식상의 답변이라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듣고 싶어 화순군청에 민원을 넣었더니 "청사가 옛날 건물이라 따로따로 있던 건물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건물 높이가 서로 달라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문제를 알았다면 미리 고쳤을 텐데 몰랐다. 경사로가 완만해져 장애인도 편히 다닐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1주일 간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민원을 넣어보니 전국 상위 4%를 기록했다. 상위 1%가 될 때까지 안전을 위한 민원을 넣을 생각이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6.21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1주일 동안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민원 16건, 시청 1건, 경찰서 2건, 전화민원 2건. 총 21건의 민원을 넣어봤다.

누군가는 민원 때문에 분명 화도 났을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괜한 민원 때문에 적게는 몇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도 벌금을 내게 됐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민원 덕분에 웃었다. '아무리 말해도 안 바뀐다'고 했던 것들이 민원 한 번에 바뀌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민원'이란걸 비로소 알게 됐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사한 문제로 사건·사고는 또 터질 거란 걸 잘 안다. 그러니 민원을 넣었더니 따뜻한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는 희망 가득 찬 말로 끝낼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내 이웃, 내 가족이 억울한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제2의 광주 건물 붕괴 참사, 제2의 초등생 익사사고 등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민원'이 아닐까.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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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뒤흔든 맘다니 돌풍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 "빨리 뉴욕에 파트타임 일자리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지난 주말 뉴욕 인근에 사는 지인들과의 모임 도중 나온 얘기다. 이날 저녁 자리 화제의 중심은 단연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였다.'뉴욕 파트타임' 얘기도 맘다니 덕분에 나온 농담이다. 맘다니는 자신이 시장에 당선되면 뉴욕의 최저 임금을 시간당 30달러로 올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금 환율로 따지면 4만 600원 정도다. 현재 뉴욕의 최저 임금 시급은 16.50달러다. 이미 미국 내 최고 수준이다. 그런 뉴욕 최저 임금을 2배로 올리겠다는 얘기다. 물론 2030년까지라는 전제는 달렸다. 그렇다 하더라도 귀가 솔깃해질 만한 공약임은 분명하다. 비단 이날 모임뿐 아니다. 요즘 '뉴요커'들 사이에서 맘다니는 최고의 뉴스메이커다. 어디서든, 누구와든 맘다니 얘기를 꺼내면 10분~20분은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만큼 맘다니의 등장 자체가 뉴욕 사람들에게도 충격이자 파격이다.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사진=로이터 뉴스핌] 뉴욕 시장 자리는 한국으로 치면 거의 서울 시장급이다. 뉴욕은 미국의 최대 도시이자, 전 세계에서 사람과 돈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중심지다.  이런 뉴욕의 유력한 차기 시장 후보가 불과 33세라니. 그것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나 7세 때 뉴욕으로 이민 온 인도계 무슬림이다. 더구나 그는 26살이 되던 2018년에야 뒤늦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투표권을 받았다. 맘다니가 하버드 같은 아이비리그의 명문대를 졸업한 것도 아니다.  그는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 졸업 후 저소득층 주택 압류 방지 상담사로 활동했다. 그러다가 2020년 뉴욕 주의회 하원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 선출된 것이 사회 경력의 전부다. 시쳇말로 '듣보잡' 수준이다. 예전 같았으면 뉴욕 시장 후보에 명함도 못 내밀 커리어다. 그런 맘다니가 불과 몇 개월의 선거 운동으로 민주당의 뉴욕 시장 후보가 됐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스토리다.  그것도 뉴욕 주지사 3선에, 한때 차기 대선 후보 물망에 올랐고, 당내 유력 인사와 후원 그룹의 지원을 받는 '거물' 앤드루 쿠오모를 꺾었다. 그야말로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민주당 전략가 트립 양은 뉴욕타임스(NYT)에 "현대 뉴욕시 역사에서 가장 큰 반전이 일어났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맘다니는 1일 발표된 민주당 3차 경선 결과 과반이 넘는 56%를 득표했다. 이로써 그는 당당히 민주당의 뉴욕 시장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뉴욕은 아직도 민주당의 아성으로 불린다. 민주당 후보 공천은 뉴욕 시장 당선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진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의 관심은 이제 '맘다니 돌풍'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모아진다. 숱한 전문가들은 아직 맘다니의 본선 경쟁력에 의문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맘다니의 민주당 경선 승리의 발판이 됐던 급진적인 공약들이 결국 부메랑이 돼서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맘다니가 내세운 핵심 공약은 실제로 급진 좌파 성향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불릴 만하다. 시내버스 무임승차, 0세부터 5세까지 무료 보육 및 유치원 교육 실시, 뉴욕시 관리 아파트 임대료 동결, 값싼 시립 식료품점 설립, 부자 증세 등이 그것이다. 구체적 재정 대책이 없다는 질타와 비판이 나올 만하다. 게다가 맘다니는 학창 시절부터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운동에 가담했다. 뉴욕과 민주당의 돈줄을 쥔 유대인들의 거부감도 크다.  민주당 주류와 온건그룹에선 벌써 부담스러운 티를 낸다. 너무 과격해서 중도층 이탈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월가의 큰손들은 이미 온건 성향의 대항마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던 쿠오모 전지사나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이 독립 출마 형태로 시장 선거에 나서려는 것과도 이와 연결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일찌감치 맘다니를 '100% 공산주의자 미친 놈'이라고 부르며 파상 공세를 퍼붓는 중이다.  급진 좌파 프레임을 씌워 민주당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색깔론 공세에 더해 민주당 측 후보 난립을 잘 이용하면 뉴욕 시장까지 손에 쥘 수 있겠다는 기대도 하고 있는 눈치다.  지하철에 탑승한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 [사진=로이터 뉴스핌] 이런 정치판의 셈법과 보도를 따라가다 보면 '맘다니가 11월 4일 선거에서 뉴욕 시장에 당선되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에 월가 금융기관에서 오래 기간 일했던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도 '만다니의 한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그의 견해는 좀 달랐다. 자신의 사무실에 근무하는 한 직원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 직원은 줄곧 보수 성향을 보여왔고 지난 대선에서도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이번에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맘다니에게 표를 던졌다. 이유를 물으니, "뉴욕에서 사는 게 너무 힘들다. 물가가 미쳤다. 부자들은 상관없겠지만 우리 같은 단순 사무직은 열심히 일해도 렌트비, 교통비, 식료품비 내기에도 너무 벅차다. 내게 이념은 크게 상관없고, 누구라도 이 힘든 생활에 도움을 준다면 표를 안 찍을 이유가 없다"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맘다니의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에 큼직하게 적힌 슬로건이 새삼 머릿속에 다시 선명히 떠올랐다. "조란 맘다니는 뉴욕의 근로자들의 생활비를 낮추기 위해 시장직에 도전하고 있습니다"였다. 맘다니는 얼마전 NBC 방송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한 트럼프의 언급에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리고는 "나는 트럼프가 힘을 실어주겠다고 대선 운동 기간 약속했던 바로 그 노동자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그들을 배신해왔다"라고 말했다. '빨갱이 프레임'을 씌우는 트럼프에게 시원하게 한 방 먹이면서 자신이 노동자들을 위한 진짜 일꾼임을 드러내는 패기와 영리함이 번뜩이는 발언이다. 그래서 맘다니가 이념 프레임의 덫에 갇히지 않고, 뉴욕 시민의 민생과 민심을 파고드는데 성공한다면 '정말 큰일을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건 그가 뉴욕 시장에 당선된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다는 21세기에도 팍팍안 일상을 견뎌내야 하는 노동자 계층과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과거의 이념과 정치적 문법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줄 '사건'이 될 수 있다.  맘다니 열풍과 논란이 뉴욕의 일회성 정치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증폭되고 변모하면서 확산될 것이란 예감이 드는 이유다.   kckim100@newspim.com 2025-07-03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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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머스크 추방도 검토"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일론) 머스크의 추방 문제도 고민해보겠다"고 발언하며, 두 사람 간 갈등이 또 한 번 수위를 높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의 감세·재정 법안을 비판한 데 이어, 트럼프는 머스크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추방 가능성까지 언급해 정치적·법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1일(현지시간)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머스크를 추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한번 살펴보겠다(I don't know, we'll have to take a look)"고 답했다. 그는 이어 "머스크는 많은 보조금을 받았으며, 전기촤 의무화 폐지에 매우 화가난 듯 하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6.21 mj72284@newspim.com 트럼프는 전기차 강제 규정을 "바이든 시대의 유산"으로 규정하고 폐지를 추진 중이다. 그는 "나는 전기차를 원하지 않는다. 휘발유도, 하이브리드도, 언젠가는 수소차도 원할 수 있다"며 "다만 수소차는 터지면 5블록 떨어진 데서 시신을 찾는다"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의 '추방' 발언이 담긴 클립이 퍼지자,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 "이걸 더 키우고 싶어 죽겠지만, 지금은 참겠다"고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이 논란은 머스크가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 법(OBBBA)'을 "완전히 미치고 파괴적 법안"이라며 비판한 데서 촉발됐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머스크는 역사상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은 사람"이라며, 정부효율성부(DOGE)가 머스크의 보조금 수혜 내역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응수했다. 이어 트럼프는 "보조금이 없으면 로켓 발사도, 전기차 생산도 못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전문가들은 연방정부의 보조금·계약 중단이나 규제 강화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사업에 실질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머스크는 세금안 반대뿐 아니라 "새로운 정당(America Party)을 만들겠다"고 맞불을 놓으며 대선 기간부터 이어온 트럼프와 머스크 간 '브로맨스'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koinwon@newspim.com 2025-07-0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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