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상대 채무부존재확인소송서 패소
"계약자유의 원칙상 법원이 관여할 문제 아냐"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사에게 통신망 트래픽 관리를 위한 망 이용료를 낼 수 없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법원은 망 이용대가 지급여부는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 간 협상에 따라야 하는 문제라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25일 넷플릭스 인코퍼레이티드 및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SKB)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지난 2018년부터 넷플릭스는 일본 도쿄의 OCA에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여기서 한국의 SK브로드밴드까지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국내 가입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자료=넷플릭스] 2021.06.21 nanana@newspim.com |
재판부는 망 이용대가 지급의무가 없다는 넷플릭스 측 주장에 대해 "원고들과 피고는 서로 합의 하에 현재 도쿄와 홍콩에서 직접 (망을) 연결하고 있다"며 "계약자유의 원칙상 계약 체결 여부와 어떤 대가를 지급할지 여부는 당사자 협상에 의해야 하고 법원이 나서서 체결하라 마라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재정절차에서 협상의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협상의무의 부존재를 구할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SK브로드밴드 측 대리인은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SK브로드밴드는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해외망과 부산에서 서울로 들어와 전국으로 깔리는 국내망을 이용해 여러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다"며 "법원이 넷플릭스의 청구를 기각한 것은 망 이용대가 지급의무가 있다는 간접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변론기일이 더 진행됐다면 넷플릭스에 직접 대가지급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려고 했다"며 "만약 넷플릭스 측에서 불복해 항소심으로 간다면 반소 제기를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스트리밍 서비스 접속과 관련해 트래픽 관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망 이용 대가를 내라고 요구했다. SK브로드밴드의 재정신청으로 방통위는 이들 간 중재를 시도했으나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넷플릭스는 지난해 4월 13일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넷플릭스 측은 "이미 인터넷 가입자들로부터 전송 대가를 지급받았음에도 추가로 대가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며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전송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확립된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망 품질 유지를 위한 투자와 비용은 모두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에게 전가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미 국내외 CP들은 망 이용 대가를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