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적성·실력 기준에 맞게 과목 선택해라"…원칙론 내세운 평가원
학교 현장은 "결국 사교육 집계 통계 자료 활용 불가피"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지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 결과가 나왔지만, 등급별 국어·수학영역 선택과목 비율 등 객관적 자료는 제공되지 않아 수험생의 혼란이 예상된다.
특히 올해 수능이 처음으로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지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계열 간 성적 격차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이른바 '깜깜이' 상황 속에서 올해 입시를 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측은 수험생이 어떤 과목을 선택할지에 집중하기보다는 본인의 '진로·적성·실력' 기준에 맞게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문·이과 통합 체제로 시행되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첫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손을 모은 채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1.06.03 pangbin@newspim.com |
29일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에 따르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와 수학 모두 146점으로 비교적 어렵게 출제됐다.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 1등급 비율은 전년도 수능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고, EBS 교재 연계 방식도 간접연계로 바뀌면서 수험생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어느 수준의 학생이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학교 현장에서는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정부가 문·이과를 통합해 융합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올해부터 통합형 수능을 도입키로 했지만, 현장에서는 벌써 '또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지난 13일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고3 재학생 및 졸업생 9200여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월 모의평가에서 수학 1등급(상위 4% 이내) 학생의 95% 가량이 이과생이 주로 치르는 미적분(86.78%), 기하(8.73%) 과목을 선택했다.
또 문과생의 수학 원점수(100점 만점)가 이과생보다 낮아 올해 통합 수능 체제에서 문과생이 불리하다는 학교 현장의 우려가 확인된 바 있다.
이날 평가원이 공개한 과목별 선택 비중은 확률과 통계가 54.6%, 미적분이 36.6%, 기하가 7.4%였지만, 입시에 필요한 문·이과 등급별 선택 비중에 대한 정보는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 교육부와 평가원 측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평가원 측 관계자는 "선택과목별 성적 정보를 공개할 경우 (공통과목보다) 선택과목이 오히려 영역 점수를 좌우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이 경우 혼란만 더 가중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앞으로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택과목 유불리 따라 현재 시점에서 학생들이 흔들릴 것 우려하는 교사도 많이 있었다"며 "선택과목에 대한 정보가 제공될 경우 중하위권 학생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교사들의 의견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학교 현장은 올해 통합형 수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3학년 진학담당 교사는 "현재 교육당국이 제공한 정보로는 일반적인 경향만 파악할 수 있다"며 "결국 사교육업체가 종합한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대거 발생할 우려도 있는데, 정확한 데이터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wideope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