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엄격하게 유지했어야"…정부 오락가락 방역지침에 쓴소리도
아이 맡길 곳 없는 맞벌이 부부들 "긴급 보육이라도 써야"
[서울=뉴스핌] 한태희 강주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긴장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학교도 전면 원격수업에 돌입하기로 하면서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학부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는 오는 12일부터 2주간 4단계로 격상된다. 4단계 격상에 따라 사적모임은 오후 6시 이후 2명까지만 가능하며 3인 이상 모임은 금지된다. 결혼식과 장례식은 친족만 허용되고 1인 시위를 제외한 모든 집회는 금지된다. 유흥시설의 경우 집합금지를 유지하고, 다중이용시설은 이용인원이 제한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부겸 국무총리가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김 총리는 이날 오는 12일부터 2주간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를 4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거리두기 4단계의 핵심인 6시 이후 3인이상 사적모임 금지는 10일부터 시행된다. 2021.07.09 yooksa@newspim.com |
중대본 결정에 시민들은 대부분 불편하고 답답하더라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김모(36·여) 씨는 "정부가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며 "코로나 확진자가 500~600명 나오는 불안한 상황에서 거리두기 방침을 완화한다고 했을때 걱정이 되고 불안했는데 이제라도 강력한 방향으로 전환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불편하더라도 인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24) 씨는 "백신 접종률이 30%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거리두기 조치는 풀어주기 보다는 엄격하게 유지하는 것이 맞다"면서 "4단계로 격상되면 일상은 좀 답답하겠지만 지금보다 더 심해지기 전에 잡아야한다. 진작에 이래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결혼했다는 이모(37) 씨도 거리두기 격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결혼을 앞두고 신부 가족이 코로나에 걸려 결혼을 한 달 연기한 적이 있었는데 (4단계) 격상 전에 결혼식을 빨리 마쳐서 다행"이라며 "예비 신혼부부 커뮤티니를 보면 결혼식 준비가 막막하다는 얘기가 많이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그간의 정부 방역조치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쓴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이모(38) 씨는 "지난주 지하철에서 턱스크하고 전화 통화하는 남자를 봤는데 정부에서 방역을 강화하지 않고 오히려 풀어주니까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게 아니냐"며 "누가 무슨 근거로 거리두기 완화 계획을 세웠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격분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정부가 20일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발표했다. 내달 1일부터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수도권은 6인까지, 비수도권은 8인까지 모임을 허용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명동거리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주말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2021.06.20 leehs@newspim.com |
서모(49) 씨도 "열흘도 안되는 사이에 방역지침이 이랬다 저랬다 하니 혼란스럽다"며 "코로나 방역 초창기 'K-방역' 자랑하던 정부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 상황이 코미디 같고 부끄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학교도 오는 14일부터 2주간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가면서 학부모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부부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김모(34·여) 씨는 "어린이집에 보내도 걱정, 안 보내도 걱정"이라며 "맞벌이 부부는 둘 중 한 명이 재택을 하면 그나마 낫지만 둘다 못 할 경우는 긴급보육이라도 이용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학부모 정모(36·여) 씨 역시 "아직 공지가 오지 않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작년 한 해 동안 가정 육아를 하며 딸을 돌봤는데 올해 여름도 4단계 때문에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조금은 막막하다. 맘카페에서도 가사와 육아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푸념 섞인 글이 많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0일 새로운 거리두기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방역조치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의도, 강남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자 새 거리두기 제도 시행을 유예하고, 이날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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