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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월가의 전문가들은 6월 미국 소비자물가 지표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게 확인됐다고 판단하고 저금리와 완만한 경제성장률이 공존하는 이른바 '골디락스' 테마가 계속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13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알렉산더 린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내고 이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와 관련해 "물가상승률(전년동월비)이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계속 가팔라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인플레는 정점에 입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소 수 개월은 기저효과와 더불어 공급 부족 현상이 재화에서 서비스 부문으로 전환한 데 따른 추가적인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있겠지만 일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일시적 인플레가 내년 역기저효과에 의한 일시적 디플레이션으로 바뀔 위험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미국의 6월 CPI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5.4%로 조사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예상치 4.9%를 웃돌았다. 5월 5.0%보다 오름폭이 가팔라졌다. 전월비 상승률은 0.9%(5월 0.6%)를 기록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항목을 제외한 6월 근원 CPI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4.5%로 이 역시 5월 3.8%보다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근원 CPI 전월비 상승률도 0.9%(5월 0.6%)를 나타냈다.
항목별로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품목의 상승세가 5월처럼 두드러졌다. 예로 중고차 가격은 전월비 10.5% 올라 전체 CPI 상승률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또 항공료(2.7%), 렌트카 비용(5.2%) 등 경제활동이나 관광 재개에 따른 가격 회복세가 눈에 띄었다. 린 이코노미스트가 일시적이라고 주장한 배경이다.
최근 소매가격인 CPI보다 선행성이 있는 중고차 도매가격의 급등세는 주춤한 양상이다. 도매경매가격 지표인 만하임지수는 6월에 전월 대비 소폭 감소세로 돌아섰다. 가격이 상승한 데 따라 수요 증가세가 미진해진 한편 반도체 부족 등 수급 압박 요인의 완화를 가리키는 징후라는 설명이 나온다.
TD증권의 분석가들 역시 같은 의견을 냈다. 분석가들은 "여행 부문과 중고차 가격의 상승세는 인플레가 대부분 일시적이라는 점을 의미한다"며 "주택 임대료 상승세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리플레 테마 '시들'...골디락스 테마 '탄력'
CPI 결과를 확인한 월가의 투자 전략가들은 연초 인기를 구가한 '리플레이션 테마'의 열기가 계속 시들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골디락스 테마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장기금리는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이에 따라 저금리에 수혜를 보는 그로스(성장)주의 우수한 성과가 기대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날 앞서 공개된 BofA의 전 세계 펀드매니저 270명 대상 월간(7월) 설문 결과에 따르면 기술주 매수가 가장 활발한 거래로 꼽혔다. 또 73%는 세계 경제의 회복 시기가 초반부를 지나 현재 중반이나 후반부에 있다고 판단했다.
투자자들의 소형주에 대한 매도 베팅은 8개월 만에 최다 규모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회사 IHS마킷에 따르면 미국 소형주를 추종하는 러셀2000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러셀2000 ETF(종목명: IWM)'에 대한 공매도 잔액은 작년 10월 이후 8개월 만에 최다로 집계됐다.
FBB캐피털파트너스의 마이크 베일리 조사 책임자는 "주도 테마 교체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연초에는 소형주와 경기민감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제는 장기금리가 하락하고 기술주의 실적 또한 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식시장은 전문가 예상을 뛰어넘는 CPI가 발표됐음에도 지난 4월분 발표 때와 달리 주가 급락 등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 S&P500은 0.4% 하락했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 1.368%에서 1.415%로 소폭 올랐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국 국채 금리가 장기물 중심으로 상승한 데 대해 CPI 결과에 따른 반사적 움직임도 배경이지만 미국 재무부가 진행한 30년물 입찰 결과가 부진한 영향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30년물 금리는 전날 2.00%에서 2.04%로 상승했다.
미국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금리는 작년 말 0.91%에서 물가와 경기 회복 기대감에 지난 3월 말 1.77%까지 올랐다가 관련 기대가 주춤해지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달 8일 한때 1.25%를 밑돌기도 했다.
한편 매리 달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NBC 인터뷰에서 CPI 결과에 대해 "정말로 일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관련해서는 연말에 개시될 수도 있다고 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