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대표, 임기 1년8개월여 남기고 돌연 사임... 재무통 김대환 수장 등판
오너3세 국적 논란 등 '사모펀드' 입김 작용했나
트러스톤자산운용 대주주 대열... 주주활동 확장 등 목소리↑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 국내 토종 속옷 기업인 BYC가 갑작스런 수장 교체를 단행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윤성 대표이사가 임기 1년8개월여 남기고 돌연 사임한 배경을 두고 최근 오너3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책임론과 대주주 대열에 오른 사모펀드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2021.07.15 shj1004@newspim.com |
◆ 고 대표, 임기 1년8개월여 남기고 돌연 사임... 재무통 김대환 수장 등판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BYC는 이달 1일자로 김대환 상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지난달 30일 고윤성 대표가 물러나면서다.
고 전 대표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하면서 오는 2023년 3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는 1980년 BYC에 입사해 영업사원에서부터 생산팀, 무역관리 과장, 전산실장, 기획실장 등을 거쳐 수장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올해로 BYC에 근무한 지 40년째다.
특히 장기 근속자에 대한 신뢰가 깊은 편인 BYC에서 고 전 대표는 첫 사회생활부터 줄곧 일해온 '순수 혈통'에 속한다. 하지만 고 전 대표가 돌연 사퇴한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여러 추측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BYC 측은 일신상의 사유라고 일축했다.
김대환 신임 대표는 재무통 인물로 신한방에서 전무를 역임한 뒤 BYC에서 관리부 상무를 맡았다. 내부 출신 인물로 재무 업무를 총괄해오는 등 조직에 대한 이해도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BYC의 역사가 70년이 넘으면서 조직문화가 보수적인 편"이라며 "위계질서도 수직적인 데다 장기근속자 등에 대한 신뢰가 깊지만 이번 고 전대표의 갑작스런 인사를 두고 업계에서도 큰 관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무통 인사가 온 만큼 아쉬운 실적 개선이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엿다.
다만 올해 1분기 BYC의 실적은 수치상으로 놓고 보면 준수했다. 올해 BYC 1분기 매출액은 35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6% 상승했다. 영업이익 역시 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50.1% 증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 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 경영난과 재무위기가 심화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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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너3세 국적 논란 등 '사모펀드' 입김 작용했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특수 관계기업을 통한 승계를 이어오고 있는 BYC 오너가 3세의 국적논란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 이번 수장 교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 하고 있다. 또 사모펀드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BYC는 제조업(도소매 포함), 건설업, 임대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제조업은 메리야스류의 제품을 주로 제조(또는 외주생산한 상품을 매입)하여 판매하고 있다. 건축도급공사와 자체분양공사로 건설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보유부동산을 통해 임대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 18.43%를 보유한 신한에디피스다. 또 계열사인 신한방, 남호섬유, 창성상품, 신한학원 제원기업 등이 주주로 있다. BYC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가 개인회사들을 통해 BYC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는 형태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오너일가는 BYC그룹의 지배력을 지속 유지할 수 있었다.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2021.07.15 shj1004@newspim.com |
업계는 BYC의 종속계열사 중 부동산임대업을 전문으로 하는 신한에디피스를 눈여겨 봐야한다는 평이다. 한석범 BYC 사장의 장남인 한승우씨가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부동산임대업 성장세가 향후 BYC 오너 일가의 경승계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승우 씨는 현재 신한에디피스 지분 58.33%를 갖고 있으며 한 사장의 딸인 지원과 서원이 신한에디피스 지분 6%씩 갖고 있다.
실제 BYC는 본업인 속옷 분야 외에도 임대업을 통한 매출 비중을 높이고 있다. 최근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도소매 업황 속에서 보유한 부동산을 통한 임대업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제는 이 때문에 토종업체로 자리했던 BYC가 국적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지배구조 정점에 서게 된 오너 3세 한 상무는 지난해 국적이 한국이 아닌 캐나다로 변경 표기되면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 한석범 BYC 회장 [사진=BYC] 2021.07.15 shj1004@newspim.com |
◆ 트러스톤자산운용 대주주 대열... 주주활동 확장 등 목소리↑
여기에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대주주 대열에 오르며 투자 기업인 BYC를 대상으로 주주활동에 나서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올해 초부터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 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이기 시작하며 지난 3월, 5% 이상 지분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명시할 경우 해당 기업의 임원 보수에 관한 사항이나 배당 증대와 관련된 주주제안을 실시할 수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들어 주주 행동주의 전략을 가미한 ESG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들어 주주 행동주의 전략을 가미한 ESG펀드를 출시하며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이사진 구성이나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불법·편법상속 등에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문제는 BYC가 문제로 거론된 부분에 모두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BYC는 지난해 말 기준 주요 경영진 등이 직간접적으로 지배하는 계열사는 남호섬유 외 10개사 등이 해당된다.
실제 지난 14일 소액주주연대 측 역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증액, 액면분할 등을 요청하며 사모펀드 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BYC는 지난해말 약 4500억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2900억으로 현저히 저평가 되어 거래되고 있다"며 "특히 재평가되지 않은 부동산 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실제 순자산은 1조5000억원으로로 추정되고 있으며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ESG 관점에서 주주가치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BYC 관계자는 "대표 사임에 대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며 "일신상의 유로 사임했다"고 설명했다.
shj10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