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뉴스핌] 고규석 기자 = 전남 목포시 원도심에 건립된 지 50년이 지난 아파트에 각 세대별 수백만원의 벌금 폭탄이 예고돼 잠 못 드는 입주민들이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문제의 아파트는 목포시 남교동에 위치한 목일 아파트. 이 건물의 1, 2층은 지난 1971년 6월 준공돼 무려 50년이나 됐고, 3~5층은 지난 1978년 6월 준공돼 43년이 경과된 목포시의 대표적인 노후 아파트다.
[목포=뉴스핌] 고규석 기자 = 목포시 남교동에 위치한 목일 아파트 측면 모습. 이 아파트는 건립된 지 50년이 경과된 노후 건물로, 목포시가 실시한 안전검사에서 E등급 판정을 받아 붕괴위험도 안고 있다. 2021.07.19 kks1212@newspim.com |
목포시가 지난해 실시한 건축물 안전검사에서도 E등급 판정을 받아 붕괴 위험성도 안고 있다. 더욱이 건물 외관도 수십년간 도장공사가 안 돼 폐가처럼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실상이 이런데도 토지 소유주와 건물주가 서로 달라 재개발 등 다른 대안을 찾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 아파트의 세대수는 총 35세대, 현재 20세대만이 거주하고 있다. 거주자 대부분이 홀로 사는 70대 이상 어르신들이다.
최근 들어 이 독거노인들의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30도를 웃도는 열대야 탓이 아니다.
소방시설 미비로 각 세대마다 300만원(입주민 주장)이라는 벌금을 내야할 딱한 처지에 놓여서다.
[목포=뉴스핌] 고규석 기자 = 목일 아파트 1층에 있는 전기 배전판. 녹슬고 전선도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2021.07.19 kks1212@newspim.com |
"먹고 살기도 힘들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판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니 억장이 무너지고 천장이 무너져 잠을 잘 수가 없다"는 게 이곳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다.
이들은 이미 올해 초 울며 겨자 먹기로 세대 당 50만원씩 벌금을 물었다.
건물이 노후(E등급) 돼 소방 시설을 다시 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소방 설비업체가 공사를 꺼릴 정도다.
여기에 토지소유주와 건물주가 달라 설비는 1층부터 해야 하는데 토지소유주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현재 소방서로부터 재고발 위기에 놓여있다. 처지가 딱하지만 소방 설비를 설치하지 않는 한 가중된 벌금을 피해갈 뾰쪽한 수가 없다.
이 곳에 소방 설비를 갖추는 데 대략 3000만~4000만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각 호별로 150만원씩을 거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입주민들의 호응이 신통치 않다.
[목포=뉴스핌] 고규석 기자 = 독거어르신들이 거주하는 3층 계량기 함. 2021.07.19 kks1212@newspim.com |
입주민 김봉암·원민희 씨는 "대다수가 매각 후 이주를 희망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재개발을 추진했지만 아파트 토지(약 700평)와 옆 교회 토지 매입비용이 너무 과다(약 40억원 추산)해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십년간 소방점검을 나오지 않았고 소방관리자 사망했어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아파트가 처한 현 상황이 고려됐으면 좋겠다. 법에도 눈물이 있지 않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형완 목포시의원은 "타 지자체의 경우 '안전 취약계층 안전관리 지원' 등의 사업을 펴는 것으로 안다. 공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관계기관과 머리를 맞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안 나비연대 공동대표는 "목포지역 도의원이 5명이나 된다. 통상 의원 1인당 소규모 지역개발사업비(포괄사업비) 몫으로 연간 5억~6억원 정도 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소외되고 나이 드신 분이 많은 이 아파트도 '소규모 공동주택 지역개발사업'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해법을 제시했다.
kks12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