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청된 증인 이미 수십명, 심리 상당 시간 필요"
김봉현 측 "검사 향응 폭로 공익제보 성격으로 판단해야"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1조6000억원 규모의 자산 피해를 낳은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0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 범죄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회장에 대해 보석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신청된 증인이 수십명에 이르러 심리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고 피고인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어 보석 조건으로 보증금 3억원과 주거 제한, 도주 방지를 위한 전자장치 부착, 참고인과 증인 접촉 금지 등을 걸었다. 김 전 회장은 재판 출석과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보석을 신청했지만 당시 재판부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기각했다. 이후 항고와 재항고를 통해 보석을 신청했지만 올해 대법원에서 기각했다.
김 전 회장 측 변호인은 기자들과 만나 "피고인은 장기간 구속돼 있었고, 같이 재판을 받는 두 명 중 한 명은 이미 지난 4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라며 "피고인처럼 1년 3~4개월 구속된 경우가 없어 재판부에서 이를 참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뉴스핌] 이형석 기자 = 1조6000억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해 4월 2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기장소인 수원남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2020.04.26 leehs@newspim.com |
라임 사태를 촉발한 김 전 회장은 스타모빌리티 사내 이사인 김모씨 등과 공모해 2018년 10월부터 2019년까지 버스업체인 수원여객 자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금 횡령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전환사태 인수계약서 문서에 수원여객 법인 인감을 임의로 날인하는 등 사문서위조및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도 있다.
김 전 회장은 횡령한 자금으로 청와대 행정관과 검찰, 변호사 등에게 금품과 향응을 접대하는데 이용했다. 그는 구속 중이던 지난해 10월 이른바 옥중 편지를 통해 "2019년 7월 전관 출신 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했다"고 폭로했다.
김 전 회장의 폭로에 검찰은 향응을 제공받은 특수부 검사 출신인 A 변호사와 B 부부장검사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당시 술 자리에 동석한 검사 2명은 향응 수수액이 100만원에서 3만8000원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불구소 기소됐다.
김 전 회장의 로비는 정치권으로도 이어졌다.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회장에게 선거사무소 개소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7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김 전 회장에게 5000만원을 받았다고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지만 패소한 상태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박예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사 향응 접대 폭로를 '공익 제보'로 규정하고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했다.
김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쟁점이 된 접대비를 계산에 포함시킬지 여부 등과 별개로 피고인의 의혹 제기가 공익제보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구한다"며 "만약 이같은 일로 기소가 되고 형사 처벌을 받는다면 다른 공익 제보들이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filt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