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오피니언 내부칼럼

속보

더보기

[기자수첩] 아무로 나미에는 왜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았을까

기사입력 : 2021년08월12일 17:32

최종수정 : 2021년08월13일 10:24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2019년 3월 중순의 어느날, 나는 도쿄 지하철 히비야센(日比谷線)의 롯폰기(六本木)역에 서 있었다. 플랫폼에 설치된 광고판에 정말 반가운 얼굴이 떠올랐다.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恵, 1977-)였다. 

아무로 나미에는 1992년 14세 나이로 데뷔해 2018년 9월 41세 때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그 27년 동안 그녀는 여성 아티스트 싱글 최고 판매량(1997년 220만장), 여성 솔로 가수 최다 관객 동원, 22년 연속 톱10 싱글 제조의 유일한 여가수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아무로 나미에의 전성기 사진들이 연속적으로 떠오르는 광고판 화면에는 그녀를 '헤이세이의 가희(平成の歌姬)'라고 지칭하고 있었다. 그랬다. 그녀는 분명 '헤이세이'를 대표하는 가수였다. 헤이세이는 일왕 아키히토(明仁) 재위(1989~2019) 31년 동안 사용된 연호다. 그녀의 활동기와 거의 들어맞는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2019년 도쿄 지하철역 광고판에 등장한 전성기 시절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恵)의 모습. 2021.08.12 digibobos@newspim.com

이제 한달여 후인 5월 1일이 되면 나루히토(徳仁) 일왕이 새로 즉위해 새 연호인 '레이와(令和)'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었다. 텔리비전에서는 지금 수상인 스가 요시히데 당시 관방장관이 '레이와'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 종일 방송되고 있었다. 일본인들의 2019년은 그렇게 흘러갔다. 2020년이 되면 일본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1964년에 이어 올림픽을 두 번 개최하는 나라가 될 것이고, '잃어버린 30년' 상실의 시대를 털어버리고 뭔가 새 희망을 갖게될 것이란 기대감이 일본을 지배했다.

그러나 2020년은 전세계적인 재앙으로 시작됐다. 유례없는 전염병의 팬데믹에 대처하지 못한 일본의 거버넌스는 급격히 흔들렸다. 자민당은 위기에 봉착했고, 결국 아베는 스가에게 수상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그로부터 1년 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림픽이 가까스로 열렸다. 일본은 전세계인 평화의 축제 자리 올림픽 개막식에 '기미가요(君が代)'를 내세웠다. '기미가요'는 '당신(君)의 시대', 즉 '일왕의 시대'를 뜻한다. '일왕의 치세는 천년 만년 영원히, 작은 자갈들이 (뭉쳐) 큰바위가 되고 (그 바위에) 이끼가 무성해질 때까지'라는 가사를 갖고 있다.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조선인들에게 기미가요를 하루 1번 이상 부르게 했다. 그런 '기미가요'가 방송에서 생중계되자 이를 따라부르는 할머니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는 손자의 경험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기미가요'는 군국주의를 대표하는 노래다. 그래서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사라졌으나 1999년 국가로 부활했다. 아시아 침략의 상징인 히노마루(日の丸)의 핏빛이 선명한 노래가 그렇게 다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울려 퍼졌다.

아무로 나미에는 '기미가요'가 부활하던 1999년 11월 12일 아키히토 일왕의 즉위 10주년 기념식장에서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이 행사에 동원된 많은 연예인들 모두 노래를 불렀지만, 그녀의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당시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녀의 침묵에 일본 사회는 경악했다. 그녀의 소속사는 그녀가 오키나와 출신이라 이 노래를 잘 모른다고 억지스런 해명을 내놓았다.

일본이 올림픽 개막식에서 '기미가요'를 앞세운 저의는 분명하다. 그들은 군국주의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어떻게든 평화헌법을 고쳐서라도 다시 아시아 침략의 길로 나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기미가요'는 아무로 나미에처럼 헤이세이 시대에 은퇴했어야 했다. 일본은 억지로 과거를 오늘로 되돌려세우고 있다. 그 만용이 오늘날 일본 쇠락의 가장 커다란 이유라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digibobos@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 한동훈 십자포화…전당대회 변수 될까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다는 '읽씹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후보가 5일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냈으나 당대표 후보들은 해명 및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동훈(왼쪽부터)-윤상현-원희룡-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 참석해 있다. 2024.07.05 pangbin@newspim.com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 문제로 당정이 갈등하던 1월 중순께 한 후보에게 '대국민 사과' 의향을 밝히는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이 취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했다며 공개한 문자에는 김 여사가 '제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실장은 "김 여사가 (한 후보로부터 답변을 못 받자) 굉장히 모욕을 느꼈고, 윤 대통령까지 크게 격노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 캠프는 공식 입장을 통해 당시 문자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CBS 라디오에서 방송한 '재구성'됐다는 문자 내용은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한 후보 역시 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문자) 내용이 조금 다르다"며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인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고, 당시 국민 걱정을 덜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 경쟁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일제히 한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나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상당히 정치적으로 미숙한 판단을 했다고 보고, 결국 총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독단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고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원 후보도 "영부인이 사과 이상의 조치도 당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하겠다는 것을 왜 독단적으로 뭉갰는지에 대해서 (한 후보의) 책임 있는 답변을 바라고 있다"며 "영부인의 사과 의사를 묵살하면서 결국 불리한 선거의 여건을 반전시키고 변곡점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를 놓침으로써, 선거를 망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이런 신뢰관계로 어떻게 여당의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냐"며 "검사장 시절에는 검찰총장의 부인이던 김건희 여사와 332차례 카카오톡을 주고받은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된 것을 생각하면 다소 난데없는 태세전환"이라고 했다.  allpass@newspim.com 2024-07-05 17:10
사진
美민주당 거액 기부자들도 바이든 보이콧...디즈니家 "후원 중단"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TV토론에서 고령 리스크가 불거진 이래 대선 후보직 사퇴 압박을 받는 가운데 민주당 거액 기부자들도 '바이든 보이콧'에 나서는 분위기다. 4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따르면 영화감독 및 기획자이자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공동 창업자 로이 O. 디즈니의 손녀 아비게일 디즈니는 이날 방송에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할 때까지 민주당에 후원금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열린 첫 TV 대선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개를 숙인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7.02 mj72284@newspim.com 그는 "나는 바이든 (후보직이) 대체될 때까지 당에 대한 모든 기부를 중단할 생각"이라며 "이것은 현실적인 선택이다. 바이든은 좋은 사람이고 국가를 훌륭하게 섬겼지만,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이든이 물러나지 않으면 민주당은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다. 나는 이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한다"며 "패배에 대한 결과는 진정으로 끔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비게일 디즈니는 오랜 민주당 후원자다. 미 연방선거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그는 4월 제인 폰다 기후 정치활동위원회(PAC)에 5만 달러(약 6890만 원)를 기부했고, 이 중 3만 5000달러가 오는 11월 상·하원 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의원들 선거 자금으로 유입됐다. 디즈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을 대체하는 데 흠이 없는 대안 후보라며 "우리는 훌륭한 부통령을 두고 있다. 민주당이 그를 중심으로 뭉칠 방법을 찾는다면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큰 격차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보이콧을 선언한 후원자는 디즈니뿐이 아니다. 기디언 스타인 모리아 펀드 회장도 계획했던 350만 달러 민주당 후원을 보류했으며, 실리콘밸리의 정신과 의사이자 자선사업가 칼라 저벳슨도 후원 일시 중단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벳슨은 미국 민주당 후원 '큰 손' 50인 안에 드는 인물로 미 정치자금 감시 단체 오픈시크릿츠에 따르면 그가 올해 민주당에 기부한 금액은 500만 달러가 넘는다. 올해 선거 캠페인 기간에만 20만 달러를 바이든 캠프 모금 조직인 '바이든 빅토리 펀드'에 후원했다. 2020년에는 30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wonjc6@newspim.com  2024-07-05 10:1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