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정책자들 사이에 이미 9월 공식 발표와 11월 본격 착수라는 밑그림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테이퍼링 속도 역시 예상보다 빠를 전망이다. 월 1200억달러 규모로 이뤄지는 자산 매입 프로그램이 내년 중반 전면 종료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투자자들은 이미 경계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25% 선으로 후퇴했지만 뉴욕증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기술주를 중심으로 약세 흐름을 나타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충격이 2013년에 비해 크게 제한적인 것이라는 의견이 고개를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실물경기 둔화가 안전자산 수요를 부추겨 시장 금리의 가파른 상승에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1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 정책위원들이 오는 11월 본격적인 테이퍼링에 착수해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을 내년 중반 종료하는 데 사실상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미국 CNBC를 포함한 그 밖에 주요 외신 역시 연준이 9월 공식 발표 후 연내 테이퍼링을 시행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달 잭슨홀 미팅이 아니라 9월 초 발표되는 8월 비농업 부문 고용 지표와 월 중반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확인한 뒤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을 선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을 들으며 일하는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행 시기만큼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된 부분은 자산 매입 프로그램 축소의 속도다. 정책자들이 공격적인 행보를 취할수록 미국 시장 금리를 끌어올려 금융시장에 가하는 충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8월 고용 지표를 통해 델타 변이의 확산이 경제 펀더멘털에 가하는 파장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테이퍼링의 공식 발표가 이뤄질 전망"이라며 "자산 매입은 내년 중반 모두 종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정책자들이 시장의 예상보다 자산 매입을 조기에 마무리한 뒤 금리인상을 위한 준비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7월에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4% 치솟으며 13년래 최고치를 나타낸 데 따라 인플레이션의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데다 부동산을 포함한 그 밖에 자산 시장의 버블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다수의 투자은행(IB)은 연말까지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의 상승을 점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2.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을 고집하는 상황.
예상이 적중할 경우 IT 대형주를 포함한 위험 자산에 작지 않은 악재에 해당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느긋한 표정이다.
미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워싱턴 소재 모네터리 폴리시 애널리틱스의 데릭 탕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테이퍼링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더라도 국채 수익률 상승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한 경기 하강 우려에 안전자산 수요가 지속되며 시장 금리 상승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천재지변이 끊이지 않는 상황도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 가격에 버팀목이 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국채의 수급을 근거로 시장 금리의 안정적인 흐름을 점쳤다. 재무부의 신규 국채 발행 물량이 줄어들면서 테이퍼링으로 인한 금리 상승 압박을 일정 부분 상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브라운 어드바이저리의 토마스 그라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테이퍼링이 임박했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국채 수익률을 누르는 상황"이라며 "미국 경제 성장률이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higrace5@newspim.com